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직전 바뀐 JD, 이는 단순한 '변경'이 아니라 '약속 파기'다
최근 인사담당자로부터 채용 진행 도중 JD(Job Description, 직무기술서)에 없던 내용이 중요한 평가 요소로 추가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번 케이스의 경우, 천만다행으로 1차 면접 직전이었고 해당 후보자가 추가된 내용에 대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면접 준비 자체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후보자의 '마음'이었다. 자신이 기대했던 업무 범위와 회사가 갑자기 요구하는 방향 사이에 괴리가 생기자, 후보자는 고민이 있어 보였다
사실 이런 경우는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면접 중간에 채용 직무가 바뀌거나, JD에 명시되지 않은 전혀 다른 업무를 강요받는 일은 채용 시장에서 종종 일어난다. 그리고 이는 기업과 후보자 간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다.
면접 때랑 말이 다르잖아요
헤드헌터로서 수많은 후보자의 이직과 퇴사를 지켜본다. 그중 입사 6개월 이내에 다시 이직을 원하는 후보자들에게 퇴사 사유를 물으면, 압도적으로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대답이 있다.
"면접 때 들었던 업무와 실제 하는 업무가 너무 다릅니다."
JD를 보고 커리어의 확장을 기대하며 입사했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전혀 엉뚱한 잡무만 주어지거나 약속된 권한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후보자에게 엄청난 배신감을 안겨준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를 상습적으로(?) 악용하는 기업들이 더러 있다는 점이다. 소위 '보여주기식 JD'로 그럴싸하게 포장해 우수한 인재를 유인한 뒤, 채용 과정이나 입사 후에 슬그머니 기피 업무를 떠넘기는 식이다. 이는 명백한 '채용 사기'에 가깝다. 이런 기업은 결국 평판 조회(Reference Check) 시장에서 최악의 평가를 받게 되고, 좋은 인재는 영영 그 회사를 쳐다보지 않게 된다.
JD는 단순히 "우리 이런 사람 뽑아요"라고 알리는 전단지가 아니다. 이는 기업이 인재 시장에 던지는 공개적인 제안이자, 지원자와 맺는 '법적 효력에 준하는 약속'으로 봐야 한다.
지원자는 그 약속을 믿고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준비하며,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그런데 회사가 편의에 따라 이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바꾼다면, 어떤 인재가 그 회사의 비전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물론 기업 환경은 생물과 같아서 급변한다. 채용 프로세스 도중에 사업 방향이 바뀌거나, 팀의 R&R(역할과 책임)이 재조정되어 부득이하게 JD를 변경해야 하는 상황은 분명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건 '변경'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전달하는 '태도'와 '과정'이다.
만약 채용 도중 직무 내용이 바뀌어야 한다면, 기업은 이를 숨기거나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면접 자리에서 후보자에게 솔직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정중하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
지원자님, 최근 내부 조직 개편으로 인해 공고된 JD 내용 외에 B라는 업무가 추가로 중요해졌습니다. 지원자님께서 예상하셨던 범위와 달라져 당황스러우실 수 있겠지만, 배경을 설명해 드리자면...
이렇게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후보자의 의사를 다시 묻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JD 변경이라는 '위기'를 기업의 신뢰도를 높이는 '기회'로 바꿀 수 있다. 후보자는 "이 회사는 지원자를 존중하고 소통이 투명한 조직이구나"라는 긍정적인 인상을 받게 된다.
채용은 서로를 평가하는 양방향 프로세스다. 기업이 약속(JD)을 소중히 여길 때, 인재 역시 그 기업을 소중한 기회로 여기게 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신뢰는 쌓여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