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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여행자 Feb 27. 2020

신천지 이만희는 삼성 이재용에게 배워라

사과문 쓰기 절대 3원칙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이만희(89) 총회장이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처음으로 공식 사과를 했습니다. 3월 2일 신천지 연수원인 경기 가평군 평화의 궁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국민 반응은 차갑습니다.  이만희 씨는 고의적인 것은 아니지만 많은 감염자가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월 28일 김시몬 신천지예수교회 대변인이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우리 신천지 성도’다. 근거없는 비난은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사과를 두 번이나 했지만 그걸 들은 국민들은 오히려 더 화가 난 것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1. 잘 쓰면 약(藥), 못 쓰면 독(毒)

사과문을 쓰는 경우는 크게 네 가지 중 하나입니다. 첫째 ‘예측 못한 재해와 사고’ 둘째 ‘부적절한 실수나 관리 미흡’ 셋째 ‘악의적 범죄와 잘못’ 넷째 ‘입장 차이로 인한 혼란과 갈등’입니다.     

△ 사과는 크게 네 가지 경우에 해당된다.

이번 코로나19 감염 확산은 ‘예측 못한 재해와 사고’에 해당합니다. 그것도 복구가능한 특정 범위의 손해나 손실이 아니라, 회복이 어려운 국가차원의 심각한 피해입니다. 3월 2일 09시 기준으로 33천799명을 검사했고, 4212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22명이 사망했습니다. 이럴 땐 최고책임자가 넙죽 엎드리고 오너가 뺨이라도 먼저 맞고 시작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는지 이례적으로 두 번이나 절을 했습니다. 하지만 효과는 없어 보입니다.

△ 메르스 때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는 모범적으로 꼽힌다.

사과문은 타이밍, 진정성, 제스처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실패합니다. 그나마 전문가들이 제대로 쓴 사과문으로 꼽는 것은 ‘삼성병원 메르스 사태’입니다. 메르스 사태가 한창이던 2015년 6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초사옥에서 허리를 굽히며 사과문을 직접 발표했습니다. 1년 넘게 투병 중인 부친 이건희 회장 이야기까지 꺼내며 유족들의 고통을 위로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눈에 가장 먼저 들어 왔습니다. 음압병실 확충, 백신치료제 개발과 같은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했고, 재발 방지도 약속했습니다.   

      

#2. 사과문의 3원칙 C.A.P.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문의 핵심은 C.A.P.로 요약됩니다. 그 첫 번째인 C는 ‘관심과 걱정'(Care & Concern)입니다. 피해자를 얼마나 진심으로 신경 쓰고 걱정하고 있는지가 우선입니다. 한 마디로 무엇을 누구에게 왜 사과하는지 정확하게 밝히고, 관심과 우려의 마음을 먼저 전하는 겁니다.

△ 사과문의 핵심은 피해자에 대한 공감과 위로다.

A는 ‘행동 조치’(Action)입니다. 발생한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성실한 노력을 보여주고, 지금까지 확인된 사고 발생의 인과관계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겁니다. 이때 회사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하소연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인 고객의 고통을 줄여주려는 노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리콜이라든지 보상과 배상 대책이 여기에 포함 됩니다.    

△ 재발방지 대책이 빠진 사과문은 공허하다.

P는 ‘예방 또는 재발방지’(Prevention)입니다. 비슷한 일이 또다시 생기지 않도록 문제의 원인이 된 시스템이나 설비, 제도, 문화를 바꾸겠다는 공개적인 약속을 뜻합니다. 피해규모에 따라 가해 당사자 또는 최고책임자가 거듭 사과하며 진정성을 전해야 합니다.    


#3. 꼭 빼야 하는 세 가지 B.I.O.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표현들도 있습니다. 편의상 짧게 바이오 B.I.O. 라고 이름을 붙여 봤습니다. B는 ‘그러나’(But)입니다. ‘그럴 뜻이 아니었지만(회피)’ ‘그 당시 다들 그렇게 했는데(억울)’이라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신천지 총회장 이만희  씨는 이 점으로 크게 놓치고 있습니다.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하고 신천지 억울한 점한참 늘어놓습니다.

△ 사과문에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될 세 가지가 있다.

I는 ‘만약에’(If)입니다. ‘뉴스를 보고 많이 놀라셨다면(언론 공격)’ ‘피해를 입으셨다면(조건부)’ ‘외부 업체를 제대로 관리했더라면(책임 전가)’이라는 말투는 더 큰 위기의 씨앗이 됩니다. O는 ‘과장된 반응’(Over-action)입니다. ‘죽을 만큼 끔찍한 죄를 저질렀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과장되게 말하는 것은 오히려 피해자를 조롱하는 것입니다. ‘이후 발생할 모든 책임을 제가 다 지고’라고 말하지만 사실상 아무것도 책임질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 BBQ치킨의 사과문은 최악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사과문을 써야 하는 상황은 예고없이 찾아옵니다. 시나리오를 완벽히 짜서 미리 준비하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럴수록 감정과 여론에 휘말리지 말고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때 다른 건 몰라도 최소한 ‘C.A.P.’와 ‘B.I.O’ 만 기억하면 대한항공의 ‘땅콩회황’같은 최악의 사과문은 피할 수 있습니다. 신천지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게 사과하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 이 내용은 <회사에서 글을 씁니다>에서 발췌해 각색했습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89148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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