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가 있는 딸아이를 키우며 하루하루 희망과 좌절 사이에서 오고 가며 매일이 일희일비하니 행복해서 올린 사진들이 돌아서면 '불행한데 왜 저렇게 웃고 있을까.' 했다.
블로그에 올려진 웃고 있는 사진을 보며 내 삶이 이렇게 불행한데 사진 속, 엄마 너는 행복하려 아주 발악을 하는구나 싶어 포스팅해 올린 사진들을 하나하나 지워 나가면...
나는 또다시 언제 힘들었냐는 듯 딸의 애교에 세상 다 얻은 것 마냥 행복한 웃음이 만개했다.
지나와 생각해 보면 우린 행복하기만 해도 되었을 텐데 엄마의욕심이란 것 때문에 그 행복이 가려져 불행을 자처했던 날들이기도 했다.
그렇게 매일이 일희일비하니 열심히 포스팅한 사진들이 하나하나 사라지고 지금은 남아있는 게 하나도 없다.
당시엔 발달장애 아이를 오픈해서 키운다는 게 흔한 일이 아니었기에 하루 조회수 500명이 넘곤 했다. 한데 대부분이 우리 가족처럼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 모두 쉬쉬 하며 조용히 왔다 조용히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땐 왜들 그렇게 자신들의 아이를 꽁꽁 숨기고 키울까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나는 더 내 아이를 세상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그때 올린 사진들 그대로 두었으면 추억되고 참 좋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만....
가끔 구글에서 하나씩 올라오는 사진이 전부다.
이 때도 우린 힘들었지만 행복했다.
오래전 사진들을 보면서 딸아이의 옷 하나하나 장신구 하나하나가 다 기억이 난다.
모두 내가 손수 고르고 골라준 옷들이고 머리핀들이었다.
아이를 데리고 나가면 인형 같다는 소리도 자주 듣곤 했다.
너무 소중해 네가 발달장애 아이가 아니라고 엄마 너는 인정하기 싫다고 그렇게 발악을 하던 날들이기도 했다.
엄마 마음 같지 않게 녀석이 특수한 행동들을 보일 때면 그러지 말아라 하고 무섭게 혼을 내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가 진흙탕 속을 구른 날이면 우리 모녀는 미안하고, 애틋하고, 간절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며 서로 꼭 끌어안고 잠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애틋함이 있는 딸과 엄마이거늘.....
우리 모녀는 티격태격 오늘도 싸운다. ㅜㅜ
"아이씨!! 내놔!!! 안 내놔??"
"엇. 주하야~ 미안해. 미안~~~"
주하의 반려견, 흑당이의 껌(간식)을 몰래 하나 가져와 엄마의 반려견, 체리 멍뭉이에게 안겨주었다. 흑당이 옆에 커다란 대형견 껌이 두 개나 있기에 하나쯤 없어져도 딸아이가 모르겠지 했는데 역시나 눈썰미가 좋은 녀석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
쿵쾅쿵쾅 계단을 밟고 엄마의 작업실로 씩씩거리며 올라오는 녀석의 발자국 소리는 누가 들어도 화나있음을 짐작케 했다. 녀석이 엄마의 작업실로 진입할까 무서워 헐레벌떡 문 앞으로 달려가 쾅! 하고 녀석이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잠가버렸다.
"문 열어!!! 문 안 열어!!! 빨리 열어!!!!"
"주하야~ 미안~~~ 다음엔 안 뺏을게."
"아이씨!!! "
녀석이 한참동안 (위 사진의) 엄마 작업실 문 앞 계단에 서서 화풀이를 하고 갔다.
그리고 엄만 슬며시 나와선 내 그림이 무사한가 또 한 번 이쪽 저쪽 한참을 살피고 또 살펴야 했다.
가끔 녀석은 엄마에게 분풀이로 그림에 낙서를 하고 도망가기도 했다. ㅜㅜ
오늘 우리의 점심은 뽀글이(?) 봉지라면.
먹어보고 싶었다. 이렇게....ㅎㅎㅎ
한 유튜버가 엄마랑 둘이 봉지라면을 해 먹는 걸 보고 나도 주하랑 해 먹어 봐야지 했다.
환경호르몬이 살짝 걱정이 되어 검색해 보니 괜찮다는 이야기도 많고 한두 번 해 먹는 거야 괜찮겠지 했다.
한데 생각보다 맛있고 간편, 그리고 재미도 더해지니 우린 벌써 세 번째 봉지라면을 해 먹고 있다. ㅠㅠ
오늘 기타 하나를 테무에서 4만 원에 구매했다.
전에부터 기타를 치고 싶어 신랑에게 부탁해 중고를 사다놓긴 했는데....
그게 다였다....
그냥 사다 놓기만 했다.ㅠㅠ
이번엔 구매 하기 전에 먼저 유튜브로 기타 강의를들어보자 하고 훑어보니 오호~ 설명도 쉽고 할 만할듯해서 다시 한번 기타 치기에 도전해 보려 한다.
며칠 전 세 가족이 벽난로에 둘러앉아 요즘 나의 최애곡인 <나는 반딧불이>를 함께 부른 적이 있었다.
가수 황가람의 목소리로 부른 <나는 반딧불이>라는 곡은 그야말로 심금을 울리더라.
처음엔 노래를 들으며 나란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다음은 딸아이가 자꾸 떠올려졌다.
딸아이는 반딧불이였는데 자꾸 별이 돼라 했던 못난 엄마가 떠올려져 눈물이 주르륵 흐르기도 했다.
이번엔 꼭 기타를 배워서 세 식구 도란도란 멍뭉이들과 함께 난로 앞에 앉아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날이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