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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유정 Jun 12. 2022

비싸고 느끼한 중식은 가라 _MZ 세대들의 반란

서촌 토마토 탕면 맛집 티엔미미

 

  ㅡ 6년 전 홍콩 여행 가기 전, 대학 동기가 나를 놀리듯 “홍콩 가면 토마토 라면 꼭 먹어야 되는 거 알지?”라고 했던 말이 기억이 난다. 왜 홍콩을 가면 토마토 라면을 먹어야지?라는 생각에 다양한 후기를 찾아봤지만, 비교적 맛있어 보이지 않는 후기에 실망을 했던 기억이 있다.

                                                   3년전 홍콩 소호거리


 요즘 퓨전 느낌의 캐주얼한 중식이 대세가 되고 있다. 압구정의 ‘웍셔너리’, 신사의 ‘스몰디쉬빅쇼’, 용산의 ‘꺼거’ 등 비싸지 않은 가격대의 퓨전화 된 중식당이 많이 늘어난 것이 눈에 띄게 보인다. 간단하게 맥주 한 잔과 즐길 수 있는 딤섬, 바오 등의 예전에는 쉽게 접해보지 못했던 메뉴들이 늘어났으며, 흔히 말하는 퓨전 중식 맛집이 많이 생겼다.

 찬 바람이 부는 3월, 딤섬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정지선 셰프가 운영하는 서촌 맛집 ‘티엔미미’를 다녀왔다. 사실 2월에도 방문했으나 줄지은 웨이팅으로 인해 먹어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간 기억이 있다. 두 번째 방문에도 30분가량 기다렸지만 다행히 먹을 수 있었다.

 

티엔미미 외관은 홍콩의 소호 거리가 생각나는 톡톡 튀는 색으로 인테리어 되어있다. 티엔미미는 첨밀밀과 같은 뜻으로 달콤한 꿀을 의미한다고 한다. 실제로 티엔미미 내부는 첨밀밀 영화가 계속 상영되고 있었으며, 마치 홍콩의 식당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홍콩 여행 때부터 멸시 당했던 토마토 라면이 생각나 무조건 토마토 탕면을 시키기로 했다. 에피타이저로는 양배추 피클과 짜사이무침같은 궁채무침이 나왔는데 일반 짜사이가 아닌 궁채(줄기상추)로 만들어 색다른 식감에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그 후 트러플 쇼마이가 나왔다. ‘쇼마이’는 가루 반죽으로 만든 피 안에 다진 돼지고기, 야채 등으로 속을 채워 빚은 뒤 쪄낸 딤섬의 일종으로, 중국의 전통적인 요리이다. 윗부분의 피가 닫혀있지 않아 안에 있는 소가 위에서 보이는 형태이다. 트러플과 오징어 먹물이 들어가 입맛을 돋우는 색상은 아니었지만, 트러플 향이 향긋하게 나는 것이 입맛을 자극했다. 하지만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 같은 느끼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꿔바로우는 일반 중식당에 먹던 꿔바로우보다 새콤한 맛이 강했다. 먹자마자 바로 헛기침이 나오는데 나뿐만 아니라 친구들 모두 헛기침을 하는 게 굉장히 웃긴 장면이었다. 생김새는 다른 곳과 별다른 차이점이 없었지만, 튀김 옷이 굉장히 바삭했고 겉바속촉의 대명사라 불리어도 될 만큼 돼지고기가 부드러웠다. (여담으로 옆자리 아기가 꿔바로우를 먹는데 기침을 하려나 노심초사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그 후 기대하고 기대했던 토마토 탕면이 나왔다! 마치 마라탕처럼 빨간 육수와 고추기름 같은 빨간 기름이 떠 있었다. 매콤한 맛이 날까? 새콤한 맛이 날까? 기대를 하며 한 숟갈 먹는 순간, 마치 홍콩에 온 듯한 맛이 느껴졌다. 또한 홍콩식 쌀국수인 ‘남기분면’에서 먹었던 산라미엔이 생각이 났다. 약간의 마라 맛과 새콤한 육수 맛이 티엔미미의 토마토 탕면에는 토마토가 새콤한 맛을 내는 듯 했다. 먼저 먹자고 했던 친구보다 내가 더 반해 한 그릇 뚝딱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마지막으로 양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종업원의 추천으로 어향육사 덮밥이 나왔다.

 


 어향육사는 돼지고기를 실처럼 가늘게 썰어 죽순, 목이버섯, 잘게 썬 파, 생강 등 야채와 고추, 식초, 소금, 간장, 설탕 등을 넣고 볶다가 전분과 육수로 걸쭉하게 마무리하는 요리로 짭짤하고, 달고, 맵고, 약간의 신맛이 나는 어향(魚香 : 위샹)은 소스의 일종으로 외국인의 입맛에 가장 무난한 맛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정의된 어향육사 맛처럼 누구나 무난하게 먹을 수 있고 달달하고 짭짤한 맛이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맛이었다. 나는 향신료나 고수 등에 강한 편이라 뭐든 잘 먹지만, 중국음식 중 향신료가 강한 것을 잘 못 먹는 사람들은 어향육사 덮밥이 무난하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메뉴였다.

 

점점 캐주얼화 된 중식당이 늘어나고 있고 그에 맞게 트렌디한 메뉴들과 꼭 한 번쯤은 먹어보고 싶은 메뉴들이 많아졌다. 우린 중국, 홍콩, 대만에 가지 않아도 한국에서도 이렇게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선택권이 많아질수록 합리적인 가격에 퀄리티 좋은 메뉴를 많이 먹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주말에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을때 !

엉덩이를 일으켜 퓨전 중식당을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Written by 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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