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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거 Jul 15. 2024

갈증 01

매화향

한 남자와 여자는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는 사회적인 압박은 마치 무겁고 차가운 족쇄 같았다. 그들은 서로 사랑했지만, 결혼으로 맺은 그 사회적인 계약은 그들의 갈증을 심화시켰다. 둘 다 이러한 현실에서의 절망과 갈망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민호는 충청남도의 새로운 신도시가 만들어지면서 이사 온 10년 차 고등학교 교사이다. 과학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면서 아내와 3년째 결혼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고, 이 결혼 생활은 아침 해가 뜨고 저녁에 노을이 떨어지는 하루와 같이 일상적이며 무난한 생활에 적응해가고 있었다.



그는 결혼 적령기라고 생각한 나이 30에 결혼하였고, 적은 월급이지만 학생들과 소통하면서 어린시절로 회귀하는 듯한 기분에 만족하면서 아침 일찍 출근한다. 편의점에서 커피와 담배를 사서 아내와 직장 사람들 몰래 연초를 즐기며 일탈한다. 연초를 피는 손에는 선명한 여름 피 같은 목장갑이 끼워져 있고 그 역한 냄새는 천으로 흡수 된다. 그 후 장갑을 뒤짚어 담배와 라이터를 넣고 트렁크 뒤에 검은색 짐바구니에 숨겨 놓은 뒤, 운전대를 잡으며 손 냄새를 확인 후 복숭하 향이 가득한 핸드크림을 바른다.


차에 올라타 운전대를 잡은 후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린다.

"아침형 인간인 저는 아침시간을 완벽하게 활용하고, 그 시간에 영어를 매일 꾸준하게 공부하는 것이 저의 장점이었어요. 그리고 영어를 잘하는 개그맨이 되었지요." 라고 말하는 개그맨이 TV 쇼에 나와 하는 말이 생각이 나서 유튜브 영어를 들으며 간다. 그리고 다음날 영어를 듣다가 빨간 신호등에서 재빠르게 어제한 프리머어리그 축구경기가 생각이 나서 토트넘 경기의 '손흥민 하이라이트'를 선택 후, 곁눈질로 보면서 운전을 한다.




민호의 직업 특성상 보통 최대 한 학교에서 5년 동안만 근무하고 다른 학교로 옮긴다. 그는 2024년 차가운 바람이 귓등을 때리는 2월에 새로운 학교로 이동하였다. 전 교직원이 모여서 회의하는 주간이 있었고, 새로운 길에 어린이 보호구역을 지나면서 속도를 적절히 조절하며 숙련된 실력으로 운전을 하였다. 벌써 4번째로 옮긴 학교에서 그는 103명의 사람들 중 한명이 되어 눈에 띄지 않는 맨 뒤 자리를 선점하고 주변 사람들을 관찰한다.


" 형님, 안녕하세요. 아가는 잘 크고 있고?" 마침 옆을 지나가는 5년 전 알고 지낸 김판석 선생님에게 짐짓 친한 듯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생략하고 형님이라고 하면서 크지도 작지도 않게 안부를 묻는다. 그러면서 모든 감각은 주변에 열려 있었다. 소담을 나눈 후 다시 시선을 앞으로 옮기며, 옆에 앉은 선생님에게 다시 말을 건다. 새로운 사람들이 핸드폰만 만지막 거리며, 눈 아프게 작게 프린트 된 새하얀 종이를 보고 있을 때, 나는 '여기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외롭지 않아.' 라고 마치 시위하는 듯 계속 이야기 거리를 만들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기시감에 눈을 돌렸는데  13시 방향에 머리를 단정하게 묶었지만 자신의 색깔이 들어나는 파마를 한 듯한 느낌에 입술 색깔이 붉은데 묘하게 교직과는 어울리지 않는듯한 도도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 우선 외향적으로 화려한 듯 절제된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민호는 교무부장의 소개와, 교장의 인사 등을 들으며 아무도 모르게 다가오는 도둑고양이 처럼 살금 살금 그녀를 훔쳐 보았다. 아무도 그를 신경 쓰지 않지만 마치 누가 자신을 보고 있는듯 조심스레. ..


다른 사람들과 차이점이 분명하다. 모두 프린트물, 또는 앞에서 귀에 들어오지 않는 말을 주구장창 오래된 코미디처럼 하는 사람들에게 또는 옆에 사람에게 집중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홀로 노트북을 켜고 집중하는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호기심이 동해서 둘째 날, 셋째 날에도 그녀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고 심장의 소리에 귀기울인다. 하지만 그녀가 보이지 않았고 뭔가 휑한 가슴을 쓸어 내린다.


마지막 날 그녀가 우연히 먼저와 앉아 있는 나의 옆을 바로 지나간다. 짐짓 모르는 척 앞을 보지만 온통 신경은 한 곳으로 집중되어있다. 그리고 향기가 났다. 매화의 그 은은하면서도 설레는 향기가..

장미처럼 진하지는 않지만 한 번 맡으면 잊지 못하는 그런 향기가 맴돈다. 온통 신경이 그녀에게 집중되고 나이는, 결혼은 했을까?, 무슨 과목일까?, 매화향이 나는 향수가 뭐가 있지? 생각이 빠지고 그렇게 2월이 지나간다.


그의 차 안에서는 매화향이 계속 감돈다. 그 향기를 간직하고 싶어 복숭아향 핸드크림을 새학기 전에 하얀 매화향이 약간 들어간 것으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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