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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유정 Feb 16. 2023

국밥 취향이 어떻게 되시나요?

몸도 마음도 든든한 국밥 한 그릇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 많이들 한다. 며칠 동안은 쌀을 먹지 않아도 큰 지장 없이 지낼 수 있다. 그러나 그 며칠이 지나고 나면 뽀얀 국물에 윤기 흐르는 쌀밥이 그리워진다. 밥을 먹지 않으면 어딘지 모르게 속이 허하다. 특히나 날씨가 쌀쌀한 요즘은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을 시켜놓고 밥 한 숟가락 한가득 떠서 입에 넣을 때면 쌀의 알알이 입안에서 차오르면서

특유의 달큼함과 구수함으로 내 마음에 안정감을 준다. 뽀얗게 우려낸 돼지국물에 국물을 머금은 부추겉절이를 함께 곁들여  입속으로 넣으면 밥과 국물이 어우러지면 충족함과 든든함을 느낀다.



 어렸을 때 부모님의 퇴근이 늦어지는 저녁. 부모님을 기다리며 오빠랑 보던 드라마가 있다. KBS 드라마 '가을 동화'다. '얼마면 돼?', '다시 태어나면 나무가 될래.'와 같은 많은 명대사를 남겼던 이 드라마를

가슴이 먹먹해지는 내용에 어린 마음에도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며 봤던 기억이 있다.

 여자 주인공 은서(문근영)는 부잣집 딸로 부족함 없이 유복하게 커오다가 고등학생 때 우연히 입원하게 되며 출생지가 바뀐 사실을 알게 된다. 부잣집 딸에서 국밥집을 혼자 운영하는 친엄마네로 가게 된다. 살면서 국밥이라는 음식은 먹어본 적도 없던 은서는 이제 아침식사로 팔다 남은 국밥을 먹게 된다. 가게에서 친엄마, 친오빠와 둘러앉아 국밥을 먹는데 친오빠는 게걸스럽게 돼지뼈를 들고 야무지게 뜯어먹는다. 그걸 놀란 토끼눈으로 쳐다보던 문근영의  모습이 생각났다.

 드라마 속에서 소주 한 잔 걸치며 국밥을 먹던 아저씨들, 술에 취해 은서 엄마에게 술주정을 하던 손님들을 보면서 국밥은 가난한 사람들의 상징이 되는 음식이라는 편견이 어렸을 적 생기게 되었다. 국밥. 특히 돼지 국밥은 돼지 뼈를 우려낸 육수에 돼지고기 편육과 밥을 넣어 먹는 음식으로 부산, 밀양, 대구, 마산 등에서 많이 먹던 경상도 향토 음식이다. 국밥은 전쟁 중에 피난길을 전전하던 피난민들이 쉽게 구할 수 있는 돼지 부속물을 끓인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어쩌면 서민들이 배를 채우기 위해서 먹었던 음식이 맞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요즘은 국밥의 인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여전히 친근하고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우리의 일상에 따뜻하게 스며들어있다. 또한 국밥은 더 이상 가난의 상징이 아닌 하나의 한식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중이다. K푸드를 좋아하는 외국인들도 한국에 관광 오면 국밥을 찾아서 먹는다고 한다. 이렇듯 속도 든든하고 따뜻하게 먹을 수 있는 국밥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국밥은 각자의 취향이 담긴 음식이다. 우선 국밥을 주문하면 여러 반찬이 나온다. 새우젓, 다진 양념, 부추겉절이, 소면, 깍두기와 김치, 된장과 생양파, 마늘, 청양고추 이렇게 테이블이 다채로워지면 물티슈로 손을 닦고 새콤한 깍두기를 아삭아삭 씹으며 국밥이 나오기를 기다린다. 보글보글 뚝배기에 국밥과 흰쌀밥이 나온다. 지글지글 끓는 뚝배기 속 뽀얀 돼지국물에는 송송 썬 파와 후추가 뿌려져 있다. 우선 나는 부추를 넣는다. 그리고 소면을 퐁당 담가 돼지국물이 스며들 때까지 기다린다. 보통 새우젓이나 소금으로 간을 하는데 나는 간을 하지 않는다. 김치나 깍두기를 먹으면서 싱거움을 대체한다. 부추가 숨이 죽어 돼지국물과 어우러지면 소면을 한 젓가락에 들어 올려 후루룩 먹는다. 그리고는 은색 밥공기의 뚜껑을 열어 밥을 한 숟갈 뜬다. 탕수육에도 부먹과 찍먹이 있듯 국밥에도 부먹(부어서 먹는) 취향과 찍먹(찍어서 먹는) 취향이 있다. 나는 밥을 떠서 국물에 살짝 담가 먹거나 따로 먹는 취향이다. 국밥을 말아서 먹는 사람들은 후루룩 먹는다. 밥알에 잘 스며든 돼지 국물도 좋지만 밥 따로 국물 따로 먹었을 때 입안에서 어우러지는 맛을 좀 더 선호하는 편이다. 조금 삼삼하다는 생각이 들면 새콤한 깍두기를 한입 베어문다. 시원하고 달큼하다. 뚝배기의 달그락 소리가 나면서 바닥이 드러나면 그때서야 배가 불러온다. 포만감을 느끼며 물을 한잔 마신다. 완벽한 식사다.



 드라마 ‘가을동화’ 속 겉으로 보기엔 거친 인생을 살아온 은서 엄마지만 속으로는 딸을 많이 생각하고 사랑하는 것처럼 국밥도 투박하고 촌스러운듯하나 우리의 마음을 든든히 채워주는 한국인의 소울 푸드다.

 역시 한국인은 밥심이 맞나 보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국밥 생각을 하니 배가 고파진다. 조만간 국밥을 먹으러 가야겠다. 국밥 먹는 취향, 여러분은 어떻게 되시나요?







                                                        Written by. 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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