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친구와 함께 동물원을 갔다. 나는 7세 딸과, 친구는 7세 아들과 함께였다. 다행히 친구의 차가 커서 우리는 한 차에 같이 타고 1시간 30분 거리의 다른 지역 동물원으로 출발했다. 엄마들에게는 자유를 주고 아빠와 함께 떠나는 동물원 여행이 시작되었다.
뒷자리에 아들 딸 둘이서 카시트에 잘 타고 가고 있었고, 동물원 앞에 거의 다 왔을 때 주차장이 복잡하여 차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아내가 준비해준 유부초밥을 꺼내어 4명이서 같이 먹고 있었는데, 거기서 아이들 사이에 충돌이 일어났다. 초밥은 넉넉히 준비하여 문제가 없었지만, 같이 가져온 음료수가 문제였다.
"뽀로로 밀크맛 주스"
하필 아내는 1병만 챙겨서 도시락 가방에 넣었다. 집에 8병이나 있는데도 말이다. 친구 아들이 너무 먹고 싶다고 짜증을 내고 울기까지 했다. 우리는 딸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 음료를 아들에게 주었고, 딸에게는 보온병에 챙겨온 시원한 물을 주었다. "이게 더 시원하니까 맛있다"고 말하면서. 다행히 딸은 별말을 하지 않았고, 주차 후 동물원에서 동물들과 좋은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집에 가려고 하는 차에서 2차전이 시작되었다. 껌을 좋아하는 아들이 껌을 가지고 있었고 동물원을 돌아다닐 때 껌을 씹으면서 놀았다. 물론 우리 딸에게도 나눠 주면서 사이좋게 놀고 있었다. 집에 출발하려고 차에 탔고 얼마 안 가서 또 껌을 씹고 싶다는 아이들 때문에 껌을 주려고 하니 껌이 하나만 남아 있었다.
친구는 당연히 아들에게 껌이 하나밖에 없으니 둘이서 나눠 먹으라고 말했지만, 아들은 화를 내고 짜증을 내면서 나누기 싫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이번에도 아들 혼자 껌을 씹어 먹었는데, 친구는 이번에는 조금 따끔하게 아들을 꾸짖었다. 아들은 아빠의 말에 공감했는지 미안하다고 했고, 갑자기 입에 있던 껌을 전해 주려고 해서 아빠에게 또 혼이 나고 말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 딸도 껌도 좋아하고 뽀로로 주스도 좋아하는데, 오늘은 무슨 이유인지 같이 때쓰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금도 이건 미스터리다. 하지만 아들에 비해 의젓하게 있던 딸에게는 나와 친구가 무한 칭찬을 해주었다.
그때 우리 딸의 표정을 보니 어리둥절해 하고 있던 기억이 난다. 아마 의도하지 않은 양보를 했는데 너무 많은 칭찬을 받고 있었던 것 같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딸은 좋은 소리를 계속 들으니 미소를 보이기 시작했고, 기대하지 않은 칭찬을 즐기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친구는 자기 아들이 너무 이기적인 부분이 많아 걱정이라고 말하였고 이 것 때문에 초등학교에서도 많은 다툼이 있을 것 같다고 걱정하였지만 우리도 사실 그때는 더 심했으면 심했지 양보는 없었던 것 같다라고 위로했다. 물론 그것도 사실이다.
우리 딸은 평상시에 착한 일을 하면 항상 엄마 아빠를 불러서 보라고 하고 잘했다고 말해달라고 했었다. 억지로 칭찬을 구걸했는데, 이번에는 진짜 칭찬을 받는 상황을 체험한 것이다. 저녁에 다시 생각해 보니 우리 딸에게 아주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
성공하는 방법도 작은 성공에 대한 성취감을 동력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고 더 큰 성공을 만나는 것처럼, 아이들에게는 더 큰 칭찬을 받으려고 다른 선행을 찾길 바란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그런 일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을 찾고 만드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