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면접
남자친구와 사귄 지 4년이 지나자, 성격 급한 우리 엄마는 남자친구를 한번 만나서 밥 한 끼 하자라고 하셨고
그날 이후로 나도 이렇게 된 김에 남자친구 부모님을 만나는 자리를 약속하게 되었다.
주변에서는 그러더라,
너무 긴장할 거 없다. 남자친구의 부모님이 너를 평가하지만, 너도 그분들을 평가하는 자리다.
약간, 가고 싶은 회사의 면접자리가 생겼는데 너 또한 그 면접으로 그 회사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곳이다라는 소리와 같다고 느꼈다.
당연히 말로는 양쪽의 평가가 들어가지만, 누가 봐도 한쪽이 갑인지 알고 있지 않은가?
일단 들어가고 싶다, 합격을 거머쥐고 싶다.
예약한 식당에 가기 전에 남자친구의 부모님 집에 먼저 과일을 먹으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과일을 먹는 순간에, 잘 보여야지 하는 생각과 부모님 집은 좀 괜찮나? 여유가 있는 집안인가를 파악하는 나의 속물적인 감정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긴장이 되던걸 생각보다 허름한 장어집에서 같이 식사를 하는 순간, 긴장이 조금 풀리더라….
너무 잘 사는 집이었다면 기죽으면서도 좋았을 것이고
너무 잘 사는 집이 아니기에 긴장이 풀리면서 아쉬움을 느끼는…..
식사를 하면서 대화보다는, 마치 나의 대답은 면접 대답과도 같았다.
저는 어느 대학을 전공하였으며 현재는 이직을 하여 이 기업에 다니고 있습니다.
대답은 만족스러웠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끊임없이 이야기 주제를 만들어주는 아버님을 보면서 ‘다행히 내가 마음에 들었구나’와
무뚝뚝하신 어머님을 보면서, 역시.. 소중한 아드님에게 내가 별로인가? 아닌가 그냥 말이 없으신 건가? 라며 온갖 생각을 펼쳐갔다.
다행히 여러 질문에는 그래도, 잘 대답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남자친구 부모님은 우리 집이 이혼가정임을 몰랐다고 생각했기에
부모님의 근황을 물어보실 때마다 긴장이 되며, 그 주제가 넘어가기를 얼마나 속으로 바랬는지 모른다.
*** 남들은 몰라야 하는 나의 속물적인 생각
우리 부모님에게도 살갑지 않은 딸이, 남의 부모님에게 어찌 그리 살갑겠는가.
물론 30대 직장인이기 때문에 사회화되어 짧은 시간에 어른들에게 살갑게 하는 건 자신 있는데..
남자친구 부모님에게는 그게 그리 쉽지 않더라
그리고 한편으로는, 괜히 살갑게 굴었다가 나중에 결혼해서 살가운 며느리를 기대할까 봐 자제하게 되는 그런 게 있더라
참… 나 너무나 머리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