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발칸반도 여행기(5)
터키 여행 영상이나 서적에서 꼭 다뤄지는 대표적인 튀르키예 관광지로 앞서 다룬 카파도키아와 이번에 다녀온 석회온천 파묵칼레가 대표적이다. 사진속에서 보이는 새하얀 석회 언덕과 그곳에 고여있는 온천수, 그리고 그 물에 비친 예쁜 하늘은 나도 여기 꼭 한번 가보고싶다는 욕망을 심어줬다. 이번 여행은 요즘 세상 트랜드에 맞춰 Youtube 영상들을 많이 참고했는데 일부 보정 및 왜곡이 생기는 사진들과는 달리 실제와 비슷하게 표현되는 영상클립 속에서도 파묵칼레는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줬고 튀르키예 세번째 여행장소로 이곳을 골랐다.
이스탄불에서 파묵칼레를 향하는 관문도시 데니즐리까지 차로 열시간정도 걸리지만 항공편으로 오니 비행시간 한시간남짓에 데니즐리공항에서 데니즐리 버스터미널이 있는 시내까지 40분정도 추가해 두시간이 채 안걸려서 숙소까지 올 수 있었다. 튀르키예 국토 면적은 대한민국보다 훨씬 커서 직접 비교하긴 어렵지만 대전정도의 위치에 위치해 전국 어디로든 버스로 이동할 수 있는 교통의 요지인 데니즐리에서는 군 입대하는 장병을 배웅하는 재미난 풍경을 볼 수 있었다. 호텔이 버스터미널 바로 뒤편이었는데 큰 소리로 사람들이 노래하는 소리가 들려 무슨일일까 궁금했다. 저녁시간 터미널에 가보니 사람들이 출발하는 버스 앞을 막고 다같이 노래를 불렀다. 그중 한사람에게 무슨일이냐 물으니 군입대하는 사람을 배웅하는 중이라고 했다. 자세히 보니 거수경례하는 아저씨들과 서로 안으며 위로하는 가족들도 눈에 띄었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튀르키예 국가라고 했다. 출발하는 버스를 막으니 동승자들은 본인 일정이 늦어지는 샘일테지만 그 누구도 불평하지 않고 버스기사도 이를 이해해주는 모양새였다. 여기 사람들 표정을 읽는것이 익숙하지 않지만 그들의 표정에서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세상 사는거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석회온천이 있는 파묵칼레까지는 미니버스인 돌무쉬를 타고 20분정도의 거리인데 숙소를 데니즐리에 잡고 가볍게 왕복하는 계획을 세웠다. 가능하다면 물속에도 들어갈 생각이라 방수가방에 수건도 챙겨서 반바지처럼 보이는 수영복을 입고 바로앞 버스터미널에서 파묵칼레로 가는 돌무쉬를 탔다. 도착하니 오후1시쯤 됐는데 햇빛이 매우 강했다. 게다가 빛을 반사하는 하얀색의 특징때문에 이시간에 석회온천에 들어가면 큰일나겠다 싶어서 밑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유튜브 영상들속에서 꼭 라면을 사먹는 모습이 많이 등장하길래 아시아음식들을 파는 중국인 식당에 들러 신라면을 하나 주문해서 먹었다. 내가아는 신라면이랑은 본질이 많이 달랐지만 흰 언덕을 볼수 있는 멋진 뷰포인트를 갖고있어 만족스러웠다.
이곳 파묵칼레 다음에 갈 여행지와 할 것들이 열려있는 상태였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여행을 이어나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가 우연히 니체가 구분한 여행자의 다섯 구분에 대해 보게 되었다. 첫번째는 관광지 속 하나의 풍경이 되어 다른사람에게 관찰의 대상이 되는 자. 둘째는 그를 관찰하는 자. 셋째는 그 관찰속에서 체험하고 발견하는자. 넷째는 그 체험을 본인것으로 체득하는자. 마지막 다섯번째는 이를 돌아와서 일상속에 적용하는 자. 이렇게 다섯 으로 구분했다. 어느 곳을 갈지에 대해서는 다른이가 쓴 글이나 지도등을 통해 정보를 취득해 시작해야겠지만 이후 여행 단계에 있어서는 어떤것들에 무게를 두고 행동해야할지 깊이 고민하게 하는 울림이 있는 글이었다. 우선 그저 입장료만 내고 다른사람들에 관찰에 대상만 되는 여행가는 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며 뜨거운 햇살속에서 파묵칼레 언덕으로 올랐다.
터키의 경제상황이 좋지않아 인플레이션이 매우 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실제로 내가 찾았던 여행정보와 실제 가격은 많이 다른것이 많았다. 이곳 파묵칼레 입장권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는데 요즘에는 유로기준으로 그날 환율에 맞춰 티켓값이 적용됐다. 인플레이션이 생각보다 많이 심하구나 느낄수 있는 지점이었다.
들어가는 길은 일정높이 이상부터 맨발로 이동해야했다. 바닥이 매우 뜨겁고 몇멸 날카롭거나 뾰족한 석회석 구간이 있어서 꽤나 긴장하고 걸어가야 했다. 사람이 붐벼서 줄지어 이동하기때문에 나만 그곳을 지나치지 않고 돌아가는것은 불가능했다.
올라가며 보니 아름다운 사진속 석회온천과는 좀 거리가 멀었지만 태어나서 처음보는 광경이라는 점과 경이롭도록 아름답다는점은 변하지 않았다. 모두가 그런 선택을 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준비해온만큼 온천수에 몸을 담갔고 기분이 꽤 좋았다. 석회온천 언덕 정상에 오르니 히에라폴리스 고대도시를 볼 수 있었는데 그리스 유적지같은것들이 비교적 좋은 상태로 보존되어있었다. 이곳에서 한국인 여행자 두명을 만났다. 히에라폴리스 원형극장을 둘러보며 하고있는 여행에대한 짧은 대화를 나눴는데 두 친구 모두 나보다 여행일정이 훨씬 길었고 그들이 세계여행을 결심하게 된 이야기를 듣고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일이 일어나려면 그것을 결심하기 위한 어떤 내적 동기가 다들 하나씩 있구나 다시한번 생각했다.
두 친구중 개발자로 일한다는 친구와 함께 데니즐리에 돌아와서 코코레치(소곱창 케밥)를 먹고 방으로 돌아왔다. 다음 여행지를 어디로 고를지 고민했는데 같은팀 친구가 추천했던 욀루데니즈로 결정하고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