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에이미 와인하우스를 기대해도 될까
묘한 매력을 가진 R&B 여가수가 등장했다. 이 가수는 서울의 작은외삼촌께서 추천해 주셨는데, 'Stop This Flame'이라는 뮤직비디오를 보고 그만 반해버리고 말았다. 70년대 소울을 현대화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스윙감과 그루브.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 이후로 그런 느낌을 제대로 내는 가수를 못 본 것 같았는데, 셀레스테가 차세대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좋으면 앨범을 반드시 들어야 하는 강박이 있던 나는 부산에 내려오자마자 셀레스테의 앨범을 구해서 전곡을 다 들어보았다. 무려 21곡이나 수록되어 있는데, 내 생각엔 곡수를 좀 줄이더라도 핵심만 추려 담았으면 어땠을까 싶긴 했다. 나는 R&B 가수들이 한 앨범에 너무 많은 곡을 수록하는 경우를 선호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이나 더 위켄드(The Weeknd) 같은 인물들이 있는데, 어김없이 지루하다. 그렇다고 뚜렷한 킬링 트랙이 있는 것도 아니라면 더더욱 낭패이다. 셀레스테의 경우엔 'Stop This Flame'이라는 확실한 킬링 트랙이 있지만, 그 곡 하나에 기대어 가기엔 나머지 수록곡이 너무 빈약하다.
결국 욕심이다. 난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다며 나름 그릇을 바꿔가며 예쁘게 담아보지만, 셀레스테의 경우도 갖고 있는 음색의 개성이 워낙 뚜렷하기 때문에 어떤 그릇에 담아도 비슷하게 다가온다. 이것은 양날의 검이다. 이런 가수는 숙제가 많다.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장르에 갇히지 않는 것이다. R&B를 뿌리로 하고는 있지만, 지금은 너무 '옛 음악의 현대화'라는 틀 안에서만 놀고 있다. 그 틀을 약간 깨부수고 나와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하위 장르를 시도해봐야 한다. 그래야 지루하지 않다.
동시대에 함께 활동하는 다른 R&B 가수들의 좋은 선례를 참고해보아도 좋을 것이다. 이를테면 시저(SZA)의 행보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시저도 비슷한 음악을 하고, 앨범에 수록곡을 많이 집어넣는 편이지만 시저 앨범은 지루하지 않다. 왜냐하면 수록곡의 장르와 스타일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셀레스테도 워낙 갖고 있는 탤런트가 좋은 가수이기 때문에 프로듀싱의 방향만 명확해진다면 차세대 소울 디바로 자리매김하는 데에 아무런 손색이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