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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사람 Jul 17. 2024

믿을 놈 하나 없는 우리 가족 여행기-3

(유럽) 첫 신혼여행이자 배낭여행 #3

바르셀로나는 첫인상부터 우리 마음에 쏙 든 도시였다. 춥고 스산한 겨울의 다른 도시들과는 달리 햇볕이 따뜻하게 내리쬐고 사람들 역시 밝고 여유로워 보였다. 게다가 처음 이용해 보는 에어비앤비도 성공적이었다. 중심지에 위치해 있어 어딜 가든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고 친절한 호스트와 예쁜 고양이 '본본'까지 완벽했다.


바티칸에서 가이드와 함께하는 투어의 맛을 본 우리는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다음 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가우디 투어를 신청했다. 한국인 가이드, 대여섯 명의 다른 관광객들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며 가우디의 걸작을 보러 다니는 투어였다. 이동하는 동안 스페인과 가우디에 대한 배경지식을 라디오처럼 듣다 보니 금방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도착했다. 가이드님의 "하나, 둘, 셋"에 맞춰 뒤를 돌아 성당을 본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생각보다 더 크고 기괴한 모습이었달까? 솔직히 외관은 어마어마한 크기를 빼고는 멋지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성당 안에 들어가자 '성스럽다'는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붉고 푸른빛과 엄청난 높이의 천장이 나라는 작은 존재를 보호해 주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디테일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가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가이드님이 해주신 이야기 덕분에 더 깊은 감동을 느꼈을 것이다.


까사바트요와 까사밀라를 지나 재기 발랄한 구엘 공원까지 구경하는 것으로 투어는 끝났다. 건물뿐만 아니라 가로등과 도로 타일까지 가우디의 작품이라니,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도시가 맞았다.




바르셀로나는 겨울에도 해가 꽤 길고 밤에도 여는 가게가 많았던 것이 참 좋았다. 우리는 밤산책을 나가 맛있어 보이는 타파스 집에서 야식을 먹고 또 한참을 걷곤 했다. 바르셀로나에서 먹은 음식도 대부분 입맛에 맞았는데, 치아가 까매지도록 먹은 먹물 빠에야와 얼굴이 빨개지도록 마신 상그리아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나 바르셀로나가 마음에 드는데 과거의 나는 왜! 바르셀로나에서 3박만 하기로 일정을 짰나 원망을 하며 4일 차에 짐을 싸서 숙소를 나섰다. 호스트와 본본에게 고마웠다고 꼭 다시 오겠다는 인사를 한 뒤 나와 공항버스에서 비행기 티켓을 확인했는데, 응? 비행기 탑승 날짜가 다음 날이었다! 확인해 보니 원래 항공권과 숙소 모두 4박 5일 일정으로 잘 짜놓고 나 혼자 헷갈려 4일 만에 포르투갈로 떠나려고 했던 것이다. 멋쩍게 에어비앤비에 돌아갔더니 호스트가 "어쩐지 이상했다"며 웃었다.


짐 싸고 떠나기 전 에어비앤비에서 / 진짜 맛있는 츄로스

마치 보너스로 하루를 더 얻은 느낌에 더욱 기분이 좋아진 우리는 바르셀로네타 해변으로 가 자전거를 탔다. 기분 좋은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전에 먹었던 맛있는 추로스와 타파스를 한 번 더 먹고, 보너스의 만족감과 함께 진짜 마지막 밤을 보냈다.




누가 지금까지의 여행지 중 어디가 제일 좋았냐고 물으면 나는 주저 없이 바르셀로나라고 답한다. 알고 보니 근교에도 예쁜 소도시들이 많아서 언젠가 꼭 숭이와 우탄이와 다시 한번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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