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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서재용-새벽별》

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박성진 문화평론가



〈새벽별〉


서재용


거친 광야를 뚫고

여명을 밝히는 작은 별


태초 천지창조

前夜 모습 이랬을까?


고요한 새벽이 열리고

어둠을 깨우는 새벽별


왜? 너 홀로

새벽어둠 보듬고

반짝반짝 빛나는가?


세상불의, 시기, 질투

어둠과 함께 사라져라


사랑의 빛 더욱 환하게

어둔 세상 밝혀 곱게 물들여라


동트기 전

새벽을 기다리는 사람들

일터를 향하는 그대들

정녕 어둠을 깨우는

새벽별 되리라.


**************


<‘새벽별’이 건네는 최초의 빛과 인간의 오래된 질문〉


박성진 문화평론가



새벽별은 왜 시인의 손에서 ‘첫 빛’이 되는가


서재용 시인의 시는 늘 어둠과 빛의 경계선에서 태어난다.

그의 문장은 과장이나 장식 없이,

조용히 그러나 정확한 곳을 겨눈다.

이번 시 〈새벽별〉도 마찬가지다.

새벽별은 천문학적 용어를 넘어

인간의 마음에 가장 오래 남아 있는 상징이다.

어둠을 끝내는 빛, 희망의 첫 입김, ‘태초의 빛’ 같은 의미가

사람들이 세대를 넘어 부여해 온 오래된 형상이다

시인은 이 새벽별을

종교적, 우주적, 인간적 세 층위에 겹쳐 놓았다.

그래서 이 시는 짧아 보이지만

문장 뒤편에는 아주 긴 영혼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거친 광야”는 시대의 은유다


첫 연의 거친 광야는 단순한 자연 묘사가 아니다.

이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통과하는

절망, 상처, 불의, 불평등, 냉혹한 현실이다

그러나 시인은 그 ‘광야’를 통과하는 존재를

사람이 아니라 “작은 별”로 선택한다.

이 선택이 이 시의 첫 미를 단단하게 한다.

별은 나약하지만,

어둠 속에서 가장 먼 곳까지 빛을 보낸다.

여기서 시인은 ‘희망은 거대한 것에서 오지 않는다’는

오래된 진리를 부드럽게 일깨운다.

희망은 거대담론이 아니라

작은 빛처럼 시작되는 것임을.


태초의 밤을 묻는 시인의 질문


“태초 천지창조 前夜 모습이 이랬을까?”


이 질문은 신학적이면서 동시에 시적이다.

무엇이든 ‘시작’은 침묵 속에서 찾아온다.

혼돈과 공허, 그리고 그 위에 움직이는 빛.

시인은 새벽별을

‘첫 번째 창조의 빛’으로 끌어올린다.

이것은 단순한 상상의 차원을 넘어서

오늘 우리가 겪는 혼란의 시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안한다.

“너의 새벽은 지금의 혼돈 위에서 다시 열린다.”

시인의 내면에서 새벽별은

우주론적 기원을 품은

‘시작의 상징’으로 재탄생한다.


“왜 너 홀로?”라는 물음


시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바로 이 질문이다.

“왜? 너 홀로

새벽어둠 보듬고

반짝반짝 빛나는가?”

평범한 감탄이 아니다.

존재론적 질문이다.

왜 우리는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어둠 속에서 빛을 내려고 하는가?

왜 어떤 이들은 손해를 감수하며

누군가의 길을 밝혀주는가?

새볏별이 홀로 빛나는 이유는

“누군가 먼저 어둠을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이 통찰은 시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자 인간의 오래된 질문이다.


시기, 질투, 불의의 시대의 어둠을 명시하다


시인은 흔한 추상어 대신

직접적 어둠의 이름을 부른다.

불의, 시기, 질투,

이것은 구체적인 악이며,

지금의 시대가 가장 고통스럽게 겪고 있는 감정들이다.

새벽별의 빛은 단순히 어두운 밤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사람의 마음속 어둠’을 겨냥한다.

이 선택이 이 시를

관찰의 시가 아닌 치유의 시로 만든다.


“새벽을 깨우는 사람들”이라는 헌사


마지막 부분에서 시인은

조용히 시대의 노동자들을 부른다.

새벽에 출근하는 사람들,

가정을 위해, 생계를 위해

누구보다 먼저 눈을 뜨는 이들.

시인은 그들을

새벽별과 나란히 놓는다.


“그대들이 새벽별이다.”


이 문장은 단순한 칭송이 아니다.

존엄을 회복시키는 문장이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먼저 빛을 올리는 사람들이

결국 이 시대의 별이라는 메시지다


결론의 이 시는 ‘힘겨운 이들의 새벽을 위한 시’다


〈새벽별〉은 짧지만

아주 넓은 정신적 지평을 가진 시다.

*창세기의 빛

*오늘의 어둠

*인간이 지고 가는 무거운 마음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새벽

이 모든 요소가

작은 별 하나를 중심으로 조용히 모여든다.

이 시는 거창한 미사여구로 울리지 않는다.

대신, 가장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어둠 속에서도 왜 우리는 빛을 내려하는가?”

그리고 대답한다.

“사람은 결국 서로의 새벽별이 되기 위해 태어난 존재이기 때문.”

서재용 시인의 〈새벽별 〉은

그 어떤 장식 없이

조용히, 그러나 깊이

우리 삶의 새벽을 깨우는 시로 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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