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큰아이가 잠자다가 코가 막혀서 깊은 잠을 못 이루고 뒤척였습니다. 코가 막히는 것 외에 다른 증세는 없어서 이비인후과를 찾아갔습니다. 의사는 콧속을 들여다보더니 알레르기성비염이라며 약을 꾸준히 먹고, 코에 뿌리는 노잘 스프레이를 꾸준히 사용하면 '낫기도 한다'라고 했습니다. 다시 말해 알레르기성비염은 잘 낫지 않는 고질병이란 말입니다. 어쩌다 고질병이 되었을까요?
작년에 제가 건강검진을 했더니 위내시경 결과 장상피화생 소견이 보인다고 했습니다. 장상피화생이 진행되면 위암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오래된 증상이기도 해서 어떤 음식을 먹지 말아야 하는지 물었더니 의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국 사람이 김치같이 짜고 매운 것을 안 먹을 수 있겠어요? 그냥 먹던 대로 드시고, 약으로 조절하면 됩니다." 참 편리한 제안이지만 음식에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될까요?
요즘은 20~30대에 암으로 사망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암 외에도 희귀한 질병이 정말 많습니다. 아토피라는 말도 30년 전만 해도 드물게 있는 희귀한 난치병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일반 피부질환이 되었습니다.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도 흔해졌고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천식이 있는 사람, 당뇨나 비만, 암환자도 집안에 한두 명은 있습니다. 이런 병이 생긴 원인이 뭘까요?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이 많아서 약은 대부분 증상 완화에 초점을 맞춥니다. 암처럼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병에도 음식에 관한 조언을 듣기가 힘듭니다. 식사보다는 약으로 조절하라는 말은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많은 병의 원인은 우리의 생활습관에 관련됩니다. 비만이나 당뇨는 잘못된 식생활에서 오는 대표적 질병입니다. 위암이나 대장암 외에도 음식이 암의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토피나 알레르기성비염, 천식, ADHD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성분이 무엇인지 콕 집어 말할 수 없지만, 첨가물이 들어간 가공식품을 먹지 않았을 때 증상이 호전되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바쁜 현실에 가공식품 없이 어떻게 밥상을 차릴 수 있느냐고, 먹고 싶은 것도 못 먹으며 사는 것이 삶이냐고 항변하고 싶을 겁니다. 어차피 '이생망(이번 생은 망함)'인데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두라는 말입니다. 지구상에 인구가 너무 많으니 짧고 굵게 사는 것이 지구를 위하는 길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습니다.
내 몸을 위해서라면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병이 걸린다고 해도 그것은 내 선택이니 결과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선택권이 없을 뿐만 아니라 어떤 음식이 몸에 좋고 나쁜지 잘 모릅니다. 다만 입에 맛있다는 정도를 알 뿐입니다. 부모가 줘서 먹기 시작한 음식이 아이의 몸을 상하게 하고 있다면 한 번쯤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맛있게 먹은 간편한 음식이 내 아이를 아프게 하고, 음식만 바꿔도 건강할 수 있다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