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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이제 학교 혼자 갈 수 있어요!

by 정 부지런이

아빠, 이제 학교 혼자 갈 수 있어요!


​2018년에 태어난 사랑하는 딸아이가 어느덧 훌쩍 자라, 오늘 아침 현관문 앞에서 제게 조금은 낯설고도 대견한 선언을 했습니다. 매일 아침, 등굣길 친구들을 만나는 놀이터까지 함께 가는 것이 당연했던 우리 일상에 작은 쉼표가 찍히는 순간이었습니다.


​"아빠, 나 이제 학교 혼자 갈 수 있어! 혼자 가고 싶어!"


​망설임 없는 딸아이의 목소리에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습니다. 늘 제 손을 꼭 잡고 종알종알 이야기를 쏟아내던 아이, 친구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아빠 품이 가장 안전했던 아이가 처음으로 온전히 자신만의 세상으로 첫발을 내딛겠다고 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기특하고 대견한 마음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무언가를 해내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이 얼마나 소중하고 응원해주고 싶은지요.

'그래, 우리 딸 다 컸구나. 이제 정말 어린이가 되었네'


하는 생각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친구들과 함께라면 씩씩하게 걸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아이의 독립 선언을 존중해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솔직한 마음 한편에는 시원섭섭한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아이의 작은 손을 놓고 돌아서는 그 짧은 순간, 매일 아침 함께 걷던 그 길이 오늘따라 유난히 길게 느껴졌습니다. 딸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아빠로서 해줄 수 있는 역할이 하나씩 줄어든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릿해져 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아이의 성장은 이렇듯 기쁨과 아쉬움을 동시에 선물하는 것 같습니다. 탯줄을 끊고 세상에 나온 순간부터, 뒤집고, 기고, 걷고, 처음으로 "아빠"라고 불렀던 모든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그 모든 '처음'의 순간마다 아빠의 손길이 필요했고, 그것이 저에게는 크나큰 행복이자 존재의 이유였습니다.


​이제 딸아이는 아빠의 손을 놓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스스로 신발 끈을 고쳐 매고, 친구들과의 관계를 만들어가며 자신만의 세계를 견고하게 쌓아 올리겠지요. 아빠의 역할도 이제는 달라져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무조건 손을 잡아 이끌어주는 역할에서 한 걸음 물러나, 아이가 스스로 길을 찾아 나설 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역할로 말입니다.

​오늘 딸아이의 작은 독립 선언은 제게 많은 생각을 안겨주었습니다. 아이의 성장을 진심으로 응원하면서도, 아빠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지지 않도록 새로운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해야겠습니다.

​언젠가 딸아이가 더 넓은 세상으로 훨훨 날아갈 그날을 위해, 아빠는 오늘도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조용히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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