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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사람 May 07. 2024

삼원숭가족: 33살 부부와 9살 아이의 이야기-4

둘째, 아직 늦지 않았다는 여러분에게

우리 부부는 24살에 결혼하여 25살에 아이를 낳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의 아이를 낳고 싶어져 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우리 셋은 공평하게 나이를 먹어 현재 33살, 9살이 되었다.

요즘 다들 결혼도 출산도 늦게 하다 보니 주변에서 나한테도 아직 늦지 않았다고 둘째 생각 없냐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부부는 둘째를 낳을 생각도, 가능성도 없다.


나는 남동생이 둘 있는 장녀다. 동생들이 있어서 어렸을 때는 즐거웠고 지금은 든든한 것은 사실이다. 크면서 한번도 외롭다거나 심심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좋은 점과는 별개로 나는 내 나이에 맞게 자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삼남매는 출생순서에 따라 다른 속도로 자랐다.

나의 9살은 엄마아빠가 없을 때 동생들에게 김치볶음밥을 해줘야 하는 나이였고, 첫째동생의 9살은 누나를 따라 부모 없이 캠프에 갈 수 있는 나이였고, 막내동생의 9살은 집안의 유일한 어린이로서 압박감을 느끼던 나이였다.

우리 부모님이 특별히 잘못해서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아이 셋을 키우려다 보니 첫째인 나의 손을 빌리고 싶은 유혹을 뿌리칠 힘이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고, 동생들이 상대적으로가 아니라 절대적으로 어느 정도 성숙했는지 제대로 판단할 여유가 없었을 뿐일 것이다. 그리고 나도 같은 상황이 온다면 그러지 않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9살은 이래야한다”는 절대적 기준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난 숭이가 자기의 속도에 맞게 어른의 보호 아래서 잘 자라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족 내에서의 서열에 따라 더 어른스럽게 굴어야 하거나 더 어린애 취급을 받지 않고 말이다.


사실 주변에서 하도 둘째 안 낳냐는 질문을 많이 받다보니 점점 대답이 디벨롭되어 이만큼 장황해진 거지, 처음 내 대답은 “지금이 좋아서요” 였다. 정말이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만 같으면 좋을 정도로 행복하다.

아마 나 말고도 ‘지금이 좋아서‘ 혼자 사는 사람, 둘이 사는 사람, 동거만 하는 사람 등등이 많을 것이다. 앞으로는 자꾸 주변에서 같은 걸 물어볼 때 변명하듯 길게 늘어놓지 말고 한 마디만 합시다.


“지금이 좋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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