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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래된만년필 Sep 09. 2024

터키에서 만난 반짝이는 지중해

터키-발칸반도 여행기(6)

언어학을 전공하고 여러 외국어에 능통하며 해외경험이 많아 나와 함께 해외사업을 하는 친구가 있다. 끌리는 다음 여행지가 없어서 고민하던중 본인이 봤던 바다들중 Top 3안에 드는 아름다운 바다가 있다고 이곳 욀루데니즈/페티예지역을 추천해줬다. 튀르키예는 서쪽에 에게해와 남쪽에 지중해를 마주하고있어 여러 해안 관광도시가 발달했는데 너무 많아서 고르기가 더 어려웠다. 추천받은 이 도시는 기대한 것 이상으로 나에게 큰 행복을 선물했다. 여행이 끝나고 친구를 만나 좋은 장소를 추천해주어서 특별히 고맙다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누군가가 튀르키예에 쉬러간다고 이야기한다면 망설이지 않고 이곳 욀루데니즈를 추천할 생각이다.


교통이 발달한 데니즐리에서 페티예까지는 버스로 서너시간가량 걸렸다. Obilet 앱을통해 좌석을 직접 선택해 예약했는데, 평일 낮시간에 휴양도시로 이동하는사람은 나를 제외하고 없어보였고, 중간에 들리는 마을에 가는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동하는동안 어디에서 머물지 고민했다.

숙박유형에대한 고민, 호스텔로갈지 호텔로갈지 고민 외에도 거점을 정하면 거기서부터 파생되는 이동의 제한이 생기기때문에 누구나 숙박지를 고를때 고민을 할 것이다. 나는 앞선 글에서 이야기했듯 현지 정보를 최대한 습득해 선택을 내리는것을 선호하기때문에 가는동안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페티예 버스터미널에 내려 항구도시로 출발했다는 이 도시의 특성상 항구쪽을 먼저 둘러보기로 결정하고 백팩을 매고 그쪽으로 걸어갔다. 30분가량 걸어보니 항구 앞에 바로 놀거리가 있는것은 아니었고 이곳에서 주변에 위치한 해변으로 이동하는 교통이 잘 발달되어있어 항구근처 호스텔에 도미토리로 잠자리를 정했다. Sakura Hostel이었는데 시설이 청결해 마음에들었고, 호스트도 친절해서 기분이 좋았다.


호스텔 리셉션에는 보통 그 지역 여행을 빠르게 캐치업 할수있는 정보들이 많이 있다. 투어 상품들을 보니 내가 방금 다녀온 파묵칼레까지 다녀오는 투어도 있지만 페러글라이딩, 보트투어같은 상품들이 눈에 띄었다. 페러글라이딩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욀루데니즈 여행에 반절은 차지하는 보트 투어 하기로 했다. 이지역 유명한 보트투어들이 있는데 선상클럽처럼 신나게 노는 상품을 누군가가 개발했고 뒤따라서 팔로워들이 생겨난 것 같았다. 그 출발은 ‘드래곤’이라는 선사였던 것 같고 따라서 관광객들에게 제일 인기가 좋았다. 인기가 많아 예약이 어려울수 있다기에 텔레그렘 메시지를 보내 예약가능여부를 문의했고, 가능하다기에 큰 고민 없이 다음날 예약을 했다. 객실에 올라가 다른사람들과 좀 이야기해보니 호텔에서 픽업서비스를 제공해주는 보트투어도 있는데 왜 그걸 예약했느냐고 묻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돌아보면 욀루데니즈까지 내가 직접 이동하는 수고를 들이더라도 다른 소규모 투어들보다 내 선택이 더 나았다는 생각이 든다.

오후시간이 남아 낙조가 아름답다는 찰리스 해변을 가기로 했다. 돌무쉬로 15분정도 거리였는데 멋진 일몰을 본 것 보다, 음료사러 들어간 LIDL 슈퍼마켓에서 패싸움을 본게 더 기억에 남았다. 정확한 시비붙은 이유는 모르지만 남자 다섯명정도가 화내는 한명을 말리고있었고 그 상대방 남자가 선빵을 치면서 싸움이 시작됐다. 처음에 주먹으로 서로 때릴때까지는 그런가보다 했는데, 5:5정도 패싸움으로 커지면서 이놈들이 주변 지형지물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2미터가 넘는 각목을 가져와서 휘두르는 놈이 나오더니 그 상대방중 하나는 가게 의자를 집어와서는 체어샷을 날렸다. 나도 구경하다 어느순간 두려워서 도망갔는데, LIDL 슈퍼마켓 안으로 어떤놈이 들어가는걸 보고나서 공포감이 커졌다. 마트에는 흉기가 될만한 것들이 꽤 많고 여기서부터는 불똥이 튀면 나에게도 위협이 될거같다는 생각이 들어 안전거리 밖으로 도망쳤다. 흉기를 쓰는 일은 다행히 없었고, 생긴거만 털이 수북하지 생각보다 싸움기술은 없었던 모양인지 피흘리는사람은 많았지만 중증환자는 발생하지 않은것 같았다. 여럿은 체어샷이 나오는 시점에 냅다 도망쳐서 싸움이 크게 번지지 않은 탓도 있었다. 의도치않게 패싸움구경을 하고 두근대는 상태로 찰리스해변 낙조를 감상했다.


다음날 öludeniz 해변에서 출발하는 Dragon 보트투어를 타러 향했다. 해변 구경도 할겸 아침일찍 이동했는데 이름아침부터 페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착륙지가 특별한 비행장이 있고한게 아니라, 산 정상에서 출발해 해변 도로 한가운데 착륙하는 시스템이었는데 이곳에서는 일상으로 보였다. 해변을 따라 멋지고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 보였고 영국식 아침식사를 파는 가게들이 많았다. 나는 배에서 먹을것을 살 겸 슈퍼마켓에 들려 빵과 피스타치오, 과자를 좀 사서 보트투어에 올랐다.

투어 프로그램은 동남아에서 많이 진행하는 호핑투어를 생각하면 되는데, 보트 크루들이 신나는 음악들을 틀며 분위기를 열심히 관리하고, 술/음료 주문을 받아 매상을 올리는 시스템이라고 보면 된다. 초반부터 주문을 이끌어내기위한 직원들의 노력이 가상해 몇번 거절하다고 중반쯤되면 많이 사먹게된다. 술을 마시지 않았던 나는 차이를 서너잔 마셨다. 일찍 도착한 편이라 뒤쪽 햇빛 가림막이 있는 좋은자리에 자리잡은 내 근처로 중국사람들 터키사람들이 자리잡았다. 나중에는 이 친구들이랑도 이야기하게 됐는데 자리선정이 이 투어에서 꽤나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중해 바다는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다움을 갖고있었다. 그 아름다움과 동화되고싶어 몇시간동안이나 바다속에서 헤엄쳤고, 많이 행복했다. 바다에 들어가 유영하다가 올라와서 따뜻한 차이한잔 마시고, 다시 물에들어갔다가 올라와서 음악듣고 하는 반복이었다. 함께 배에오른 많은사람들도 행복해하는 모습들이었다. 특히나 커플 관광객들은 신혼여행 온것 마냥 함박웃음을 짓고있어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나도 언젠가 연인과이곳에 오리라 생각했고 중국에서 온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친해졌다. 여행에서 마주하는 여러 즐거움들이 있다. 인간이 만든 건축물을 보고 느끼는 감정, 사람들과 교류하며 얻는 즐거움, 마지막으로 자연경관이 주는 감동이 있는데 욀루데니즈는 사람과 자연경관면에서 훌륭하다. 꼭 다시 와야겠다.

튀르키예가 품고있는 바다를 경험해보고나니 이 나라와 바다/섬을 두고 오랜기간 다퉈온 그리스에 흥미가 생겼다. 평소 좋아하는 박문호박사님의 튀르키예 여행기 기록을 참고해 에게해 연안 고대 유적들을 보고 육로로 터키 서부를 지나 발칸반도로 올라가는 루트를 고려하고 있었는데, 해로를 따라 그리스 섬들을 가는건 어떨까 생각이 들어 알아봤다. 섬이름이 모두 생소하지만 산토리니는 기억 언저리에 있어서 이곳에 가서 며칠 지내고 아테네로 넘어가 볼까 했지만, 배편을타고 이동하면 8시간 10시간 때로는 16시간까지 걸리는 너무 긴 이동시간이 문제였다. 그리고 오래걸리는만큼 교통비가 줄어든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었을텐데, 비행기에 비해 저렴하지도 않았다. 꽤 오랜시간 고민하다가 배편으로 그리스령인 Rhodos섬으로 건너가 비행기를 타고 아테네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만약 섬을 즐기고싶다면 아테네 피레우스 항구에서 갈 수 있는 방법들이 있었기때문에 옵션은 남겨두고 배편과 항공편을 예약했다.


다음 행선지를 그리스로 정하고나니 예상보다 튀르키예 여행의 마지막이 빨리 찾아왔다. 무엇을 더 해야 아쉬움이 덜할까 생각하다 꼭 가보고 싶었던 식당에 가기로 했다.이지역 사람들이 이상하게 많이 찾는 것 같은 로컬 식당이 있었는데 첫날부터 눈에 띄었고, 돌무쉬를 타고 다니면서도 매번 궁금했었다. 한참 걸어서 그 식당에 갔는데 느낌대로 너무 맛있었다. 유서프 쾨프테 라는 식당인데 맛도 맛이지만 사람들이 나를 신기하게 보고 좋아하는게 인상깊었다. 종업원들도 어디서왔냐며 물어보고 서비스를 더 챙겨주고, 건너건너 테이블에서 인사하러 와서 통성명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내 나이를 물어보고는 거짓말하지 말라며 너스레를 떠는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즐거웠던 튀르키예 여행을 마무리했다.

새벽에 떠나는 페티예-로도스 배편을 타기위해 일찍 일어나 짐을 챙겼다. 그리스는 어떤 나라일지 기대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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