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시·시의회의 좌충우돌
매 선거 때마다 경기도는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린다.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탓에 여러 연령대의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혼재해서다. 여야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특정 정당의 '텃밭'이라 불리며 본 선거보다 예선격인 당내 후보 공천 경쟁이 훨씬 치열한 지역들도 있다.
군포시는 비교적 민주당 세가 강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민선 체제 시작 이후 모두 8번의 지방선거가 있었는데, 이 중 단 두 차례만 국민의힘에서 시장을 배출했다. 국회의원은 군포시가 시흥군에서 분리돼 별도의 기초단체가 된 1989년 이후 16대 총선거를 제외하고 내내 민주당이 수성했다. 이런 분위기 속 시의회 역시 대체로 민주당이 다수의석을 점해왔다. 지금도 9명의 시의원 중 6명이 더불어민주당, 3명이 국민의힘 소속이다.
관건은 현 시장이 국민의힘 소속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여소야대' 구조다. 민선 체제 출범 후 군포시에 여소야대 구도가 형성된 것은 이번 민선 8기가 처음이다. 앞서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노재영 시장 재임 당시엔 시의회 역시 한나라당이 1석을 더 점해 다수당이었다. 그 전후 민주당에서 시장을 배출했을 땐 마찬가지로 민주당이 시의회 다수의석을 차지했다. 첫 '여소야대' 구도는 군포시와 시의회 관계를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었다. 갈등은 2년 내내 쉼 없이 이어졌고 급기야 최근엔 고발전으로까지 비화됐다.
#라운드 1. 문화도시 추진 중단
2022년 7월 민선 8기 하은호 시장 취임 이후 군포시는 문화도시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진행해오던 문화도시 지정 작업과 관련해 재검토에 착수했다. 도시 재정비 등 시급한 사안이 많아 예산 배정의 우선순위를 살펴봐야 한다는 이유 등에서였다. 시의회 민주당은 예비 문화도시로까지 지정된 상황이라 추진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함에도 오히려 사업을 중단하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항의했다. 급기야 시의회에서 '군포시 문화도시 조성 사업 중단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의 건'을 의결한 후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시는 검토 작업을 한 것일 뿐 중단한 게 아니라면서 감사 청구에 반발했다. 그러면서 이듬해 문화도시 지정을 재추진하기도 했다. 한편 감사원으로부터는 주의 처분을 받았다.
#라운드 2. 금정역 통합 개발
수도권 지하철 1·4호선 정차역인 금정역엔 각각 남·북부 역사가 있다. GTX-C의 정차도 예정돼있다. 당초 정부는 GTX 정차를 고려해 북부역사를 증·개축하고 노후한 남부역사도 별도로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시는 역사를 연결해 통합 개발하는 방안을 요청했다. 이 무렵 시의회 민주당은 남·북부 역사가 통합 개발돼야한다면서 2023년 6월 '금정역 통합역사 개발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그러면서 분리 개발 검토와 관련, 시장이 사과해야 한다는 점을 포함했다. 국민의힘 시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 단독으로 결의안이 채택되자 하은호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통합 역사 추진을 위해 시 집행부 역시 노력해왔음에도 (사실을 왜곡해) 일방적으로 결의안을 냈다"고 반발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하 시장이 비속어를 사용, 막말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SNS를 통해 "속이 상해 거친 표현이 튀어나왔다. 미숙한 모습을 보여드리지 않도록 조심하겠다"고 사과했다.
#라운드 3. 철쭉빵
2023년 4월 군포시 최대 축제인 철쭉 축제가 진행된 가운데, 철쭉 모양의 빵이 판매돼 인기를 끌었다. 판매 업체는 수익금 1천만원을 지역아동센터에 기탁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달 뒤인 그해 6월, 시의회 민주당은 해당 판매 업체가 공식 참여 업체가 아니었음에도 시 인증 부스인 것처럼 무단으로 영업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같은 해 9월 '2023 군포 철쭉축제 불법 행위자 고발의 건'을 임시회 본회의에서 의결했다. 그러자 하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시의회는 당론을 버리고 군포시민을 위해 함께 일하자"며 "대규모 사업과 숙제가 산재해 있는 가운데 지방의회에서 정치 공방이 오가는 동안 공무원들과 시민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철쭉빵 논란에 대해 "철쭉 축제 기간 관광객들에게 대표 상품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우리는 그런 게 없었다. 빵을 만들어 판매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지시한 것이다. 빵 판매로 관광객이 불쾌한 일이 없었다. 절차상 문제가 있다면 고발하는 것보다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최근 시의회 민주당은 해당 업체와 군포시·군포문화재단 관계자를 경찰에 고발했다.
#라운드 4. 청탁금지법 위반 논란
2024년 2월 하 시장의 지인이 시장 소유의 상가 관리비를 대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하 시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전면 부인했다. 시의회 민주당은 지난 6월 정례회 본회의에서 청탁금지법 위반 고발의 건을 의결했고, 지난 7월 9일 경기남부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하 시장은 줄곧 명예훼손으로 맞고발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정치적 목적을 갖고 '카더라 통신' 같은 이야기를 흠집 내기용 수단으로 삼는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최근 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취임식에서도 그는 고발 건을 "2년 후 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모함"이라고 역설했다.
최근 취임 2주년을 맞아 진행한 인터뷰에서 하 시장은 시의회 민주당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데 대해 "지금은 단결해서 지역 현안을 해결해야 할 때인데 안타깝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비단 지역 내부에서뿐만이 아니라 지난 2년간 여러 일을 하면서 정당의 벽을 느낄 때가 있었다. 지역을 위해 일하는 게 우선인데, 때로는 너무 정당을 위해 일하는 데만 전념하는 모습도 보인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소통에 나서지 않는 것은 오히려 하 시장 쪽이라며 반발한다. 첫 여소야대 상황이 낯선 것은 시의회 안팎도 마찬가지다. 시장과 시의회 민주당이 얼굴을 붉힐 때마다, 여야 의원들 간에도 찬 바람이 분다. 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취임식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시와 시의회 야당간 충돌은 비단 군포시만의 얘기는 아니다. 여소야대 구도인 지자체의 사정은 엇비슷하다. 단체장은 발목 잡기라고 말하고, 의회 야당은 정당한 견제라고 맞선다. 군포시정에 정통한 인사에게 물었다. "글쎄요. 양쪽 다 맞고, 다 좋은데. 저는 정책으로 대결하는 모습을 좀 더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