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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뚝이 Jul 20. 2024

갑자기 수영을 하게 된 기적의 이야기

수린이의 수영일기 4

수영장 가는 길이 천리길

맨날 꼴찌만 하니까 수영장 가는 길이 너무 싫어졌다.

아침의 상쾌한 공기도 다 알게 뭐람.

세상만사 다 짜증 난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싶었다.

꼴찌 중에 꼴찌는 좀 아니지 않나?

자존심 회복을 위해서라도 꼭 해내고 만다.


유아풀장에서 팔 돌리기 맹연습에 들어갔다.


코 맵다 코매워.

팔 돌리기만 하면, 호흡만 하려고 하면 몸이 가라앉았다.

입에 숨이 들어와야 하는데 물만 한 바가지를 먹게 되었다.

코로도 물이 들어와 코가 맵기도 했다.

정말 포기하고 싶었다.


문제점은 호흡을 하려고 너무 고개를 치켜든다는 것과, 팔 돌리기를 할 때 팔에 집중하느라 다리를 멈춘다는 것이었다.

그래 안다.. 아는데... 몸이 안 따라준다!


수영장의 아주머니와 아저씨

내가 풀장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이 보기 안타까우셨는지, 모르는 아주머니 아저씨가 오셔서 나한테 코칭을 해주셨다.


"물을 무서워하는 것 같은데?"


이제껏 나는 물을 싫어하지 무서워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팔 돌리기 할 때 고개를 과하게 젖히는 것도 숨이 막힐까 봐 두려워서 나온 행동이었다.


물에 누워보세요

그로부터 아주머니 아저씨와 함께 물 공포증 없애기 수업에 들어갔다. 일단 물에 누워보라 하셨다.

가차 없이 누웠지만 난 가라앉았다..  


"몸에 힘을 완전히 빼보세요"


난 힘을 뺐다고 생각했는데 자꾸만 가라앉았다.

답답했다. 고작 유아풀장이고 내 허벅지까지밖에 물이 안 오는데 왜 무서워하는 거지? 아니 무섭단 생각이 없는데 무의식적으로 무서워하는 건가?


정말 수영을 할 수나 있는 건지 의아해졌다.


하루 3시간 수영

난 그렇게 강습 전 1시간, 강습 1시간, 강습 후 1시간을 연습했다. 손톱이 물에 불어서 쩍쩍 갈라지고 깨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팔만 돌리면 가라앉았다.


너무 짜증 나고 답답했다.

가만히 레일 쪽을 바라보면 멋지게 수영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다들 되는데 나는 왜?... 자괴감이 솟아올랐다.


그러다가 저번에 아저씨가 알려주신 대로 물에 누워보기로 했다. 힘을 빼라고 하셨지...



처음으로 물에 뜨다

당연히 안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물에 눕고 얼굴이 반쯤 물에 잠기니 물에 둥둥 뜨게 되었다.

처음 느껴보는 느낌이었다. 귀가 물에 잠겨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물결 소리만 들렸다.

마치 구름 위에 누워있는 듯 편안하고 안락했다.


"수영을 하면 이런 느낌일까"


누워 뜨기에 성공하고 난 다시 희망을 보며 팔 돌리기 연습을 했다. 코가 맵고 배가 불렀다.


호흡에 성공하다

50번째 또 가라앉다가 이번에는 고개를 더 획 돌려보았다.

이번엔 수면이 아니라 정확히 밖으로 입이 나오게 되었고 숨이 훅 들어왔다.


"됐다!"


호흡 각도를 찾으니 드디어 자유형이 완성되었다.

왼쪽 팔에 감기는 물 때문인지 앞으로 더 빠르게 나아갔다.

팔 돌리기 연습할 때 발차기도 열심히 하는 바람에 발차기는 너무도 쉬워졌다.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면서 너무 신기해서 몇 번씩 왕복을 해보았다. 비록 유아풀장이지만 기분이 좋았다.

나도 이제 수영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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