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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사람 Apr 30. 2024

삼원숭가족: 33살 부부와 9살 아이의 이야기-0

서른둘에 학부모가 되기까지의 인생그래프

우리는 92년생 원숭이띠 부부, 16년생 원숭이띠 아이로 이루어진 삼원숭가족이다.

점점 출산이 늦어지는 시대에 비교적 빨리 아이를 낳았더니 어딜 가나 아이와 두띠동갑이라는 사실이 놀랍다는 반응이 익숙하다.

계획이라고는 없는 부부라 자연스럽게 이렇게 흘러온 거지만 신기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찍 하는 결혼이나 출산을 망설이는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우리의 시간을 돌아보기 위해 <삼원숭가족>을 연재해보려 한다.


장수 과CC에서 부부가 되기까지

나와 남편 우탄이는 대학교 1학년 때 만나 과CC가 되었다.

혈기왕성한 대학생이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다 사귀게 되는 건 흔한 일이었다.

하지만 한 번의 헤어짐도 없이 4년을 만나다 졸업 다음해 결혼을 해버리는 건? 흔한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우리의 결혼식은 흡사 과 행사마냥 초대 여부와 상관없이 구경온 대학생들로 와글와글했다.

학부 교수님께서 주례를 봐주시고, 친한 동기 오빠가 사회를 봐주고, 연합 동아리를 같이한 오빠가 축가를 해주고, 친한 동기와 후배가 축사를 해준 그야말로 과 행사였다.

덕분에 우리의 결혼식은 눈물 한 방울 없이 신나는 축제 분위기로 시작하고 끝났다.


타지에서 시작한 신혼생활

우탄이의 첫 직장 생활이자 우리의 신혼 생활은 타지에서 시작되었다.

게다가 그곳은 그냥 타지가 아니라 이름조차 생소한 지방이었다.

씩씩하게 따라갔지만 그곳에서 나는 직업적인 커리어를 쌓기 힘들겠다는 것을 깨달았고, 다른 방향의 커리어, 즉 아이를 갖기로 결심한다..! (?)

주변에 나보다 먼저 임신, 출산의 길을 간 사람을 본 적이 없으니 정말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임신기간동안 단 한번의 입덧도 없었고, 출산 전날까지 나는 '아기를 갖는다'는 것의 무게를 모르고 있었다.


아기원숭이의 탄생

2016년 가을, 기다리던 아기 원숭이를 만났다.

처음 숭이를 봤을 때 너무 작고 예뻤고, 처음 숭이와 둘이 남겨졌을 때 힘에 부쳐 많이 울었고, 처음 숭이와 눈을 맞춘 날 내 세상이 바뀌었다.

(눈을 맞추던 순간 듣고 있었던 '스웨덴세탁소-처음이라서'는 지금도 내 눈물버튼이다.)

그렇게 나는 하루하루 아이와 함께 자라 엄마가 되었다.


거주지도, 일상도 다시 생활권으로

우탄이의 두 번째 직장은 다행히 우리가 원래 살던 생활권이었다.

'엄마'라는 정체성에 완벽 적응한 나는 숭이 엄마로서 대부분은 즐겁고, 때로는 힘든 평범한 육아를 이어갔다.

친구들이 취직을 하고, 연애를 하고, 자기의 취향을 알아가는 동안 나는 아이의 성향을, 아이의 성장단계를, 아이의 매일을 따라가느라 바빴다.


맞벌이 학부모가 되다

아이에게 고정돼 있던 눈을 들어 세상을 보았을 때 나는 20대 후반이 되어있었다.

남들 다 하는 그놈의 사회생활을 꼭 해보고 싶었고, 긴 도전 끝에 취뽀에 성공했다!

취업 준비도, 늦깎이 신입 노릇도, 워킹맘도 다 쉽지 않았지만 난 성공했다!

해냈다는 기쁨에 맞벌이 학부모도 거뜬하다고 생각하려 애썼다.

하지만 모두가 초등학교 1학년이 제일 고비라고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던 것...

돌봄교실만 믿고 7시 반에 등교했다가 선생님이 없어 당황했던 학기 첫 날, 모든 가족을 동원해 독감 1주일 격리기간을 겨우 채웠던 날, 갑자기 아이가 토를 했다는 전화를 받고 급하게 달려갔던 날, 차라리 학기 중이 좋다는 숭이를 방학 내내 돌봄교실에 보내야 했던 날들을 겪으며 올해 1월부터 휴직에 들어가 행복한 휴직생활을 즐기는 중이다.



읽어보니 어떤가? 자연스럽지 않은가?

우탄이와 나는 둘이 함께 하자는 대원칙 아래 그때그때 최선의 선택을 했고 그 결과 서른둘에 학부모가 되었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지만, 이른 나이에 결혼, 출산, 육아를 다 겪은 이런 인생도 꽤나 괜찮고, 무엇보다 즐겁다는 것을 함께 느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담아 <삼원숭가족> 연재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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