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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래된만년필 Sep 11. 2024

배를타고 만난 그리스 첫느낌

터키-발칸반도 여행기(7)


터키에서 해로를 이용해 그리스로 이동하는 방법은 그리스 기준으로 키오스, 코스, 로도스 섬을 이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 위치하고있던 페티예에선 로도스 섬을 통해 그리스로 입국할 수 있었고 다른 항구에 비해 배의 출항 스케쥴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니었다. 아침 08시경 출발해 두시간이 좀 넘게 걸린다. 로도스에서 관광이나 식사를 하지 않고 바로 항공편을 이용해 아테네로 이동하는 계획을 세웠는데 항공편이 1시 10분 출발이라 계획을 짜는 시점에는 어느정도 여유가 있을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로도스는 생각보다 큰 섬이었고, 실제로 이동을 해보니 결코 만만치 않은 일정이었다.

여기에는 몇가지 이유들이 있었는데 현지 교통사정을 전혀 모른다는것이 큰 이유였다. 전세계 어디를 여행하든 구글지도의 정보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데 터키에서도 그랬지만 이를 전적으로 신뢰할수는 없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니 현지 버스 스케쥴과 만석여부등이 큰 변수로 작용했고 버스정류장의 위치도 실제와 다른경우가 더러 있었다. 가벼운 몸으로 이동한다면 민첩하게 이동해서 대응하기 좋았겠지만 커다란 백팩을 앞뒤로 맨 내 상황은 거동이 불편해 재빠르게 이동하기 쉽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예상하지 못한것은 국경을 넘는 이동이기때문에 출입국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배에서 내리기전부터 문앞에서 대기해 제일빨리 뛰어가 리스크를 줄였지만 꽤 마음졸이는 시간이었다. 공항에 도착하니 그리스 AEGEAN 항공사 카운터에서 좀 일찍 오시는게 좋겠다는 잔소리를 들었다. 저가항공이라 위탁수하물이 제공되지 않아 백팩을 계량하는 문제도 있었는데, 다행히 기내태그를 붙이고 기내에 반입하는데 성공했다. 작은 쇼핑백들에 나눠담으면 어느정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 빠른걸음으로 탑승구까지 도착했지만 힘빠지게도 비행기는 3시간가량 지연됐다. 그럴수도 있지, 하며 생각했지만 다른 탑승객들은 꽤나 화가 난 모양이었다. 아테네에서 환승편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비행기 바퀴가 닿자 마자 서두르는 모양새였다.


바쁜 와중에도 대기하는 시간동안 주변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대부분 이 섬에 가는 사람들은 휴가를 온 유럽 관광객들이었다. 가족단위가 6할 커플 관광객이 4할정도 됐다.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한 튀르키예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그리스 음식도 맛보고 유적지도 볼 겸 그리스 섬으로 짧은 투어를 다녀오는 모양새였다. 배에서 내려 버스정류장까지 20분정도 걸으며 만난 섬 관광객들은 매우 행복해보였다. 동남아 여행을 하며 따뜻한(더운)나라 사람들은 행동이 느리고 성격이 느긋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로도스에서 만난 사람들도 비슷한 느낌을 줬다. 휴가를 왔으니 당연히 기분이야 좋겠지만 이 땅이 주는 기운이 매우 긍정적이고 행복한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해커들이 가독성은 똑같이 유지하면서도 일반적인 키워드 검색을 회피하거나 혹은 멋짐을 표현하기 위해서 쓰는 LEET문자라는것이 있다. 거기에 활용되는 특수문자와 숫자들이 있는데 거기서 사용되는 그리스 문자들이 일부 있는데 평소에는 전혀 볼 일 이 없어 신경을 써본적이 없다. 어렸을적 수학이나 물리공부를 할때 abc가 아닌 알파,베타,감마 등을 사용하곤 하지만 이역시 살면서 마주하기는 쉽지 않은 문자이다. 그런데 이 생소한 문자를 입국하면서부터 피부로 마주하게 됐다.

터키에서는 대부분 알파벳으로 표기를 하기에 큰 문제없이 지냈는데, 오자마자 다급한 와중에 글자를 못읽으니 멘탈이 흔들렸다. 태국이나 캄보디아를 갔을때는 결국 포기할 수 밖에 없었는데 여기서는 이 문자를 읽는걸 포기하면 여행이 많이 힘들어질것 같아 문자를 우선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지금은 많이 까먹었지만 우리가 P로 읽는 알파벳을 R로 읽는다는걸 깨닫고나니 엉금엉금이지만 글을 어느정도는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비행기에서 스무살때 봤었던 엑소더스라는 단어가 EXIT의 그리스어라는것을 깨닫고는 신기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새로운 것을 배워가는 즐거움도 여행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구나 느꼈다.


배편으로 하루가 꼬박걸리는 로도스-아테네길은 비행기로가니 한시간도 채 안걸렸다. 비행기가 많이 지연되어 기장님이 많이 밟으신 모양이었다. 공항에 와서 첫 느낌은 유럽인들이 당신들의 정신적 뿌리라고 생각하는 이 관광대도시의 공항이 이정도밖에 안된다고? 하는 생각이었다. 규모나 시설면에서 기대에 많이 못 미친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는 이후 그리스 여행을 하면서도 계속 느낄 수 있었다. 시내 외곽에 위치한 한인민박을 거점으로 삼았기때문에 공항철도/지하철을 타고 메트로 몰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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