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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길냥이

by 트래거 Dec 0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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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를 배회하는 모습이 자유롭다.

분명 배고프고 비루한데 그 걸음걸이는 자유롭다. 비루하다고 생각하는 건 내 고정관념이구나.

인간들의 세상에 사는 내가 비루한 건데 말이야


먹을 것을 찾아다니는 너는 걱정이 없어 보인다.

걸어 다니다 보면 누군가 주거나, 없으면 우아하게 쓰레기라도 뒤지면 될 테니

쓰레기를 뒤진다고 쓰레기 같은 생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한 개의 목적만 가지고 살아본 적이 있던가. 갓 태어난 아이에게는 그러한 생존의 욕구가 있었겠지.  


건조대에 매달린 빨래 마냥 누워있는 너는 햇볕의 사랑을 받는다. 태양은 너를 위해 존재하며 그걸 당연시하는 모습이 경이롭다.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보다 누군가를 위해 존재하는 삶을 살고 있는 자신에게 쓸쓸한 한숨을 내뱉는다.


요새 자신의 모든 걸 버리고 잊고 다른 나라로 가는 드라마, 영화들이 나온다. 용기가 없어서 해보지 못한 그런 것들이 새삼 눈에 밟힌다.


다가올 듯 안 올 듯하는 길냥이의 모습에 애가 타지만 내 감정은 상관없다는 듯이 그 옆을 지나간다. 속이 끓어서 손을 뻗기라도 할라치면 가볍게 피하면서 여덟 발자국 정도 멀어진다. 시선을 한 번 쓰윽 준 채 다시 자신이 할 일을 한다. 누군가와 닮은 듯한 그 모습에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눈물을 닦으면서 저렇게 살아보리라 다짐하면서

무거운 발걸음으로 계단을 오른다.

시린 은색 수갑이 채워진 손으로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 문을 연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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