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뉴욕 사례: 시장과 정책이 함께 키운 예술가

예술가를 ‘시장’과 ‘정책’이 함께 키운 도시

by 성희승

뉴욕은 자본과 시장 중심의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동시에 예술가를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장치도 잘 발달해 있다. 1970년대 재정 위기 속에서도 뉴욕시는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Artist in Residence)’ 프로그램을 도입해, 빈 건물과 공공기관에 예술가를 배치했다. 이는 예술가에게 작업 공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지역 사회와 예술을 연결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뉴욕은 세계적인 경매 시장, 갤러리 네트워크, 메트로폴리탄과 MOMA 같은 대형 미술관을 통해 예술가의 작품이 곧 글로벌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즉, 시장과 제도가 함께 예술가를 키운다는 점에서 뉴욕은 균형 있는 생태계를 보여준다. 한국이 예술가를 지원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중요한 모델이다.


나는 내가 졸업한 뉴욕대학교(NYU)에서 교수직 제안을 받았고, 뉴욕의 갤러리와 계약하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곳에서 내가 누린 것들은 단순히 ‘개인의 노력’ 때문만이 아니었다. 뉴욕은 예술가를 시민이자 산업 주체로 대우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1. 예술가를 위한 도시 구조

뉴욕시에는 NYC Department of Cultural Affairs(DCLA)라는 시 문화국이 있고, 매년 2억 달러 이상의 예산이 문화예술에 투자된다.

이는 대부분이 소규모 아트스페이스, 비영리 미술기관, 신진 예술가에게 직접 간다.

예술가 레지던시, 창작지원금, 공간 지원, 커뮤니티 아트 프로그램 등이 정책화되어 있다.

예술가는 단순한 ‘수혜자’가 아니라, 도시 회복과 산업 혁신의 주체로 간주된다.


2. 공공의 지원 + 민간의 투자

MoMA, 휘트니미술관, 뉴뮤지엄 등 세계적 기관은 단순한 전시장에 그치지 않는다.
→ 큐레이터가 신진작가를 발굴하고, 아트딜러와의 연결, NFT/디지털 플랫폼 연계까지 돕는다.

상업 갤러리도 적극적인 투자자다. 작가를 브랜드로 만들고, 작품을 유통한다.
예: 가고시안, 하우저앤워스, 페로탕 등 글로벌 갤러리의 전략.


3. 미술과 타산업의 융합

뉴욕의 미술은 단지 그림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패션, 영화, 기술, 금융, 교육과 결합하는 창의 산업의 허브다.

예: 구글 아트 앤 컬처 X MoMA 협업, 패션위크에서 설치미술가들과 브랜드 협업, VR 기반 아트페어 / 아트 NFT 마켓플레이스, 리먼머레이, 구겐하임, 소더비스 등과 연계된 예술금융


한국과 다른 점은?

1) 정책 지원 구조

뉴욕은 시 문화국 직속 예산 + 비영리 기관 중심

한국은 중앙정부 위주, 공모사업 중심

2) 산업 연계

뉴욕은 민간갤러리, 기술기업, 아트펀드 등과 긴밀한 협업

한국 미술은 비시장 영역에 머무름, 민간투자 연계 미비

3) 작가에 대한 인식

뉴욕은 산업 주체 / 창의자산 창출자 / 사회 혁신가

한국은 ‘순수 창작자’, ‘공공 지원 대상’

4) 콘텐츠 융합

뉴욕은 미디어, 패션, 게임, 부동산까지 확장

한국은 방송, 게임 중심 콘텐츠 진흥, 미술은 구조에서 배제


우리가 배워야 할 것

정책적 인식 전환: 미술도 문화산업이며, 경제 파급력이 있다는 사실

기관 간 분업과 협업: 국립현대미술관, 아르코, 콘진원이 협력하여 전체 생태계를 설계해야

시장 인프라 강화: 갤러리, 작가, 기술기업, 공공기관, 플랫폼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함

공공의 의지: 단발성 전시 공모가 아닌, 장기적 예술 인프라 구축 전략


다음 글 예고

*런던 사례

*예술가의 삶은 왜 이렇게 무너졌는가 — 한국에서 ‘유명’한 예술가가 ‘무명’으로 사는 역설
: 지원은 있으나, 구조는 없다. 그 결과, 창작은 남고 생존은 사라진다.

keyword
이전 13화런던 사례: 미술은 창조경제의 중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