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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되어감 Eternal Becoming

우주적 포옹 Cosmabrace

by 성희승

‘Eternal Becoming(영원한 되어감)’은 형태가 사라지고 다시 태어나는, 고요한 생성의 건축을 따라가는 전시이다. (2026. 1. 7 ~ 2. 7 성희승 개인전 <Eternal Becoming> 학고재 갤러리, 서울)


캔버스 안에서 형태는 미세하게 지워지고, 다시 깨어난다.

빛은 침묵 속에서 응결하고, 세계는 ‘되어감’의 가장자리에서 또 한 번 새롭게 정렬된다. 하나의 질서가 완성되는 순간, 그 위에 또 다른 질서가 세워진다. 관계는 고정되지 않고, 더 깊고 더 넓게 확장되며 더 큰 세계의 문을 연다.

각 작품은 사라짐과 등장 사이의 긴장을 품고 있다— 정렬되는 선들, 미세하게 떨리는 구조들, 표면 아래에서 태동하는 첫 빛의 결. 나는 그 떨림을, 아직 형체를 갖지 않은 가능성의 숨을 조용히 따라간다.

‘되어간다’는 것은 확장하는 일이다. 확장한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다. 영원의 구조가 시공간의 표면에 스치듯 드러나는 순간, 우리는 존재의 본질이 ‘정지된 완성’이 아니라 영원히 확장되는 생성—Eternal Becoming—임을 직감하게 된다.

이 전시에서 나는 영원(Eternity)이 무한(Infinity)으로 확장되며 빛과 구조를 통해 세계에 투사되는 방식을
‘본질표현주의(Essential Expressionism)’라는 나만의 언어로 기록한다. 삼각의 반복은 존재의 최소 진동이며, 빛의 응결은 본질이 최초로 형태를 갖추는 순간이다. 시간과 공간은 실체가 아니라 영원이 스스로를 드러내기 위해 남긴 그림자일 뿐이다. 이 전시는 빛이 내려오고, 구조가 떨리고, 질서가 생성되는 우주적 움직임을 시각적 필드(field)로 번역한 과정이다.

이번 전시의 또 하나의 심층적인 개념 축은 Cosmabrace, 즉 “우주적 포옹(宇宙的 包擁)”이다.

Cosmabrace는 영원(본질)과 시간(현상), 무한(확장)과 인간(한계), 빛과 어둠, 질서와 해체가 서로를 끊임없이 껴안으며 생성되는 존재의 근원적 운동을 뜻한다. 우주가 우리를 포옹하듯, 우리 또한 우주의 구조 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그 포옹 속에서 형태는 지워지고, 다시 태어나며, 또 다른 질서를 향해 확장된다. Cosmabrace는 Eternal Becoming의 확장된 세계관이며, 우주와 인간, 본질과 현상이 서로를 감싸 안으며 새로운 구조를 낳는 거대한 순환이다.

이터널 비커밍에서 우리는 아직 도달하지 않은 모든 가능성 앞에 서게 된다. 이 전시는 우리 안에서, 우리 너머에서, 우주 속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되는 중’의 세계 — 그 거대한 포옹 속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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