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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래된만년필 Sep 19. 2024

20년경력 그리스 사장님 원픽, 메테오라

터키-발칸반도 여행기(9)

메테오라는 기차역 기준으로 칼람바카역에 해당한다. 그리스를 세로로 봤을때 중심부쯤에 위치하며 그리스어로 공중에 떠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기암절벽 위에 세워진 기독교 수도원들이 여러군데 있으며 아래에서 수도원을 올려다보는 풍경은 물론 수도원 쪽에서 칼람바카 마을과 해가 뜨고지는 모습을 보기에도 멋지기로 유명하다. 아테네 한인민박 사장님은 그다지 그리스 유적에 관심이 없는 네게 메테오라를 보지 않는것은 거의 신성모독이라며 반드시 가야한다고 강조하셨고, 이정도 추천이라면 가볼만 하다는 판단이 들어 발칸반도를 향해 올라가는 중간 여행지로 고르게 되었다. 기차역의 이슈로 아테네에서 바로 기차로 오지는 못했고, 트리칼라 라는 중간도시에서 버스로 갈아타고 칼람바카 역으로 왔다. 마치 광명역 셔틀버스를 타고 안양쯤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가는길에 메테오라 관광에 대해 알아보니 마을에서 수도원까지는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고, 교통수단이 필요했다. 투어상품도 있고 렌트카를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스쿠터나 전기자전거를 이용해 여행이 가능하다는 정보를 얻고 후기를 찾아보니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현지에 도착해 가격을 비교해보고 어떻게 이동할지 결정하기로 했다. 버스에서 내리고 예약한 호텔까지 걸어가는 길에 바로 구글맵에서 핀해둔 바이크 렌탈샵이 보였고, 마침 늦은시간임에도 운영을 하고 있길래 들어가서 몇마디 나눠보았다. 스쿠터는 125CC였는데 상태도 괜찮고 내 계획을 어느정도 이야기해주니 장사수완이 좋은 아저씨는 나에게 이런저런 추천을 해줬다. 특히 스쿠터를 이용하려고 마음먹었다면 석양을 놓치는건 너무 아깝다고 강조했다. 짐도 풀기 전이라 조금 망설였지만 보관을 해줄테니 다녀오라길래 한인민박 사장님의 추천도 생각나고 해서 24시간 빌리는 계약을 하고 스쿠터를 이용해 석양 포인트로 이동했다.

렌탈샵 사장님이나 한인민박 사장님이나 추천을 할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라가며 보이는 풍경도 예술이었지만 바위산 위에는 분위기있게 석양을 즐기러 올라온 사람들이 꽤나 많았고, 30분정도 바라보니 그 많은사람들이 올라와서 감상할 만한 가치가 있는 풍경이었다. 충분히 즐기고 내려와서 짐을 챙겨 호텔로 이동해 체크인했다. 배가고파 아테네에서 만난 친구가 선물해준 진라면하나를 해치웠다. 선물해준 친구에게 참 고마웠다.



다음날 느즈막히 일어나 호텔 조식을 먹었는데 내가 너무 늦게 나와서 다른 손님들은 이미 식사를 끝난 관계로 나를위해 따로 조식을 차려줬다. 나를위해 수십개의 음식을 세팅해주는걸 보니 황제대접이 이런걸까 생각이 들었다. 메테오라 여행은 오늘 끝내고 바로 동쪽방향인 테살로니키로 이동할 계획을 세웠기때문에 버스터미널에 가서 두시쯤 올라가는 버스티켓을 구매했다. 구매하고 물을챙겨 공중 수도원 구경을 하기위해 출발했는데, 마을 초입에서 문제가 생겼다.

그리스의 도로는 생각보다 상태가 안좋았고,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미끄러웠다. 출발한지 얼마 되지않은 헤어핀구간에서 오르막길 코너를 돌다 왼쪽으로 쓰러졌고 팔에 찰과상을 입었다. 당시에는 너무 놀라 우선 진정하고 있었는데 동네 마을 주민이 넘어진 나를 보고 렌탈샵에 연락을 해줘서 렌탈샵 사장이 나를 픽업하기 위해 찾아와줬다. 데려가서 소독과 함께 응급처치를 해줬는데, 정말 오랜만에 악 소리가 날 정도의 고통을 느꼈다. 살아있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사장님은 나에게 그래도 수도원 보고 올거지? 라고 물었다. 물론이지 라고 대답하고 안아픈척 태연한척 하며 다시 수도원을 보기위해 나섰다. 원래 모든 수도원을 다 방문하려고 했는데 일단 제일 큰 수도원 하나라도 보는것으로 급히 목표를 수정하고, 길을 떠났다.


아픈 와중에도 수도원 관광은 꽤나 가치있는 시간이었다. 차량으로 올라왔어도 수도원까지는 꽤나 많은 계단을 타야했고 배나온 백인 관광객들은 많이 힘들어했다. 나는 그동안 계단을 타며 길러온 체력으로 수월하게 올라왔다.

수도원은 오랜 세월 기독교를 지켜온 만큼 여러 유적들과 멋진 풍경을 갖고있었다. 종이가 귀했던 시절의 오래된 성경책들은 멋진 소장품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뿐만아니라 기독교 성인들의 그림들도 있었는데, 그 중 삼각자를 들고있는 사람이 있어 이 사람은 참 괴이하다 생각했었는데, 인터넷이 잘 터지는 곳으로 내려와 거기서 찍어온 사진을 번역해보니 그리스의 수학자 피타고라스였다. 그 옆에는 철학자 소크라테스도 있었다. 이 나라에서는 위인들도 성인 취급을 해주는구나 하며 신기한 마음이 들었다.


모든 수도원을 가보지는 못하고 제일 큰 수도원이 서쪽 끝에 위치해있었기 때문에 제일 동쪽 수도원을 가보는것으로 수도원 투어는 마무리했다. 통증이 있어서 제대로 감상하지는 못했지만, 가능한 선에서 충분히 즐겼다고 생각하고 만족하며 다시 마을로 돌아왔다.


나를 캐어해준 렌탈샵 사장님에게 감사를 표했는데 그는 반납후에도 나를 많이 챙겨줬다. 터미널까지도 차로 데려다줬는데 아픈와중에 도움을 받으니 너무 고마웠다. 여행기를 쓰는김에 구글맵에서 이 렌탈샵 후기도 올려야겠다.

테살로니키로 향하는 버스터미널에서 한국외대에서 어학연수를 왔다가 짧게 메테오라로 여행온 친구들을 만나 짧게 대화를 나눴다. 외대 학생들의 세계적 감각은 이렇게 키워지고 있구나 느끼며, 그리스의 세번째 도시 테살로니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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