존재와 관계

관내분실

by ARU Tris

김초엽 작가는 소설 관내분실을 통해 존재와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녀는 남은 기억과 데이터는 한 명의 존재를 대체 혹은 대표할 수 있는지에 대해 먼저 묻는다. 죽은 사람의 뇌를 스캔하여 그들의 뉴런 시냅시스를 기록한다. 그리고 그것을 데이터화하여 도서관에 저장한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죽은 이들과 다시 대화를 할 수 있게 만든다. 그렇다면 도서관을 찾는 이들이 대화하는 대상은 실제로 죽은 이들인 것일까? 아니면 그저 허상에 불과할까? 그것은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소설 속에서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연구원들이 토론을 하며 결국 답을 도출해내지 못한 채 티비 프로그램은 어정쩡하게 끝을 낸다.

그렇다, 중요한 것은 기억과 데이터가 한 사람의 존재를 대체할 수 있는가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남은 사람이 어떻게 기억하느냐이다. 한 사람에 대한 정보는 그 사람의 뇌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죽은 이가 기억하는 자신보다, 어쩌면 타인이 기억하는 그녀가 많을 수도 있다. 죽은 이에 대한 기억은 남겨진 이들이 가져간다. 그렇기에 맹점은 죽은 이의 기억에 있지 않다. 남겨진 이가 어떻게 그녀를 기억하고, 남은 것들을 통해 얼마큼 알아가고 기억해 주냐가 중요한 것이다.

주인공은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스스로 엄마로 거듭나게 되면서 그녀는 처음으로, 제대로 어머니를 이해하려고 한다. 도서관 속 김은하가 진짜 어머니라 할 수 있는지 모르지만, 주인공이 그것을 통해 어머니를 더 잘 이해하게 되고, 모녀의 관계가 더욱 강력하게 맺어진다면, 주인공에게 어머니라는 존재는 더욱 아름답게 기억될 것이다. 즉, 잃어버린 어머니의 존재를, 어머니의 삶을 알게 되고 찾게 된 것이다.

즉 존재는 관계로서 존재함을 보여주고, 기억이라는 것은 상호적임을 보여준다. 불가해한 것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태도가 중요하며, 그 과정이 존재의 가치를 만든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김초엽 작가의 소설은 존재에 대한 질문을 많이 던진다. 그녀의 중편소설 <므레모사>에서는 생화학 사고 이후 피해자들이 존재가 잊힌 상태로 시작된다. 존재한다, 산다라는 개념에 질문을 던지고 어떻게 살아가던 자신이 원하는 형태라면 그 존재가 허용된다는 이야기를 담는다. 또한 최신 단편소설 <앙면의 조개껍데기>에서는 두 개의 자아가 하나의 몸에 존재한다. 자신과 같은 몸을 사용하는 또 다른 존재를 이해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관계와 존재. 김초엽 작가는 두 이야기를 매우 잘 풀어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