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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리얼인가?” 귀국 후 내가 본 한국 미술의 현실

뉴욕의 시스템, 한국의 방치 "왜 미술은 한국 문화산업에서 제외되는가?"

by 성희승

프롤로그 (서문) : “이게 리얼인가?” 귀국 후 내가 본 한국 미술의 현실

-귀국 후 매일 느끼는 현실

-나와 딸이 누렸던 ‘당연한 것들’에 대한 반성

-한국의 문제는 예술가가 아니라 ‘시스템의 부재’

-이제는 내가 말할 때다, 기록할 때다


Chapter 1 : 뉴욕의 시스템, 한국의 방치 "왜 미술은 문화산업에서 제외되는가?"

-뉴욕대 교수 제안, 딸의 공교육, 예술가로서의 기회들

-미술이 정책에서 콘텐츠로 다뤄지는 방식

-한국에선 미술이 왜 빠져 있는가?

-법에 있지만 정책에 없는 미술

-‘콘진원’에서 소외된 시각예술의 구조적 문제

-이중 구조와 파편화된 기관 운영의 문제

-한국의 가능성, 그러나 시스템 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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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리얼인가?” 귀국 후 내가 본 한국 미술의 현실

(부제: 한국은 강한데, 그걸 몰라요. 귀환 예술가의 문화산업 비판기록)


뉴욕에서의 찬란함과 한국에서의 충격: 두 개의 세계


나는 뉴욕대학교에서 교수직 제안을 받았고, 신나는 마음으로 취업비자를 받았다. 엄마인 나 덕분에, 우리 딸은 맨해튼 중심에 살며 초등학교를 졸업했고, 미국 최고의 과학중학교에 다녔다. 그 모든 교육은 무상 공교육 안에서 이뤄졌다. 나는 더 좋은 갤러리와 일하기 위해 뛴다며, 때로는 지치고 힘들다고 투정도 부렸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그 모든 삶은 특권이었다. 나와 내 딸은, 개인의 꿈과 가능성이 보장되는 시스템 안에서 신나게 살고 있었다. 그 모든 일상은 개인의 능력만이 아닌, 시스템이 뒷받침한 특권이었다.


그 시스템이 한국에는 없다는 것을, 나는 돌아온 뒤에야 실감했다.

“왜 미술은 콘텐츠가 아닌가?”

“왜 예술가는 정책과 제도에서 투명인간처럼 취급되는가?”

“왜 법에는 명시되어 있지만, 정책에는 빠져 있는가?”

“왜 예술가는 ‘사회적 약자’로 불쌍한 존재처럼 취급되는가?”

나는 자주 멈춰 선다. 그리고 중얼거린다. “이게 리얼인가?” 예술 선진국이라 자부했던 나라에서 상상도 못한 일이, 하루에도 몇 번씩 벌어진다.

이제야 알겠다. 한국은 자원이 부족한 나라일 수는 있어도, 사람과 문화만큼은 세계 최고다. 문제는 우리 스스로 그 저력과 잠재력을 모르고 있다는 것. 이제는 내가 본 것, 느낀 것, 충격받은 것을 기록할 때다. 나와 내 딸이 당연히 누렸던 권리와 기회, 한국의 예술가들 역시 누릴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Chapter 1

뉴욕의 시스템, 한국의 방치 "왜 미술은 문화산업에서 제외되는가?"


대한민국은 법으로 문화산업을 정의한다.

「문화산업진흥 기본법」 제2조 제1항에는 ‘미술품’이 명확히 문화산업의 한 범주로 명시되어 있다. 영화, 방송, 게임, 음악, 만화와 나란히, ‘미술’도 당당히 콘텐츠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미술은 정책 대상이 아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은 방송, 게임, 음악, 웹툰, 캐릭터 등 주요 콘텐츠 장르에 대한 기획, 제작, 유통, 산업화를 촘촘히 지원한다. 수출 성장률, 해외 진출, 기술 인프라, 인력 육성, 펀딩, 데이터 구축까지 전방위적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그 리스트에 미술은 없다. 법에는 있지만, 정책에는 없다.


현대미술은 이미 산업이다. NFT, 디지털 아트, 실감형 콘텐츠, 브랜드 협업, 글로벌 전시 플랫폼 등 미술은 기술과 결합하며 새로운 미디어 산업의 핵심 콘텐츠가 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여전히 ‘작가 개인의 창작’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그 이후의 산업화는 방치되어 있다.


왜 미술만 예외인가?

왜 K-POP, K-드라마, K-게임에는 있고, K-Art에는 없는가?

법은 이미 길을 열어두었는데, 현실은 여전히 닫혀 있다.

그 결과, 미술은 시장과 기술, 산업과 정책에서 고립된다.

작가는 창작만 하고, 유통은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K-Art는 콘텐츠이고, 산업이며, 공공재다.

미술은 단지 전통을 보존하는 수단이 아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와 국립현대미술관에 모든 것을 위탁하기엔, 미술은 디지털 기술, 디자인, 게임, 관광, 브랜딩, 글로벌 전시 시장과 연결되는 새로운 미래 산업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은 지금이라도 나서야 한다. 미술을 ‘지원’이 아니라 ‘투자와 전략’의 대상으로 전환할 시점이다. ‘미술도 콘텐츠다’라는 인식 전환 없이는, 한국 미술은 또 한 세대 뒤처질 것이다.


다음 글 예고

Chapter 1-1 뉴욕사례, 1-2 런던 사례, 1-3 K-POP 다음은 K-ART?문화재단 공모사업에서 산업기반 투자로의 전환 제안

Chapter 2 “왜 한국 예술가들은 세계에서는 주목받는데, 국내에서는 무명인가?”

작가는 텅 빈 전시장 앞에서 빚을 지며 창작하고, 문화기관은 ‘공모’란 이름으로 단기적 실적만 요구한다. 그 불균형의 구조를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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