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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나요? 4

좋아하는 일을 찾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by 향연 Mar 08. 2025

문제가 생겼다.


좋아하는 일만 찾으면 모든 게 잘 풀릴 줄 알았다. 그걸 모를 때의 나는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뭔지, 그걸 찾기만 하면 내 모든 것을 다 쏟아부어서라도 거기 몰두해 이뤄낼 거라 믿었으니까. 정말 그럴 자신이 있었다. 어디 한 번 나와 보기만 해라. 그런 마음이었다.


나는 '터프팅'에 꽂혔다. 내가 그걸 보고 좋아하는 게 뭔지 알게 되었으니까, 그걸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뚝딱뚝딱 결과물로 구현해 내는 영상 속의 작가가 정말 멋있어 보였고, 빛나 보였고, 내가 그걸 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그만큼의 열정이 생기지 않는 거다. 아니, 오히려 이게 정말 맞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 너무 즐거워야 하는데, 이걸 하는 게 기뻐야 하는데, 생각보다 그렇지가 않았다. 내가 생각한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몸이 힘들다. 나는 몸이 힘든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란 걸 깨달았다. 터프팅을 하다 보면 손가락이 아프고 손목이 아프다. 몸에 힘을 주어 천과 총을 세게 밀어야 하기에 처음 하는 사람은 몸살이 나기 일쑤다. 실제로 하루 체험을 하러 갔다가 그다음 날 어깨와 등이 너무 아파서 진통제를 먹을 정도였다. 그럼 몸이 힘든 걸 이겨낼 정도로 내가 이걸 좋아하냐? 그렇지도 않았다. 사실 재밌는지 잘 모르겠었다. 그 이유는 세 번째에서 자세히 설명하겠다.


둘째, 성공하기가 힘들다. 내가 터프팅을 배우러 학원에 갔는데, 학원 선생님이 내 이야기를 듣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작품 활동으로만 생활비를 버는 건 거의 불가능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 공예 작품에 대한 인식이 많이 없어서, 공장에서 똑같이 찍어내면 되는 걸 왜 이 돈을 주고 사야 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해요. 공방을 운영하면서 클래스로 수입을 충당하고, 작품 활동은 취미로만 하는 게 좋아요. 우선 저부터가 작품을 판매해 수익화를 하지 못하고 있고, 또 지금까지 성공한 사례를 본 적이 없어요."


난 그 얘기를 듣고 충격에 빠졌다. 이게 안 되는 거라면, 시작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싶었다.


나는 공방을 운영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아름답다 생각하는 것과 가치 있다 여기는 것을 세상에 내놓고, 거기에 대한 경제적, 정서적 보상을 받고 싶었다. 내가 본 영상 속의 작가처럼 내 작품을 매번 완판 시키고 싶었다. 작가로서 내 이름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 근데 그게 안된다는 거다. 힘이 쭉 빠졌다.


셋째, 성격이 급하다.

나는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가 않았다. 도안 그리고, 총 쏘고, 깎으면 되는 거네? 열심히 하는 거, 연습하는 건 자신 있으니까 못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근데, 어려운 거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멋진 작품과 현실의 내 손이 만든 유치원생 수준의 작품 사이의 괴리감이 자꾸만 내 의지를 꺾었다. 내가 너무 못하니까 하기가 싫었다. 글쓰기는 재밌었다. 쓰면 마음에 드는 글이 나오니까. 노력하면 더 좋은 글을 금방 쓸 수 있으니까.


물론 처음부터 잘할 수가 없다. 그건 너무 당연하다. 문제는 그 당연한 사실을 내가 납득하기가 힘들단 거였다. 하고 싶은걸 '못'하는 게 내게 익숙하지 않다는 걸 이번에 깨닫게 됐다. 살면서 그런 적이 별로 없었나 보다. 못하니까 재미가 없었다. 못하니까 하기가 싫어졌다. 못하니까 의지가 사그라들었다. 나도 이런 내가 웃긴데 그게 사실이었다. 이걸 대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그래서, 그만둬야 하나 고민했다. 해도 안 되는 것인 데다가 하는 과정 자체가 재밌지 않다면, 굳이 이걸 해야 하는 이유가 뭔지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놈의 신중병은 또 시간 낭비에 에너지 낭비일까 봐 보수적인 스탠스로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냥 포기해? 딴 거 찾을까?


이런 내 고민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조언을 구했다. 한두 달 정도 생각해 보니 어느 정도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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