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도 가을이 왔나 보다.
8월도 마지막날!
왜 이리 세월은 빨리도 가는지...
십 대 때는 얼른 스무 살이 되고 싶었는데...
이십 대 때는 정신없이 결혼하고 아이 키우고 유학 간 남편 따라 일본에서도 살아보고 참 행복했었지.
삼십 대!
참 힘든 시절도 많았었지.
쉰둘 인 친정엄마 돌아가시고 몇 달 만에 시아버님 돌아가시고 친정할머니 돌아가시고 시할머님과 시할아버지 돌아가시고 너무너무 힘든 30대를 보냈네.
그 와중에 잠시 유럽에서도 살아보고...
사십 대는 어떠했지?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맘껏 해보던 시절도 있었네.
그래 남편 따라 또 일본에 가서 내가 하고 싶었던 공부도 재미있게 하다가 온 적도 있네.
힘들었지만 하고 싶었던 공부를 너무 재미있게 했던 기억도 새록새록 난다.
친정엄마 같은 쿠로이와 할머니를 만난 것도 큰 복이었어.
너무 재미있게 행복하게 일본에서의 시간이 후딱 가버렸었어.
오십 대!
내 나이 쉰둘이 되었을 때 쉰둘에 돌아가신 엄마 생각으로 많이 힘들고 아팠던 시간이었지.
아이 둘 결혼시키고 손주들 보고...
대학교수직을 명예퇴직한 남편이 홍성으로 옮기며 내 삶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 시기!
대구와 홍성을 오가며 생활하게 되었다.
작년엔 엄니도 이곳 홍성으로 옮기시고...
이제 육십 대에 접어들어 환갑도 지났다.
남편은 학교 안 깊숙한 사택에서 몇 년을 지내고 있었다.
그곳은 하루 종일 해가 들지 않는 음지에 습하긴 또 어찌 그리 습한지 어쩌다 홍성에 오면 곰팡이와의 전쟁을 치르곤 했다.
매달 물먹는**를 열 통씩 사다가 붙박이장안 곳곳에도 싱크대 안에도 다 갈아줘야만 했다.
한 달 만에 물을 가득 먹은 물먹는**를 처리하는 일도 보통이 아니었고 겨울엔 심야전기값이 너무 비싸다며 남편은 내가 발이 시리다 해도 보일러도 잘 틀어주지도 않았었다.
보일러 온도를 조금 올리면 어떻게 알고는 바로 온도를 낮춰버리고...
천식 기침을 달고 사는 남편을 위해 큰 결심을 하고는 무리해서 지금의 언덕 위의 집으로 올 3월에 이사를 했다.
사택과는 달리 하루 종일 해가 잘 들고 공기가 잘 통하고 환해서 우선 맘에 들었었고...
그리고 정신없이 일하며 8월까지 버텼네.
난 아직 대구와 홍성을 오고 간다.
언젠가는 이곳 홍성으로 아주 옮길 수도 있겠다 싶지만 아직은 대구가 더 좋은데...
그리 무덥고 길던 여름도 하루아침에 가을 날씨로 변해버렸다.
엊저녁부터 비가 내렸다.
오늘 아침부터 바람도 아주 심하게 분다.
난 이곳을 바람의 언덕이라 부른다.
하루아침에 그림자조차도 길게 느껴지는 가을이 갑자기 찾아왔다.
하늘은 드높고 구름도 아름답다.
수박 먹고 거름 되라고 씨와 껍질을 밭고랑에 묻었더니 거기서 싹이 나서 수박이 몇 개나 달렸다.
아기 주먹만 한 수박이 터져있어서 따와 사과껍질 벗기듯 벗겨 먹었더니 제법 단맛도 나고 먹을만하다.
호박도 아닌 것이 박도 아닌 것이 오이도 아닌 게 향은 호박과 박과 오이향까지 다 난다.
천식이 있는 남편에게 어느 분이 천식에 좋다고 줄기와 잎 그리고 열매까지 한 봉지 보내주셨다.
몇 개는 잘라보니 속에서 벌레가 바글바글해서 냅다 갖다 버리고 나머진 칼로 썬다.
너무나 딱딱해서 손바닥과 손가락에 물집이 다 잡혔다.
엊저녁에 썰어 말렸는데 비가 와서 건조기에 말렸더니 아침엔 바싹하게 다 말라있네.
얼마 전 인터넷에서 청귤을 무료배송에 3kg 6900원 하길래 사서 청귤청을 담았다가 열흘 만에 떴다.
향도 좋고 빛깔 또한 곱다.
비 오고 바람 부는 아침에 비둘기 한 마리 전깃줄에 앉아 구슬피 운다.
비가 좀 잦아들어 바람에 쓰러진 꽃들 일으켜 세우고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쓰레기를 치운다.
정말 가을이네.
내 마음에도 가을이 왔나 보다.
자꾸 옛날 일들이 떠오르고 오소소 몸도 떨린다.
한여름 무더위엔 여름이 영원할 거 같았다.
하루아침에 가을이 올 줄도 모르고...
세월은 무심히 도 흘러간다.
이 밤 자고 나면 9월이 밝아 있으리니...
열어두었던 창문을 다 닫아버린다.
블로그에서 2016년 오늘에 쓴 글을 보고 옮겼다.
9년 전의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 본다.
그때와 지금의 생활이 크게 달라진 게 없이 여전히 홍성에서 한 달에 일주일 정도는 대구로 다니며 잘 견디고 잘 버티고 있지만 나는 나이가 들었고 조금은 힘들기도 하다.
올핸 아직도 푹푹 찌는 여름인데 그땐 가을 같은 날이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