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모카도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찬라 Jul 14. 2024

함께 한지 3주년 소소한 파티

케이프하면 여전히 소대노하는 모카와 함께

함께 한지 0일


   2021년 7월 10일, 모카와 처음 만났다. 더위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날씨에, 초보운전자가 마음을 먹고 차를 끌고 행정구역을 넘는 모험을 시작했다. 구조자와 카톡으로 입양을 상담하고 드디어 데리러 가는 길이었다. 초행길에 구불한 빌라 길이었는데, 새로운 가족을 만나러 간다는 설렘에 초보운전의 어려움은 안중에도 없었다.

   체감하지 못했지만 기술적으로 어렵게 찾아간 곳에서, 모카의 첫 인상은 '매우 작다. 똘망똘망하다. 한 성깔할 것 같다.'였다. 모카는 꼭대기 방에서 혼자 돌봐지고 있었는데, 나와 함께 구조자님이 방에 들어가자 왜 이제 왔냐는 듯이 (내가 아닌) 구조자님에게 아는 체를 하기 시작했다. 딸기 다래이같은 화장실에서 볼일도 보고 뽈뽈뽈 돌아다녔다.

   구조자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이제 모카를 데리고 갈 시간이 되었다. 모카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는지 도망가기 시작했고 작은 몸을 짐 뒤로 꼭꼭 숨기려는 듯했다. 내가 잡으려는 행동을 취하려 하자, 더 소리쳤고 발악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 보면 고양이의 당연한 반응이지만, 당시에는 매우 당황스럽고 처음 봤지만 서운했다.

    구조자님이 방에 있던 담요로 주셨고 나는 임보를 했던 경험으로 모카를 잘 싸서(?) 이동장에 잘 넣었다. 돌아오는 길의 모카는 당황했는지 아무런 말이 없었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으슥한 침대 밑으로 숨어버렸다. 나는 초보운전 왕복 주행과 반려고양이의 만남이라는 큰 일을 그제야 느꼈고 피곤이 몰려왔다. 그래도 새로운 생명체가 한 방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쉽게 잠을 잘 수 없었다.




함께 한지 3주년


    2024년 7월 10일, 그렇게 모카와 함께한 지 3년이 되었다. 모카는 이제 처음 본 날 구조자님에게 그랬던 것처럼 나를 대한다. 외출하고 돌아오면 왜 이제 왔냐는 듯이 잔소리를 하며 알은체를 한다. 그리고 큰 화장실에서 볼일도 보고 뽈뽈뽈 돌아다닌다. 나 외 다른 사람이 오면 일단 숨어서 아는 인간인지 관찰을 한다.

    초보운전의 왕복 주행과 고양이 반려 선택은 인생의 큰 도전의 시작이었다. 그 이후에 이런저런 큰고 작은 도전이 생겼는데, 그때 모카를 보고 도전을 생각하면 '지나고 별 거 아닐 수 도 있겠다. 평안과 행복이 배가 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기도 한다. 본가 가족들도 모카를 처음 데려올 때 몇 달간 관심이 없었는데, 지금은 본가 식구들에게 함박웃음을 짓게 하는 유일한 생명체가 되었다. 또 모카로 인해 여러 새로운 사람들과 지인이 되기도 하였다.

    매년 생일과 기념일을 챙길 수 없지만, 올해는 여름휴가와 맞물리기도 하여, 소소한 파티를 준비했다. 도시락 케이크를 맞추고 본가 가족들과 모카와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함께 케이크를 먹었다. 모카에게는 예쁜 케이프를 해주었는데, 어릴 때부터 그래왔듯이, 소대노로 약간 화가 난 얼굴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모카는 당연한 존재가 되어버렸고, 우리의 3주년도 또 하나의 행복한 추억이 되었다.


케이프 해서 소대노
하지만 잘어울리고 예쁘다고
매거진의 이전글 집사네 마사지숍 VIP 고양이 모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