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솔직한 아이 미움받지 않게 키우는 법

솔직한게 최고라는 위험한 믿음

by 토끼포케

1. 솔직과 무례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


도덕성이 발달하기 시작하는 유아 시절
부모들이 가장 많이 강조하는 덕목은 ‘정직’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거짓말은 절대 용서해주지 않을 거야”
저 역시 그랬고 아마 대부분의 부모님들께서 자녀에게 많이 이야기 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직은 분명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지켜주는 중요한 가치입니다.
그런데 이 정직이라는 가치를

내 기분에 따라 무엇이든 당당하게 솔직하게 다 말하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솔직함과 당당함이 언제나 미덕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의 솔직한 모습이 매력적이고 시원시원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나는 솔직한 사람이라서 그래"라는 이유로 합리화하며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말을 하게 되면

이것은 '무례'가 됩니다.


2. 솔직함이 무례가 되는 순간들


수업 중 선생님이 제시한 활동을 보며
“아 재미없어, 지루해요!”라고 말하는 아이.


모둠활동에서 진 친구를 향해
“너 때문에 졌잖아!”라고 소리치는 아이.


친구의 발표가 길어지자 옆에서 크게 한숨을 쉬거나

자신을 말리는 친구에게 눈을 흘기는 아이

이 아이들은 모두 자기 감정을 그때 그때 아주 솔직하게 표현합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직 어려서 감정을 숨기는 법을 모른다"

"우리 아이는 거짓말을 못 하고 솔직해서 그렇다”

"그저 솔직하게 표현하는 편일 뿐이다." 라고 여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유아기 시절이 지난 초등 아이들이

위와 같은 말을 하는 것은

바른 표현이 아닙니다.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방법에 대한 공부가 필요한 아이들이지요.

바른 표현을 위한 적절한 코칭을 받지 못해

툭툭 내뱉는 말들이 이미 습관처럼 굳어 고착화 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재미없다며 툭 내뱉은 한마디가

수업을 준비한 선생님을 무시하는 말이 되고
재미있게 참여하고 있는 친구들의 의욕마저 꺾는 결과가 된다는 것을

모르고 있거나 알면서도 고치기 어려운 습관으로 굳어져 버린 것이죠.


사회성 발달에 꼭 필요한 공감 능력이나 배려심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은

학년이 올라갈 수록 '관계맺는 것'에 어려움을 느낍니다.

초등학교 2~3학년만 되어도

발달의 격차가 현저하게 벌어지기 때문에

또래 친구들도 더이상 친구의 무례함을 참기 어려워지기 때문이지요.



3. 왜 솔직한 아이일수록 지적에는 더 민감할까?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거침없이 솔직한 아이일수록
자신이 지적을 받으면 쉽게 삐지고 방어적이 된다는 겁니다.


친구가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불편함을 토로하면

화를 내며 “너나 잘해!”라며 맞받아치거나
나의 슬픔과 속상함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상처입은 주인공처럼 행동합니다.


왜 나는 되고 남은 안 될까요?
바로 공감력의 결핍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은 고려하지 않지만
자신의 감정만큼은 과도하게 소중히 여기는 것이지요.


어릴 적부터 자신의 감정을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내뱉는 것에 대해

제대로 된 제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것이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4. 부모가 할 수 있는 교육 방법


다행히 아이들은 아직 말랑말랑 스폰지같은 마음과 두뇌를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알려주고 연습하면 금방 태도가 바뀌게 되죠.


저는 무엇이든 쏙쏙 흡수하여 예쁘게 성장하는

우리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좋아

교사가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솔직함이 무례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려면
부모는 아이에게 말의 무게와 맥락을 가르쳐주어야 합니다.


아무때나 '아 재미없어'를 달고 사는 아이에게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대화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 짧은 공감과 분명한 제지, 구체적인 이유 알려주기

아이의 감정을 무조건 자세히 읽어주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의 감정에 대해 파고들며 대화를 주고받다보며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더 합리화하게 되고 그 안에 깊이 빠지게 됩니다. 오히려 가볍게 공감해주고 그런 말은 하면 안된다고 일러주는 것이 좋습니다.


"재미없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여기에서 그런 말은 큰 소리로 하면 안 돼. 수업을 준비한 선생님에게도 예의가 없는 거고 이 수업을 재미있게 느끼는 친구들에게는 피해를 주는 말이야. 또 별생각이 없었던 친구들까지 재미없다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으니 수업에 방해가 되는 행동이야."

이런게 단호하면서도 체계적인 이유를 명시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수업이 많이 재미없었구나. 수업이 지루해서 힘들었겠다. 어떤 점이 재미없었니?"위와 같이 바르지 않은 행동을 한 상황에서

지나친 공감과 마음 읽어주기는 아이의 행동을 개선에 도움을 주기 보다는

잘못된 행동을 정당화 시키는 도구로 사용됩니다.


# "재미없어" 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표현 알려주기

아이들이 재미없다라고 느끼는 이유는 분명히 있습니다.


규칙이 어려워보여서 이해가 잘 안될 때

질 것 같을 때

무언가 하는 것이 귀찮다고 느껴지거나

몸이 안좋을 때 등 입니다.


그럴 때에는


“규칙이 어려워서 이해가 잘 안 돼요.”

“졌더니 아쉬워요.”

"오늘 몸이 안좋아서 집중이 잘 안 되요."

부정적 감정을 예의 바른 언어로 바꿔 말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가르쳐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 표현 역시

선생님과 친구들의 상황을 고려하여 적절한 말투로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처음부터 위와 같이 말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가정에서 꾸준히 말연습을 할 수 있는 상황을 제공해주세요.


# "만일 내가 그런 말을 들었다면?" 바꾸어 생각하기


"누군가 너에게 그렇게 말한다면 네 기분이 어떨 것 같아?"


다른 사람의 마음을 공감하는 능력이 아직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친구 마음은 어떨까?”라는 질문보다는

"나의 마음"을 기준으로 누군가 나에게 그렇게 말한다면

기분이 어떨지를 먼저 이야기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거의 모든 아이들이

"안좋아요." 라고 대답합니다.


그때

"너도 안좋은데 그 얘기 들은 그 친구 마음은 어떨것 같아?" 바로 물어봅니다.


# 부모의 공감 표현 모델링


부모 역시 아이가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표현들을 먼저 자주 들려주면

아이들은 자연스레 습득하게 됩니다.

"아 망했다." "재미없어" 보다는

"재밌었는데 조금 아쉽다.", "그래도 너랑 같이 해서 재밌었어"

"다음에는 전략을 바꿔서 이겨보자.", "다음엔 컨디션 조절을 미리 해야겠어"


그 어떤 교과서보다 빠르고 자연스레 머릿속에 쏙 들어오는 문장들은

바로 부모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입니다.



5. 공감과 배려를 바탕으로 하는 솔직함의 중요성


“당당하고 솔직한 게 최고”라는 믿음은 위험합니다.
어디서든 아무 말이나 툭툭 내 뱉는 친구들은 쉽게 미움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감과 배려를 바탕으로 솔직함을 실천하는 아이는
어디서든 사랑받고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지금 내가 이 말을 해도 되는 상황일까?'

'내 말 한마디에 누군가는 기분이 나빠지지 않을까?'

말하기 전 한번 씩 더 생각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솔직함은 분명 이 아이만의 무기입니다.
하지만 그 무기를 언제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고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이를 현명하게 키우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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