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22
나는 바쁜 학기 중에도 영화를 챙겨보려고 하고, 방학이 되면 조금 더 많은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다. 이렇게 영화를 틈틈이 챙겨보려고 하는 이유는 영화 감상이 취미라기보다는 영화관에서 영화에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은 내가 나에게 선물을 주는 시간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바쁠 때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 시간도 비슷하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바쁜 일상 속에서 뭔가 내 영혼이 털리고 있을 때 일을 잠시 내려놓고, 수시로 쳐다보는 노트북과 휴대폰을 잠시나마 멀리하고 내 영혼을 회복하는 시간이 나에겐 아주 소중하다.
영화 관람 후 그 영화가 별로였다고 해도 그건 그것대로 좋고, 그 영화가 내 마음에 쏙 들었다면 에너지를 듬뿍 받고 와서 일상을 좀 더 잘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작년에 본 영화 중에는 "퍼펙트 데이즈"라는 일본 영화가 가장 좋았는데 이 영화를 아직 못 보신 분들은 새해 첫 영화로 보면 좋을 것 같다.
어릴 때는 내가 나를 챙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몰랐고, 20대 시절에는 명절 휴가비가 나오면 내가 나를 챙긴답시고 나에게 주는 선물을 샀다. 물론 가끔 내가 나에게 물질적인 선물을 사주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이제는 그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을 꾸준히 나에게 선물로 줘서 내가 일상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내일은 내 생일이다. 그래서 오늘 나를 위한 선물로 영화를 꼭 하나 보고 싶었다. 지난주 겨울방학 방과후 특강이 끝나고, 바로 영화관에 가야지 생각했지만 감기 기운에 골골거리다가 늦어졌다는... 오늘 내가 2025년 새해 첫 영화로 선택한 건 클레어키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다. 책 표지에 있는 "수월한 침묵과 자멸적 용기의 갈림길, 그 앞에 움츠러든 한 소시민을 둘러싼 세계"라는 글처럼 나도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해서 영화를 보는 내내 힘들었다. 두렵지만 결국 손을 내밀 용기를 낸 주인공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늘 영화를 보기 전에 예고편으로 본 영화들 중에서 1월 말에 나에게 줄 두 번째 영화 선물을 골랐다. 그건 바로 "말할 수 없는 비밀". 이 영화는 내가 좋아하는 대만 영화(주걸륜 주연)를 리메이크한 한국 영화인데 원작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아무튼 영화, 여러분의 새해 첫 영화는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