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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지구의 너희들
15화
눈
눈의 의미
by
트래거
Nov 2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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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려옵니다.
새하얀 천사가 날개를 펼치며 속삭입니다.
"너에게 곧 가겠다고"
어둠속에서 반딧불이 처럼 온 세상을 밝혀주는 네가 있어서 춥고 시린 겨울을 견딜 수 있다
말해줍니다.
너를 만지면 분명한 차가움이 있습니다. 마치 내 잃어버린 사랑과 같이 손끝을 타고 신경다발을 마비시켜 찌릿 거립니다.
첫눈이 오면 같이 즐기자던 이는 멀리 떠나고
새로운 하얀 생명이 소복소복 거실 창문에, 싱크대 위 작은 창에, 침실 커튼 사이로 쌓여져 갑니다.
이 솜털 같은 생명들도 언젠가는 녹겠지.
녹아서 물이 되고 다시 하늘로 올라가겠지.
새하얀 눈이 되서 다시 내리기를 소망합니다.
그때면 그 기억들도 눈으로 변해서
나에게 오겠지요.
얼굴을 들어 하늘을 바라봅니다.
눈들이 내 살갗을 파고들어 녹듯이 사라집니다.
나의 시간들도 그렇게 하나하나
나의 추억들도 그렇게 하나하나
눈가에 닿은 하얀것들이 투명하게 바뀌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눈들이 눈물이 되어서 흘러내리고
눈들이 파고들어 어느새 눈가에 주름을 만듭니다.
아
다음에 내리는 눈에는
어느 것이 보일지
아니면 어는 것이 사라질지
그 기다림이
설레며 싫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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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 미래 흐르는 시간을 표현하고 싶고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고 싶은 트래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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