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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sook H Aug 09. 2024

아이와 함께 한지가 벌써....

감사한 하루하루

2005년 가을.....


양수가 많아 아이를 한시라도 빨리 꺼내는 게 산모 건강에 좋겠다는 의사에 말에 겁이 덜컥 났다.

수술 동의서에 사인을 하자마자 수술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눈을 떠보니 실 천장이 눈에 들어오면서 주변 모든 것들에 대한 생경함에 어리둥절했다. 출산한 지 하루가 지나고 어린아이가 부모의 손을 잡듯 신랑 손을 잡고는 신생아실에 누워 있는 내 아이를 보러 갔고 한눈에 봐도 아파 보이는 내 아이를 대하며 나는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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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현재......


아이와 함께 한지도 벌써 18년 9달 28일이 지났다.


내 아이는 끊임없이 먹는걸 손에서 놓지 못한다는 프래더윌리증후군이란 병을 안고 태어났으며 그 병명에 아이들은 지적장애도 동반했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남들보다 특별한 삶을 살며 나의 모난 성격이 둥글둥글 깎이게 되었고 한 해 한 해 무한한 내려놓음을 실천하며 아이와 함께 울고 웃고 또 울고 웃는 날들이 계속 됐다.






예전엔 아이와 함께 우연히 사찰이나 교회에 들릴 때면 무교이면서도 마음속으로 간절히 내 바라는 것들을 열심히 읊어대곤 했다.


'하나님, 부처님. 우리 딸아이의 인지가 정상범위 안에 들게 해 주세요. 그리고 건강하게 해 주세요. 아파야 한다면 엄마가 대신 아프게 해 주세요. 아니 아니... 그럼 우리 딸은 누가 키우지.... 우리 세 식구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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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크고 또다시 사찰을 찾아갔을 땐 예전 내 모습을 회상하며 그때와 현재의 내 마음가짐이 많이 바뀌어 있음을 새삼 깨닫곤 했다. 간절했던 그 수많은 바람들은 온데간데없고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아이와 소풍 나온 마음으로 그렇게 부처님을 찾지도 않았고 하느님을 찾지도 않았으며 그저 편안하게 즐기다 가면 그뿐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 나의 30대가 가고 40대 중반을 넘어섰다.


이제야 비로소 이게 사는 거구나를 알아가며 내가 처한 상황이 그리 특별하지도 , 힘든 것도 아님을 하나하나 알아가며 그렇게 인간이 살아가면서 최종적으로 마지막 종착지는 어디일까에 대한 의구심도 풀렸다.






오늘도 하루를 시작하기에 앞서 딸아이를 데리고 집 앞 베이커리 카페로 향했다.


맛난 빵을 고르고 맛난 음료수를 고르며 카페에 앉아 녀석은 태블릿을 보면서 천천히 브런치를 먹었고 엄만 창밖을 편안한 시선으로 응시하며 우리 둘은 그렇게 여유 있는 식사를 즐겼다.


"주하야, 우리 빵 좀 사갈까? 사가서 그림 그리다 배고프면 먹자."


"그래."


엄마가 모카빵을 고르니 녀석은 빵 바구니에서 가장 큰 호밀빵을 골랐다.

그리고 집에서 기다리는 반려견에게 줄 호밀빵 하나 더, 그리고 딸아이가 애지중지 키우고 있는 고양이를 빼놓으면 딸아이가 서운해하니 고양이 것도 하나 골라 담았다.


카운터에 가서 고른 빵 네 개를 펼쳐놓고는 딸아이가 그런다.


"엄마, 잠깐만. 이건 주하꺼, 이건 엄마꺼, 이건 체리꺼, 이건 지미꺼..."


빵을 하나하나 세는 딸아이의 모습에 사장님이 웃으시며 서비스 빵을 하나 더 챙겨 주셨다.


그렇게 우린 기분 좋게 집에 도착해서 각자 할 일을 한다.


엄마를 따라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지만 녀석은 그림에 취미가 없어 보인다.


발달장애가 있는 딸이기에 아이가 할 수 있는 취미활동의 폭도 그리 많지가 않다.


녀석은 태블릿을 며 운동도 하고, 방탄소년단에 지민이도 찾아보고, 게임도 하며 일상을 지낸다.


그리고 엄만 지금껏 살아오면서 아주 작은 것들에 대한 간절함을 안고 살았기에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음을 잊지 않고 늘 감사해하며 살았다.


지금도  여전히....







브런치 작가로 합격한 지 한참 지났음에도

어떤 글을 써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일상을 지내면서 딸아이와 함께일 때면

문득문득 글로 남기고픈 부분들이 있다.


그런 작은 것 하나하나를 남겨 보면

어떨까 해서 다시 글을 써보련다.


이번엔 지우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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