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4. 제비꽃

by 글바트로스

풀일까?

아님 꽃일까?


심심풀이로

작은 잎 따서

짓뭉개던 섬 아이

귀밑머리 허여진 오늘,

너도

나처럼 생명인 줄

비로소 알아차린 아침.


봄부터 피었을까?

아님 여름부터 핀 걸까?


하늘빛보다 더 푸른 꽃잎,

말없이

남몰래 숨겨둔 설움빛깔 같아

왠지

자꾸만 푸른 눈물 차오른다.


혼탁한 입김에

금방 문드러지고 말 것 같아

차마 가까이 가지 못하고,

회한으로 출렁대는 가슴에 품기에는

너무나 여리고도 작은 생명,

시리도록 푸른 제비꽃아!

keyword
작가의 이전글23. 사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