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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래된만년필 Sep 04. 2024

호스텔vs호텔, 예약앱은 뭘쓰지?

터키-발칸반도 여행기(4)

이스탄불에 돌아온 이유가 다음 여행을 위한 준비였고 이에 걸맞는 숙소를 검색했다. 다들 겪는 문제지만 호텔/숙소 예약 서비스에 올라온 호텔측 사진만으로는 실제 컨디션을 확인하기 어렵고 리뷰들을 참고해도 실제로 가보는 만큼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지난 일정중 올드타운과 갈라타타워 근처 지역을 확인했기때문에 그 지역들은 제외하고 탁심광장 근처로 거점을 정하고 그쪽을 검색했다. 합리적인 가격에 특히 Agoda에서만 특가할인을 해주는 호텔이 있어 조금 고민하다 3박을 예약했는데 카파도키아에서 돌아와 호텔로 가보니 예상과는 전혀다른 컨디션의 숙소였다. 위치면에서 택시혹은 도보로도 접근하기 매우 힘든 언덕에 위치했으며 위생상태 역시 바퀴벌레나 베드버그도 의심될 상태였다. 당장 숙소를 바꾸고 싶었지만 대부분의 호텔 플랫폼 서비스가 그렇듯 특가 프로모션은 예약을 변경하거나 환불하기 불가능하도록 설계해두었고 내 예약건도 이에 해당했다. 속상하고 불편했지만 일단은 이곳에서 머물기로 결정하고 자리를 잡았다.


여행중 꽤나 오랜시간 고민했던것이 숙소 선택과 어떤 플랫폼으로 예약을 할 것인가 였다. 20대에 그랬던 것처럼 호스텔/게스트하우스 에서 묵을지 돈을 좀 더 써서라도 호텔/AirBnB등 단독룸을 사용할지 결정하는게 어려웠다. 각각의 장단점은 확실하다. 공용객실을 사용하면 잠자리가 좁고 불편하며 씻는것도 신경쓸게 많아진다. 도난 우려가 있어 짐을 관리하는 것도 꽤나 스트레스요소이다. 하지만 여행에 큰 즐거움중 하나인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는 재미가 있다. 항상 좋은 사람들을 만날수는 없지만 열린 가능성이 여행을 설레게한다. 숙박비를 1/3로 줄일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다. 단독숙박을 한다면 정가 그대로 숙박비를 내야하며 새로운 친구들을 사귈 기회도 없지만 쾌적한 잠자리에서 제대로 된 휴식을 할 수 있고 AirBnB를 잘 이용하면 세탁기/건조기도 이용할 수 있는 등 편리함 면에서 장점이 있다.

숙박방법을 결정했다고 해도 어떤 플랫폼으로 예약을 이용하는지도 고민거리다. 단일 플랫폼을 이용해야 포인트/마일리지 적립을 최대로 할 수 있고 고객 등급이 올라감에 따른 혜택도 많이 누릴 수 있다. 출장간 많이 쌓아둔 매리어트, 힐튼 등 호텔 체인 숙박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Agoda, Hotels.com, Booking.com, Hostelsworld 안에서 고민이 이뤄졌다. 호텔스닷컴의경우 10박을 하면 1박을 무료로 주며 부킹닷컴은 일정회수 이상 이용하면 조식을 무료로 이용할수있는 혜택이 있다. 아고다는 일부 호텔에서 특가를 제공하기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서비스였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보니 모든 플랫폼들을 골고루 사용하게 됐지만 계획을 잘 짜는 여행자라면 이를 전략적으로 선택해 최대 효과를 누리는것이 좋겠다. 내 경우 호스텔:호텔:AirBnB 비율을 3:1:1 정도 비율로 이용했다. 에어비엔비에서 세탁기를 이용해 하루쯤 개인정비를 하는 시간은 여행 피로도를 많이 줄여주니 참고햐면 좋을 것 같다.



탁심광장근처 언덕에 위치한 호텔 위치 특성상 조금 내려오면 트램을 이용할 수 있고 다음날은 트램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서울로 치면 청담동정도 느낌에 해당하는 Bebek 지역에서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베벡에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카페들이 여럿 있는데 꽤 규모가 큰 스타벅스 매장이 있어 이곳에서 휴식을 취했다. 해협을 따라 남쪽으로 걷다보니 수영할 수 있도록 만들어둔곳이 있었다. 현지 어린이들이 수영하고있고 튀르키예 사람들도 근처 공원에서 편안하게 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이들과같이 물에 들어가 놀고싶었지만 들고있는 짐이 많아 참을 수 밖에 없었는데 여기 아이들도 얼굴 하얀사람을 좋아하는걸 느낄 수 있었다. 트램을 타고 내려가 돌마바흐체 궁전으로 향했는데 입장료가 외국인 관광객 대상으로 심하게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 들어가지 않았다.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은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이곳 입장료 역시 못 낼 정도로 비싸서 들어가지 않았다기 보다는 당시 여행 경비의 흐름으로 봤을때 이 것만 특별히 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이런 결정을 하게 됐다. 숙박을 고급호텔에서 하며 터키 관광을 온 것이라면 돌마바흐체 궁전 입장료도 감당할 만한 수준이지 않았을까 싶다.



이후 이스탄불 일정은 대부분 먹고 휴식하는 시간들이었다. 탁심광장에서 탄투니 케밥을 사먹고 너무 헐어있던 동생이사준 나이키 맥스90을 대체할 하얀 운동화를 하나 구입하고 아침엔 튀르키예 사람들이 아침으로 많이 먹는 Börek 에 차이를 즐겼다. 앞서 말했던 숙소는 3박 일정 중 2박만 채우고 다른 호텔로 옮겼다. 왠만하면 다 채우고 있으려 했지만 둘째 날 밤에 화장실 조명이 나가는 트리거가 있었기에 맘편하게 남은돈을 매몰비용으로 처리하고서라도 숙소를 옮길 수 있었다. Kagithane 지역의 메리어트 호텔 체인인 Delta Hotel로 이동해 정말 오랜만에 고급 호텔에서 꿀같은 휴식을 취했다. 수영장에서 물에떠서 멍때리고 뽀송한 침대 시트에서 누워 돈맛을 맛보고 근처 쇼핑몰에 들렀다. 푸드코트 층에 올라 어떤게 맛있나 둘러보다가 빕스나 아웃백정도 느낌이 나는 레스토랑이 있길래 들어갔다. Bursa Kebap House라는 곳이었는데 메뉴판에 그림부터 매우 먹음직스러웠다. 고기에 버터를 끼얹어서 요리하는 케밥을 이스켄디르 케밥이라고 하는데 이스켄디르라는 사람이 처음 개발해서 그런 이름이라고 한다. Döner 역시 사람 이름이었다고 하니 이지역 음식이름은 김명자굴국밥, 마복림떡볶이 정도의 작명센스가 아닐까 생각했다. 이스켄디르케밥은 그림에 걸맞도록 매우 훌륭해서 자제력을 잃고 과식을 했다. 더부룩한 배를 제로콜라로 달래며 이스탄불에서 휴식하는 마지막 밤을 보냈다.

다음날 네번째 방문하는 이스탄불 국제공항으로 향해 다음 행선지인 파묵칼레, 데니즐리 공항행 비행기를 탔다. 이스탄불을 정리하자면 서울에 전국 맛집들이 모여있는 것처럼 흥미롭고 맛있는 음식들이 많고 멋진 볼거리가 있는 즐거운 도시였다. 이천만명이 사는 이 도시를 한번에 보는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 백종원씨가 그랬던 것처럼 살면서 자주 들러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스탄불카르트를 지갑 깊숙이 챙겨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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