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처럼 정확하게 노래하는 불굴의 디바
왼쪽부터 베스트 앨범 [All The Way... A Decade Of Song] (1998), 정규 앨범 [The Colour Of My Love] (1993), [Falling Into You] (1996), [Let's Talk About Love] (1997), [Loved Me Back To Life] (2013), [A New Day Has Come] (2002), [These Are Special Times] (1998)이다.
세계 3대 디바로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와 함께 손꼽히는 가수, 바로 셀린 디온(Celine Dion)이다. 커다란 울림통에서 힘있게 쭉 뻗어나가는 소리를 사용하는 휘트니 휴스턴, 브레쉬한 소리로 섬세한 감성을 표현하는 머라이어 캐리. 이 두 가수와 셀린 디온을 구별짓는 가장 큰 특징은 '정확도'이다. 셀린 디온은 칼같이 정확한 음정을 짚으며 노래하기로 명망이 높다. 라이브에서 한 번씩 음이 나가기도 하는 나머지 두 디바와는 달리, 셀린 디온은 한마디로 노래하는 기계 같다.
그렇다고 감성이 없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누군가 말했던 것처럼, 극강의 기술은 없던 감성도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듯하다.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부르는데, 그 안에 감정 표현이 속속들이 녹아 있다. 괜히 천상계 디바가 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셀린 디온은 이렇게나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두 디바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지역적인 특성 때문일 것이다. 미국에서 터를 잡고 활동하던 휘트니, 머라이어와는 달리 셀린 디온은 캐나다 태생으로, 프랑스어 앨범과 영어 앨범을 번갈아 내는 등 지역색을 강하게 드러내는 활동을 펼쳤다. 대부분의 히트곡은 영어 앨범에서 나왔지만, 셀린은 프랑스어 앨범을 꾸준히 발표했다. 그러다 보니 프랑스어를 낯설어하는 대부분의 대중들의 입맛을 사로잡지 못했을 것이다.
앨범 단위로 듣기에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 노래를 지나치게(?) 잘하기 때문에 오래 듣다 보면 귀가 피로하다. 셀린 디온도 앨범 단위보다는 베스트 앨범을 듣거나 잘 알려진 곡 위주로 추려서 듣는 편이 훨씬 좋다. 그래도 정규 앨범 중에서 퀄리티가 괜찮았던 건 93년작 [The Colour Of My Love]와 96년작 [Falling Into You] 정도를 꼽을 수 있겠다. 아무래도 히트 싱글도 많고 그에 걸맞게 나머지 수록곡도 보조를 잘 맞춰주고 있는 편이라... 그런데 나머지 앨범들은 몇 곡 말고는 썩 좋지는 않다.
그래도 2002년작 [A New Day Has Come]에 수록된 곡인 'I Surrender'는 꼭 추천하고 싶다. 장대한 스케일의 곡임에도 불구하고 셀린 디온은 곡 앞에 굴하지 않고 마치 세상만사를 초월한 사람처럼 노래한다. 셀린 디온이 아니면 아무도 소화할 수 없을 만한 대곡이다.
셀린 디온은 희귀병을 앓고 있다는 것으로도 화제가 된 바 있다. 근육이 마비되는 병이라고 하는데, 고통이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병을 앓으면서도 노래에 대한 투혼을 불사르는 모습이 다큐멘터리로도 방영되어 많은 이들이 셀린을 응원하기도 했다. 또한 2024년 7월에는 파리 올림픽 개회식 무대에 올라 여전히 건재한 목소리로 노래하여 커다란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병세가 많이 호전되어 아무쪼록 건강하게 오랫동안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