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고양이의 언니입니다

수니는 그 자체로 매력적이니까

by 서비채


고양이는 자기 멋대로인 생명체다
난 한 고양이를 주인처럼 받드는 ‘집사’이다



얼마 전 한 유명 강아지 훈련사가 한 말을 전해 들었다.

“고양이는 무슨 재미로 키우나요?”


강아지를 키우는 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고양이는 키우는 ’ 재미‘가 없는 생명체들이다.


“이리 와!”

무시하는 눈빛. 그리고 휙 돌아섬


“애애애옹 뭐 하니? “

꼬리만 까딱까딱. 이것도 자신이 내킬 때만.


“애옹(날 만져!)“

“귀찮다. 저리 가라. “

부비적 거림. 치댐.



난 그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오래도 안 오고 가라면 오고. 고양이는 정말 자기 ’ 제멋대로‘ 사는 생명체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고양이가 재미없고 따분한 존재는 아니다. 고양이는 한마디로 ‘매력이 철철 흘러넘치는’ 존재이다.


난 어릴 때부터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이리저리 떼쓰고 정말 작고 귀여운 푸들의 사진을 본 어느 날 밤에는 “강아지 키우게 해 주면 밥도 주고, 똥도 치우고, 씻기는 거 내가 다 알아서 할게! 키우게 해 줘어 흑흑 훌쩍 “ 라며 애원했지만 키우지 못했던 게 강아지였다.


엄마와 아빠 특히 엄마는 집에서 동물을 키운다는 것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러던 아빠가 식탁에서 나에게 러시안블루(고양이 품종의 일종)의 사진을 보여주며


“에메랄드 빛 눈이 너무 매력적이지 않니? 만약 고양이를 키운다면 이런 아이를 키우고 싶어.”


난 속으로 ‘음...? 갑자기? 고양이가 예쁘다고?‘라 생각했지만 별다른 생각은 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고양이를 키울 거라는 생각도, 관심도 딱히 없었으니까 말이다.



하교하던 길 집 옆 벤치에 삼색 고양이가 앉아있었다. 난 정말 뜬금없지만 ‘뭔가 엄마 아빠가 고양이를 집에 고양이를 데려올 건 아닌가? 고양이라도 키우고 싶다.’란 생각을 했고


그로부터 며칠 뒤 운명처럼 ‘수니’가 왔다.


난 거실에서 컴퓨터로 영어학원 숙제를 하고 있었다. 엄마랑 아빠는 잠깐 나갔다가 집에 들어오는 길이니 기다리라고 했다. “윽 너무 조용해. 언제 오는 거야?”


마침내 띡 띡 띡 띡 삐로롱!

현관문이 열렸고 “인형 사 왔어 얼른 와봐! “ 엄마가 소리쳤다.


신이 난 나는 “정말? 응 갈게!”라며 대답했고 복도 초입에 서서 중간문만 바라보았다. 저 멀리서 검은 강아지 같은 인형이 보였다. 난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손바닥 크기만큼 작고 귀여운 회색생명체가 엄마 손에 들려 아등바등하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 느리게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은 난생처음이었다. “엄마 얘 우리가 키워?”


확신에 찬 ”응 맞아. “란 대답에 난 미쳐 날뛰었다.

“악! 너무 좋아!! 정말? 정말 우와! “ 감탄사만 연이어 나올 뿐이었다.


‘수니’가 내 삶에 스며든 첫 시작이었다


솔직히 난 그때 동물의 이름을 지어보고 싶다는 어린아이 나름의 ‘로망’이 있었다.


네르, 해피, 체리 등 등. 그러나 엄마가 이미 차 안에서 지어버린 ‘수니’란 이름에 내 로망은 깨져버렸다.


그래도 괜찮았다. ‘양수니’ 생각하면 할수록 괜찮은 이름이었고 난 수니의 존재 자체가 기쁨이었으니까 말이다.


수니는 낯가림이 없는 아이였다. 집에 온 직후에는 소파 밑으로 쏙 들어갔지만 이내 갈비뼈를 쓰담쓰담해 주니 골골거리며 곯아떨어졌다.


다음날 아침 6시에 난 수니를 얼른 보려고 번뜩 일어났다. 그런 나를 수니는 눈부터 귀까지 할짝할짝 핥아주었다. 그다음 날 또 그다음 날에도 똑같았다.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던 일상이 지속되던 중 며칠 뒤부터 수니의 눈 쪽의 털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장 우리는 가까운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피부병 같습니다. 연고 바르면 괜찮아질 것 같네요. “

수의사는 그렇게 말하며 빠지지 않은 수니의 멀쩡한 머리털을 쏙쏙 뽑고 눈꺼풀을 뒤집어보았다. 수니는 아픔에 애옹거렸다.


“멀쩡한 머리털은 왜 뽑아 그 사람은!”

엄마가 돌아오는 길에 몹시 화를 냈다.



연고를 발라도 털은 계속 빠질 뿐이었다. 이제는 눈주위를 넘어 이마에 있는 털까지 빠지기 시작했다. 조금만 힘을 주어 털을 들어도 힘없이 빠졌다. 눈병도 시작되었다. 수니에게 정말 미안하지만 그 시기에 수니는 ‘대머리 독수리‘ 같았다.


보다 못한 엄마는 동탄에서 수의사 일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양이 털이 계속 빠져서 큰일이야. 눈병도 있고. “


“병원에서 파란색 있는 약은 안 줬어? “


“응. 파란 건 아니던데?”


“그럼 다른 병원 가봐. 그 아이는 파란 거 써야 할 거야. “


송도에 있는 병원을 찾아갔고 수니는 허피스(고양이 감기라고 불리는 호흡기계 질병.)와 링웜(곰팡이에 의한 질병)그리고 눈병이라는 병명을 받았다. 특히 눈병은 잘못했다가는 실명할 수도 있기에 몇 시간에 한 번씩은 안약을 넣어줘야 했다.


정말 고된 치료과정이었다. 병원비 몇십만 원은 기본이었다.


수니는 날마다 더욱 독수리가 되어갔다. 그냥 독수리도 아니고 대머리 독수리가. 털은 어디까지 빠질지도 모른 채 수니의 머리에 고속도로가 나고 있었다.


결국 수니는 털이 빠지기 시작한 지 불과 몇 주 뒤 털을 밀었다. 보송보송 솜털은 까칠까칠 짧은 스포츠머리가 되어있었고 꼬리와 발에만 털장갑을 신었다.


“너 스핑크스 같아. 너무 귀엽잖아! 수니는 스핑크스 고양이로 태어났어도 귀여웠겠는걸?”


정말이다. 작고 호리호리한 몸매에 짧은 회색털. 수니는 마치 스핑크스 고양이 같았다.




그렇다고 치료 중 힘들고 고되지만은 않았다. 아깽이 시절을 치료에 바친 시절만큼 추억도 많다.


안약은 보통 엄마가 넣어주었다. 엄마는 전직 간호사이다. 그렇기에 사람만큼 동물도 잘 돌보았고 특히 알약먹이기는 수의사도 칭찬할 만큼 잘 먹인다.


그런데 아빠는 어느 날 안약을 넣어주겠다고 했다. 손재주가 딱히 없는 아빠였기에 엄만 조금 내키디 않아하는 눈치였지만 아빠에게 안약을 건넸다.


아빠는 수니 눈에 안약을 너무 많이 넣었다. 안약으로 눈이며 눈꺼풀 주위가 푹 젖은 수니는 쌍꺼풀이 생긴 것처럼 보였다.


“아빠 얘 쌍꺼풀 생겼잖아! “



김봉 지를 새로 뜯은 날이었다. 비닐 포장지를 그냥 두었더니 바스락바스락 이상한 소리가 났다.


수니가 그 포장지 안으로 들어간 것이었다. 가족 모두가 빵 웃음을 터뜨렸다.


“수니야! 너 김으로 포장될 거야? 왜 포장지에 들어갔어?”


그리고 수니는 꺼내달라고 야옹 거렸다.




이뿐만 아니라 수니 생일날 참치 캔과 ’ 수니 ‘라고 사료로 새긴 글씨가 있는 수제 케이크도 만들어 주고, 짜 먹는 아이스크림을 탐내던 어느 저녁,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빤히 바라보던 수니, 그리고 간지럼을 태우자 강아지처럼 앙앙 거리던 일들.


힘들었지만 즐거운 시간이 그때였다.



허피스와 링웜 그리고 눈병은 다행히 치료가 된 이후에도 일이 참 많았다.


내가 바닥에 실수로 떨어뜨린 테이프를 수니가 호로록 삼켜 내시경을 하고 결국 관장을 했던 수니에겐 수치스러웠겠지만 우프던 일도 있고


피검사를 위해 새로 찾아간 병원에서 좁디좁은 방에서 일어난 일도 있다.


수니는 선천적으로 몸이 약하다고 했다. 그래서 다 나은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아갔는데 어느 날 갑자기 등의 털이 빠져 병원에 찾아갔더니 곰팡이 균이었던 일이 있다.


이에 자그마한 의심이 들고 재차 확인을 위해 새로 찾아간 병원에서는


“곰팡이균인 걸 일주일 안이 알기는 어려울 텐데요? 피검사를 해보죠.”라며 그날 수니는 피검사를 했다.


주사 바늘이 싫고 새로운 병원에 잔뜩 예민해진 수니는 주삿바늘이 다가오자 발버둥 쳤다.


그리고 그 방안에 일시적으로 5명이 넘는 수의사와 직원이 들어와 수니를 담요로 덮고 몸을 꾹 눌렀다.


큰 공포였는지 수니는 그 자리에서 오줌을 지렸고 그 이후 다시 찾아간 처음 병원에서도 피를 뽑으려면 수면 마취를 해야만 한다.



이렇게 고난과 시련도 많았지만 수니는 잘 이겨내주었다. 화장실 배수구를 타고 올라온 꼽등이와 돈벌레를 죽이고 그다음 날 혹은 며칠 후 꼽등이의 몸은 어디 갔는지 모른 채 다리만 해체 되어있는 오싹한 일도 일으킨다.


이젠 고양이의 매력을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고양이는 부르면 오지 않는다. 하지만 엄마한테 혼난 날 방에서 잔뜩 웅크리며 울고 있는 나를 위로하며 옆에서 식빵을 굽기도 하고 화내는 엄마를 말리기도 한다.


간식을 너무 급하게 먹은 아침에는 꼭 토를 하는데 토를 하고 나서 장난감 줄을 핥아 모두가 경악하기도 하고. 아직 하지 설명하지 못한 고양이의 매력은 수만 가지 일 정도이다.


난 고양이의 언니이자 둘도 없는 친구입니다. 누군가 고양이는 왜 키울까라고 묻는 다면


“고양이는 고양이 그 자체로 귀여우니까. 고양이가 살아남은 이유도 귀여워서란 말도 있잖아?”라고 대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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