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꼬리
가늘어 고운
초승달 실눈 각시탈 쓰고
깊은 골짜기 휘감아도는
목쉰 마파람에
양팔 흔들어대는
동짓밤 허수아비처럼
덜렁덜렁 시린 춤추고 싶다.
한 번도
더덩실 춤사위 벌인적도
가슴 쪼개지는 통곡소리도 없이
배틀에 앉아 짜던 어매의 모시배처럼
얽히고설킨 말들
닳아빠진 홍두깨에 감고 또 감아야 하나.
사계절
어느 날 크게 웃었는지
흔적조차 아득히 묘연하고
가슴 후비는 말들
갈대숲처럼 고집스럽게 서걱대고
찬서리아래 얼어붙은 풀잎처럼
값싼 위로 마다하는 심혼.
수없이
괜찮다고 다독인 거짓말
태풍전야 대나무숲처럼 웅성대고
심혼바닥에 흐드러지게 핀 멍울꽃
길손 헛기침에도 놀라 자지러진다.
무심히
쏟아내는 말들
칼귀처럼 사정없이 영혼 긁어대고,
느닷없는 회오리에
바람개비처럼 헛도는 모국어,
사방에서 후벼 파는
날 선 목소리에 맺히는 오롯한 서글픔.
가슴 치듯
두들기던 어매 장구소리
길 잃은 메아리처럼 찾아와
밤을 난도질해 대고,
부엉이처럼 숨어 우는 대신
빈 들판 허수아비 아제 불려 와
한바탕
각시탈춤을 추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