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는 그저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 것이 전부였던 아기가, 처음 자기 힘으로 몸을 뒤집어 세상을 다른 관점으로 쳐다볼 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신나고 기뻤을까?
120일이 조금 넘어간 시점에 누누가 뒤집기에 성공했다! 짝짝 축하해! 이제 세상을 뒤집을 수 있게 되었구나!
이렇게 보면 뒤집기는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일단 몸을 틀며 중심을 잡기 위해 코어 힘도 어느 정도 필요하고, 뒤집는 동안 팔의 위치를 신경 쓸 줄 알아야 하며, 좌우 고관절을 따로따로 움직일 줄 알아야 넘기려는 쪽의 다리를 피고 반대 다리는 굽히면서 헤까닥 넘어갈 수 있다. 그만큼 아기에게 신체적으로 굉장히 고난도의 기술인 것이다.
재재도 149일에 뒤집기에 성공했다! 짝짝 재재도 축하해! 세상을 뒤집었구나! 엄마는 5개월이 되기 하루 전에 성공했다며 4개월 차에 성공한 재재를 대견하게 여겼다. 인터넷상에는 4개월 차에 뒤집었다는 아기들이 줄을 서고, 심지어 100일 전에도 성공했다는 아기도 있었기 때문에 내심 마음을 졸이고 있던 터였다.
벌써 몸무게 8킬로가 넘은 재재는 부쩍 후덕해졌다. 전에는 아기새 같았는데, 요즘은 똥똥한 펭귄 같달까..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아기들은 뒤집을 생각을 잘 하지 않는다는 썰이 있던데, 그 얘기가 맞는 것인지 재재도 딱히 뒤집고 싶은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대신 몸무게가 많이 나간 덕분일까. 재재는 힘이 꽤 좋아서 뒤집기도 힘 있게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뒤집기에 성공한 누누재재는 신나서 계~속 세상을 뒤집는 중이다. 누누는 되집기도 거의 연달아 성공하여 바닥에 내려두면 혼자 떼굴떼굴 굴러 매트 가장자리에서 좋다고 엎드린 채 파닥댄다. 덕분에 이젠 어디 위에 올려둘 수도 없게 되었다. 올려둘 일이 생기면 몸을 묶어놔야 안심이 된다. 배밀이도 시작하려는지 정말 열심히 파닥대는데, 발을 서로 부딪혀 발톱으로 발을 아작 내놨고, 종아리도 전부 긁어놔 아기의 다리 같지 않은 영광의 상처들을 얻었다. 영유아 검진 때 누누재재를 봐주시는 선생님도 이런 아기는 또 처음이라며 어이없고 신기한 웃음을 보이셨다.
재재는 굽힘근의 힘이 굉장히 좋다. 말 그대로 몸을 앞쪽으로 굽히는 근육들을 말하는데, 덕분에 트림을 시키려고 다리에 앉히면 콩벌레마냥 상체를 말고 앞에 있는 손을 먹으려고 한다. 잠깐 방심하여 무방비 상태가 된 아빠의 손을 재재가 텁 물고 순식간에 빨기 시작하면, 축축한 입과 작은 혀가 손에서 기어 다니는 느낌인데 기분이 꽤나 징그럽다. 재재야, 잘 굽히는 거 알겠으니까 아빠 손 좀 그만 노려.. 뭐라 말로 표현하기 좀 어려운데, 조금 징그럽다 아가야 ㅎㅎ
대근육 발달뿐 아니라, 소근육도 힘이 붙은 누누재재다. 이젠 장난감도 잘 쥐고, 엄마의 머리채도 잘 잡는다. 가까이 있는 물체는 일단 뭐든 잡고 입으로 가져간다. 또 침샘이 폭발했는지, 수도꼭지가 고장 난 것 마냥 질질 새기 시작했다. 특히 손을 열심히 빨기 시작했는데, 파블로프의 개처럼 자기 손이 시야에 들어오면 속절없이 침샘 수도꼭지가 고장 나 버린다. 특히 치발기를 쥐어주면 에일리언의 점액질처럼 치발기에 침이 엉기면서 뚝뚝 떨어지는 충격적인 비주얼을 마주하게 된다.
보다 더 열심히 굴러다니는 누누는 사방을 침범벅으로 만들고 있다. 덕분에 엄마 아빠는 바닥 매트를 하루종일 닦고 있다. 누누가 더 부지런한 아빠로 만들어 주려고 이러나 보다. 누누재재는 효자야 효자. 침과의 전쟁은 아마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뒤집고 빵실빵실 웃는 누누재재. 아빠 녹는다 녹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