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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하지 않은 의도

by justit Feb 21. 2025
브런치 글 이미지 1

시간 계산이 모호한 경우가 있다. 예정된 시간에 딱 맞추면 좋겠지만 그러질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니 여지를 두는 것이다. 늦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른 것이 좋으니 조금 일찍 목적지에 당도한다. 그러면서도 사정은 왜 그럴까?
대부분이 상대에게서 늦은 당도를 맞는 것이다.
그러면 통상의 반응은 그렇다.
"응, 아냐 나도 조금 전에 왔어."
내가 먼저 와 기다렸다는 것에 뭔가 손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일 수도 있고, 상대가 늦었다는 변명을 무마시키는 배려, 먼저 도달했다는 괜한 자존감 등 누구를 만난다는 건 가벼운 설렘일 수 있으니, 그걸 참고 기다리기보다는 마음이 앞선 결과가 일찍 움직이도록 한  것이라는 게 보다 현실적인 모습일 것이다. 아무려면 어떤가?
오랜만에 사람을 만난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누구를 만날 약속을 한다는 건 예정된 시간을 잔뜩 기대하게 만든다. 물론 내키지 않는 만남을 제외하고 말이다. 이처럼 누구를 만난다는 건 글자 위로 스쳐가는 간접적 느낌과는 확연히 다르다.
"네 덕에 일찍 끝나게 되어서 고맙다"라는 표현에는 밋밋한 자구 자체로는 그냥 감사 인사로 보인다.
그러나 감정이 섟인 표현으로는 그 뜻이 다르다.
"네 탓에 목적을 달성 못하고 이렇게 허무하게 일이 끝났으니, 믿었던 내가 잘뭇이다!"라고 들린다면 그것은 확연히 다른 뜻이다. 객관으로 존재한디고 해석하는 것은 이런 차이를 보인다. 그래서 말은 해석이라고 한다.
"그래 잘했다"
"엄마 내가 잘한 게 뭔데?"
아들내미가 어릴 때 아내에게 야단맞을 때 벌어진 일이었다. 아내는 그만 배를 잡고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지만...

소통은 의사가 제대로 전달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오해에서 완성된다고 하는 말도 있지만...
우리는 서로가 진솔하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한다고  한다. 그러나 실은 그런 일은 많지 않다. 그래서 오해를 푼다느니, 제대로 된 해석을 한다느니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여지를 남기는 공간에는 사후에 수많은 합리화가 덧붙는다.
"그 뜻은 이런 의도로 말한 것이지..."
그럼 진실의 순간에는 무엇을 말했다는 말인가?
그런 후에 보충되는 것이 진실이라고 한다면 이 지점에서 만큼은 소통의 부진정성을 인정하는 셈이다.
물론 상황, 자신이 처한 위치, 태도 등에서 말은 완결되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서 사후에 이루어지는 것은 미처 인식하지 못한 그때의 상황을 소환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말은 정확하게 전달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을 일정 부분 덜어내지 않고는 소통이 있을 수 없다. 이는 입으로 내뱉는 소리이든 글자로 표현된 것이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진실은 오히려 말하지 않는 것에 있는 지도 모른다. 무수한 말들이 내뱉어지지만, 정작 실상은 가감되어 나타난다. 진실을 듣고자 하는 이야기들이 점점 기괴한 모습이 되는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말하는 의지, 의식만을 행위의 표현형으로 인정하니, 실상은 엉뚱한 결론을 낳기도 한다. 그래서 자기 방어의 무의식은 어딘가에 흔적을 남기는 데, 이것은 이성 중심의 세계에서는 매번 기각되는 것이다. 목적하는 바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 비롯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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