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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길 Jun 09. 2024

잡초 같은 녀석

내가 잡초 같다고?

 오늘은 일요일, 즉 곧 있으면 나는 기숙사로 다시 들어가야하는 몸이다. 하, 기숙사를 들어가야 한다니,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창문을 바라보자. 요즘 내가 사는 주변은 어찌나 공사를 그리 많이 하는지, 아파트가 굉장히 많아졌다. 원래는 다 산이었었는데.....

 창가에서 시선을 아래로 향해보았다. 원래 그 아래에도 작은 산이 하나 있었는데, 또 무슨 건물을 지을 작정인 것인지 산에 나무를 다 밀어버렸다. 벌써 1달은 더 지난 것 같다. 처음 나무가 밀렸을 때에는 남아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흙만 있던 땅이었는데, 며칠 지나더니 잡초가 자라기 시작하여 지금의 시점에서는 벌써 잡초가 무성해졌다. 잡초라.


 언제였을까, 학교에서 내 친구가 나를 향해 '잡초 같은 녀석'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아마 그 당시의 말의 뜻은 잡초 처럼 거슬린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냥 거슬린다고 하면 될 것을, 어디서 같잖은 비유를 들이밀면서 나를 잡초에 비유를 하는 것인지, 그 말을 들었던 당시에는 내게 '잡초 같은 녀석'이라는 말이 너무 하찮게 느껴져서 웃음이 나왔었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난, 잡초 같은 녀석에서 잡초 같은 녀석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다.


 중학생 때는 고등학생인 지금과는 다르게 소심하지도 않고, 오히려 남들에 비해 더 활기 넘치는 사람이었다. 그때야 말로 아마 모두가 날 '잡초 같은 녀석'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성적도 나쁘지 않은 데다가, 쓸데없이 남들한테 가서 남 공부하는 데에 훈수나 두고, 내 미래는 장대하디 장대하다면서 큰소리를 뻥뻥치고 다녔던 시기이다 보니, 지금의 내가 생각해도 아마 그때의 나를 대하기는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아마 모두가 거슬려했겠지.


 그러나 지금의 나는 중학생 때와는 달리 많이 조용해졌다. 내 스스로는 조용해졌다기 보다는 스스로의 시간을 더 많이 갖게 된 것 처럼 느껴지긴 하다.


 예전에 어디선가 들었던 말이 있다. "모든 사람은 똑같지만, 모든 사람은 다르다."라는 말. 난 이때 이것만큼 사람을 잘 표현하는 문장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무엇보다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완벽한 설명이었던 것 같다. 우리 주변에 모든 사람은 다 같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다 다르다. 그렇지 않은가? 허나 나는 이 말의 의미를 조금 다르게도 해석해보았다.

 범죄자가 갱생했을 때처럼, 과거의 누군가는 현재의 누군가와 많이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저 문장의 의미는, 어떤 사람이든 변할 수 있다는 말을 담은 것이 아닐까? 보통 사람은 고쳐쓰는 것이 아니라고들 말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람은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의 씨앗을 심어주는 말이 바로 저 "모든 사람은 똑같지만, 모든 사람은 다르다."라는 말이 아닐까?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됐을 때였다. 저 문장을 잡초에 대입시킨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의문이 나의 머리에 들기 시작했다.

 "모든 잡초는 똑같지만, 모든 잡초는 다르다." 사실 저 문장에서 사람이란 존재를 잡초로 바꾸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웃기게 느껴진다. 그리고 잡초로 바꾼다고 한들, 뭐 굳이 의미가 막 장대하게 달라진다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모든 잡초는 똑같은 잡초지만, 다 다르다고 본다면 이것도 맞는 말이고, 과거의 잡초가 현재의 잡초와 달라진다고 한다면 진화론적 관점에서는 또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초에 관해 아마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잡초는 거슬린다."라는 것.

 아마 누구든지 잡초는 거슬릴 것이다. 내가 예상하건대, 1000명 중 980명은 잡초가 거슬린다고 생각할 것이다. 또 가끔은 잡초가 확 없어져 버리면 좋겠다고도 생각할 것이다. 특히 농사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잡초라는 존재가 가장 싫은 존재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잡초는 굉장히 끈질긴 존재다. 제거해도 제거해도, 계속해서 생긴다. 그리고 그 부분이 아마 잡초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부분일 것이다.


  그렇지만 끈질기다는 것. 이것은 내게는 너무나 큰 장점처럼 느껴진다. 무슨 일이 생겨도 꼿꼿이 버틴다는 것 아닌가? 설령 운석이 충돌하더라도, 다시 자라날 잡초 같은 녀석처럼 끈질긴 것은 너무나 좋은 칭찬이 아닐까?


 중학생 때의 나는 세상의 ㅅ도 모르면서 나대고 있었다. 그리고 고등학생이 되면서 서서히 세상의 ㅅ부터 알아가기를 시작하며, 수많은 벽을 마주했다. 현실이 내 꿈을 자꾸 막아선다. 현실이 나를 막는 만큼, 가끔은 그냥 다 때려치고 싶지만,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는 않는다. 딱히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포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다보니, 내가 중학생 때 했던 장대한 꿈을 가진 말들이, 얼마나 현실성 없는 말인지를 깨닫게 된다. 그러다 보니 굳이 나의 장대한 꿈을 남들 앞에 말할 이유가 없어진다. 허나 그 꿈들은 내 안에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아무리 현실이 나를 막아도, 내 꿈은 내 안에 존재한다. 내 안에 존재하기 때문에, 내가 지금의 노력을 지속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등학생이 된 내가 '잡초 같은 녀석'이라는 말을 듣는다면, 지금은 아마 내가 그만큼 끈질기고, 포기를 모르는 녀석이라고 내 멋대로 해석할 것 같다. 그리고 내게는 그러한 말들이 위안이 되는 만큼, 그러한 말들이 나를 더 일으켜 세워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점점 사회인으로 자라나면서, 점점 더 잡초 같은 녀석에서 더 잡초 같은 녀석으로 변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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