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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너는 아느냐?

by 글바트로스

세포마다

오롯이 새겨진 얼굴

초자배기 목수처럼

대패질하지 못하고 서성댄 지 오래.

초록 계절 떠나가는 새벽 숲

변색된 잎새 떨어뜨리는 나무처럼,

영별 할 시간인가.


주고받는 인사치레

길 잃은 북소리처럼 헛돌아도

홀로 남겨지는 두려움에

미련한 마음 차마 접지 못하고

애꿎은 들숨만 들이쉬며

쳐다본 시린 겨울하늘.


날 선 목소리

한겨울 드센 회오리처럼

갈비뼈 사이 관통하면,

작은 심장 저미며 차오르는 눈물

행여 들킬세라

손등으로 몰래 훔치며

구멍 뚫린 문풍지처럼 떨었던 영혼.


가슴 쪼개지는

통증에도 괜찮다고 애써 다독이며

흘러 보낸 날들,

백중사리 밀물처럼

하얀 거품 일렁대며 차오르는 회한에

갯벌처럼 드러눕는다.


가시 돋친 말

목젖 너머로 삼키며

고운 꽃 피우지 못한 씀바귀처럼

지레 움츠러들며

민망한 눈웃음 애써 건네지만,

섬 마을 동짓바람처럼

여린 영혼 할퀴곤 뒷걸음질 치는구나.


얼마나

더 낮아져야 하는지,

너는 아느냐?

서리 맞아 자지러진 풀꽃아!


얼마나

더 침묵해야 되는지,

너는 아느냐?

말없이 흘러가는 새벽 강물아!


얼마나

더 기다려야 되는지,

너는 아느냐?

겨울 하늘로 도망가는 새털구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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