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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gustory Jun 20. 2024

글을 시작하며

'후회'

 나이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적은 것도 아니다. 이젠 더더욱.


지금까지 살면서 수많은 후회를 해왔다. 잘못된 선택을 하고 후회하며

또다시 잘못된 선택과 후회. 이 과정이 무수히 반복이 되고 나 자신을 자책했다.


고등학교 시절의 나의 좌우명은 '후회하지 말자'였다.

후회가 너무 싫어서 노트에 '후회하지 말자'라고 적곤했고,

시험 기간에는 이 문구를 되새기며 나를 동기부여했다.


학창 시절과 재수할 때는 후회를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다.

후회는 삶에서 어쩔 수 없이 수반되는 것이 아닌 무조건 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어느 날 우연히 도종환의 '가지 않을 수 없던 길'이라는 시를 읽게 되었다.


도종환 -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 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 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은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패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텅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후회에 대한 내 생각의 전환이 일어나는 계기였다.


시에서는 모든 길이 결국 나를 지금의 내가 되게 했다고 말한다.

이 시를 통해, 내가 후회하는 모든 선택도 결국 나를 성장시키는 중요한 과정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후회는 나의 선택에 대한 결과가 내게 만족스럽지 않아 일어난다.

하지만 다른 선택을 했다면 나는 후회를 하지 않았을까?

나는 그 선택의 순간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다.


내 선택으로 인한 결과를 내가 만족스럽지 않게 여겨 난 후회를 하고 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싫은 순간, 고통받고 힘들었던 순간들이 있기에 성장한 내가 있는 것이다.

나에게 더 이상 후회는 싫은 존재가 아니다. 내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존재다.

더 이상 실패와 잘못된 선택이 두렵지 않아 졌다.


하지만 이 모든 전환은 오직 내가 도종환의 시만 읽었다고 바로 후회에 대한 관점이 바뀐 것은 아니다.

도종환의 시를 읽은 것처럼 수많은 경험들과 깨달음이 쌓이고 쌓여 나의 후회에 대한 관점이 점점 변했다.


삶은 우연의 순간들의 연속이며,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나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그리고 나에게 소중한 우연이 찾아왔다.

책 '거인의 노트'과 블로그를 하는 친구를 만난 것이다.

책의 저자와 친구는 어떤 방식이든 그것이 블로그든 나에 대해 기록하는 것은 좋다고 말한다.


미루고 미루다. 후회를 했고 이것을 바로잡기 위해 이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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