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그녀와 나는 서예를 같이 했었다.
인사동에서 선생님 개인전을 할 때 우린 대구에서 서울로 갔었고 난 이종언니네 집에서 이틀을 묵으며 당번을 섰었고 그녀도 그녀의 이종언니네서 묵으며 나랑 같이 당번을 섰었다.
그래서 더 친해졌던 우리.
그녀의 호는 '초은'이었고 난 '초운'!
아호도 비슷한데 성도 같고 이름도 비슷했다.
그녀는 예산에서 살았고 아버진 중등교장이시고 무남독녀라 했다.
그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아버지가 암에 걸렸었다고...
아버진 딸이 결혼하는 걸 보시고 싶다며 학교선생님을 소개를 했고 아버지 소원을 들어드리려고 그와 결혼하기로 하고 12월에 결혼날을 잡았다고 했다.
나의 결혼기념일과 하루 이틀 차이였던 거 같다.
아버지는 딸이 결혼하는 것도 못 보고 10월에 돌아가시고...
그녀는 슬픔에 빠져있었지만 결혼 날은 가까워졌고 결혼식은 해야만 했다.
어린 신부는 결혼식장의 신부대기실에 있었는데 갑자기 아빠도 안 계신데 이 결혼을 안 해도 될 거 같아서 웨딩드레스 입은 채로 바닥에 누워서 결혼을 못하겠다고 떼를 썼다고 했다.
시아버님이 오셔서 '네 마음은 안다만 많은 사람들이 너희 때문에 오셨는데 이건 예의가 아니지 않니? 우선 식이라도 끝내고 손님들 보내고 나서 생각하자.'라고 하셔서 결혼식을 올렸었다고...
신혼여행도 친구들과 함께 갔었다고 했다.
그녀가 한동안 안보였다.
궁금했는데 어느 날 그녀가 피골이 상접한 모습으로 서실에 나타났다.
얼마나 놀랐는지...
걷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내게 '언니가 나를 차 있는 데까지 데려다 달라'라고 해서 그녀를 부축해 주차장으로 가면서 잠시 의자에 앉아 어찌 된 일인지 물었다.
그녀는 '고관절괴사'로 줄기세포로 수술을 했는데 1년에 세 번을 하고 나니 몸이 이지경까지 왔다고 했다.
어느 날 샤워를 하려고 욕실에 들어갔는데 정신 차려보니 샤워기줄을 목에 감고 있는 모습이 거울에 비쳐서 소스라치게 놀라 욕실을 뛰쳐나왔다며 "언니! 난 죽을 마음이 전혀 없거든.
그래서 엄마랑 병원을 찾았는데 우울증이래.
약도 먹고 있고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글 쓰러 다시 나오는 거야."
그래 잘 생각했다며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하라며 그녀를 차에 태워 보냈다.
그리고 몇 달 뒤 어느 날 아침에 그녀의 부고소식을 들었다.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것.
그녀의 목소리 귀에 쟁쟁했다.
'나 죽을 마음이 전혀 없거든.'
우울증은 그렇게 무서운가 보다.
자기 생각을 못하게 하고 자기 마음과는 상관없이 자살을 해버리니...
갑자기 그녀 초은이 생각났다.
그곳에선 고통 없이 잘 지내고 있으리라.
초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