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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자 Apr 29. 2024

어릴 적 개그맨이 되고 싶었던 이야기 - 1.

 어릴 적, 나는 개그맨이 되고 싶었다.


 코흘리개 초등학생이던 시절의 나는 딱히 잘하는 것이 없는 평범한 아이들 중 한 명이었다. 다만 가끔은 엉뚱한 아이네,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했던 아이라는 것이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이었다. 또래 친구들이 보기에는 예측불허의 상황에서 튀어나오는 나의 엉뚱함에 친구들이 웃음을 터뜨려줄 때면 왠지 모르게 나는 기분이 좋았다. 그러다 보니 깔깔깔 웃어대는 친구들의 모습을 다시 보고 싶어 져서 일부러 더 엉뚱한 척을 하기도 했고, 혼자서 기발한 개그 코드를 골똘히 고민해보기도 하게 되었다.


 하지만 항상 남에게 웃음을 준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 법. 나름 머리를 굴려 준비한 개그였건만 분위기만 어색해지는, 그런 통한의 실패를 몇 번 경험하고 보니 개그라는 것이 결코 만만찮은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친구들의 박장대소를 끌어낼 수 있는 쉬운 방법이 없을까?'

그 시절 나의 머릿속을 지배하던 고민이었다.


  




 때는 초등학교 3학년즈음, 또래 친구들 모두가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던 수련회를 떠났을 때였다. 내가 어렸을 때는 수련회에 가면 항상 교관이라는 무서운 아저씨가 따라다녔는데,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며 통제가 되지 않는 어린 친구들의 군기를 잡아주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곤 했다. 우리가 도착했던 수련회 시설에도 교관이 한 명 있었는데 꾹 다물어진 입이 엄한 듯 보이면서도 어딘가 약간은 엉뚱한 면이 있어 보이는 느낌이 드는 아저씨였다.


 밤 10시경 담임선생님 취침을 하라는 지시를 끝내고 사라졌고, 곧 각 방에서 소등이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두 눈이 똘망똘망해서는 에너지가 넘쳤던 또래 친구들 한창 베개 싸움을 하며 뛰어다니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현관문이 벌컥 열리더니 우렁찬 교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안 자고 있는 친구들은 모두 나옵니다."

 "안 자는 어린이들, 다 알고 있습니다! 좋게 말로 할 때 어서 나옵니다."


 갑자기 찾아온 정적. 한창 뛰어다니 친구들은 익숙한 듯이, 모두들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쥐 죽은 듯이 누워서 자는 척을 하기 시작했다. 새근새근. 자연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무언가 일부러 내는 것 같아서 아슬아슬한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거기까진 좋은데 갑자기 어설프게 코 고는 소리를 흉내 내는 친구.


 그렇지만 교관은 아무런 눈치도 못 챘다는 듯이 잠시 서있다가는 슬그머니 문을 닫기 시작했다.


 '이번 교관은 조금 둔한 것 같은데?'

 '무서워 보였는데 별 거 없잖아. 아싸, 땡잡았다.'


 그렇게 모두가 방심하고 있는 순간, 교관이 별안간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오버스러운 율동을 하기 시작하더니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뜬금없이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뽕나무가 방귀를 뿌웅. 뿡뿡뿌우웅."


 그러더니 갑자기 뒤를 돌아 엉덩이를 내밀면서


 "뿡뿡. 방귀 뀌는 뽕나무. 뿡뿡뿡!"

 뒤를 돌아 엉덩이를 내밀면서 '뿡뿡뿡!' 이 친구들에게 결정타로 작용했다.


 "키키킥, 헙!"

 "푸훕!"

 "거기 웃은 놈들 당장 나와!"


 갑작스러운 교관의 방귀 흉내에 친구들의 웃음보가 터졌고 나를 포함한 또래 친구들은 결국 끌려 나와 밤새 기합을 받고 말았다. 기합은 힘들었지만, 그 순간 나의 머릿속에서는 무언가 번뜩이는 게 지나가더니 어느새 나는 '유레카'를 속으로 외치고 있었다.


 '그래, 그거야. 방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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