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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향기, 종이 위에 스미다

레르 데바가르와 베르트랑을 거닐며 추억을 소환하다

by 트릴로그 trilogue


두 시인 이야기


포르투갈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은 루이스 데 카몽이스와 페르난도 페소아다. 두 사람은 시대는 달랐지만, 포르투갈 문학과 정신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오늘날까지 깊이 기억된다.


카몽이스의 초상화

루이스 데 카몽이스(1524~1580)는 포르투갈의 셰익스피어이자 모험가적 시인으로, 국가적 자부심과 항해 정신을 담은 서사시를 남겼다. 그는 포르투갈을 “육지가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이라 묘사하며, 대항해 시대의 영광을 문학으로 기록했다. 코임브라 대학을 마친 뒤 귀족 여성에게 구애했다는 이유로 추방당하고, 모로코 전선에서 전투 중 한쪽 눈을 잃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감옥과 난파를 겪으며 살아남은 그는 인도에서 식민지 관리로 일하는 동안 걸작 『루시아드(Os Lusíadas)』를 집필했다. 이 서사시는 바스코 다 가마의 항해와 포르투갈 역사 속 사건들을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에 견줄 만큼 장대한 시각으로 그려, 오늘날까지 포르투갈인의 용기와 개척 정신을 상징한다. 카몽이스는 생전 큰 보상을 받지 못했지만, 포르투갈은 그가 세상을 떠난 1580년 6월 10일을 ‘카몽이스의 날’로 기념하며, 리스본과 포르투 곳곳의 동상과 기념비 속에서 그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페소아 (Getty Images)

페르난도 페소아(1888~1935)는 20세기 근대 포르투갈 문학의 대표 시인으로, 인간 내면의 다층성과 모순을 탐구했다. 그는 리스보아에서 태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성장하며 영어와 포르투갈어로 작품을 남겼고, 여러 ‘헤테로님(heteronym, 異名)을 창조해 히카르두 헤이스, 알베르투 카에이루 등 다양한 이름과 목소리로 글을 발표했다.


소박한 농부의 시선, 철학자의 냉철한 관점, 도시인의 불안과 고독 등 각기 다른 목소리를 통해 인간 존재의 다면적 진실을 탐구한 것이다. 대표작 『불안의 서』는 우리나라에서도 번역되어 있으며, 사후 발견된 방대한 원고를 통해 그는 20세기 세계 문학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리스본 시아두 지구의 카페 ‘아 브라질레이라’ 앞 동상, 거리 곳곳의 문학 기념물, 파두 음악 속 그의 시 등에서 오늘날까지 페소아를 만날 수 있으며, 중절모와 검은 뿔테 안경, 나비넥타이를 한 양복 차림의 캐릭터 상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시민들에게 사랑받는다. 나도 아우구스타 거리에 있있는 한 옷가게에서 그의 모습이 캐릭터처럼 그려진 멋진 반팔 티셔츠를 구입했다.


카몽이스가 제국의 항해와 포르투갈 역사의 영광을 상징한다면, 페소아는 근대인의 내면과 정체성의 다층성을 보여주는 시인이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지만, 포르투갈 문학의 영혼을 함께 떠받치며 오늘날 여행자들에게도 도시 속에서 살아 있는 흔적과 문학적 울림을 전한다.




힙한 감성과 독특한 서점이 어우러진 공간 - LX 팩토리


이런 문학의 나라 포르투갈에서 책과 예술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비가 잔잔히 내리던 오후 3시, 우리는 버스를 타고 강변을 따라 LX 팩토리로 향했다. 바깥 하늘은 흐리고, 여전히 떨어지는 빗방울이 리스본 특유의 낡고 붉은 벽돌 건물 위를 살짝 적셨다.


LX팩토리 버스 정류장


LX 팩토리는 오래된 산업 단지를 예술과 창작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곳으로, 리스본에서 가장 힙한 복합문화 공간 중 하나였다. 비가 오는 날이라 그런지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였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비에 젖은 붉은 벽돌과 물기가 머금은 오래된 간판들이 이곳이 단순한 쇼핑몰이 아니라, 시간이 묻어난 살아있는 문화 공간임을 일깨워 주었다. 그라피티로 뒤덮인 벽과 골목 사이로 살짝 스며드는 빗소리는 마치 이곳의 숨결처럼 느껴졌다. 오래된 공장 건물들이 차분하게 자리 잡고, 그 사이사이로 개성 넘치는 상점들과 아트 갤러리가 모여 있었다. 비에 젖은 돌바닥 위로는 우산을 든 사람들이 느릿느릿 걸음을 옮겼고, 곳곳에서 고즈넉한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다.


LX팩토리의 모습. 들어갈 때 내리던 비는 나올 때는 그쳐서 파란 하늘이 듬성듬성 보인다.


혁명정신이 살아 숨 쉬는 서점


그날 나는 LX 팩토리에서 가장 오래 머문 곳, ‘레르 데바가르(Ler Devagar)’라는 서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름처럼 ‘천천히 읽다’라는 뜻을 가진 이곳은, 바쁜 여행 중 잠시 멈춰 서서 시간을 온전히 자신에게 내어주는 공간이었다.

레르 데바가르(Ler Devagar)의 안팎 전경


서점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서늘한 공기와 함께 책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고요한 분위기 속에 은은한 조명이 벽돌 벽과 나무 책장을 감싸고, 빗방울이 유리창을 타고 천천히 흘러내리는 소리가 마치 배경 음악처럼 들려왔다. 서점 내부는 마치 오래된 기계 공장 건물의 흔적을 그대로 살려, 투박한 벽과 거대한 철제 기둥, 높은 천장이 어우러져 독특한 미학을 자아냈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천장에 매달린 거대한 날개 달린 자전거였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그 자전거는 이곳이 단순한 책방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 작품임을 조용히 말해주고 있었다.


'날개 달린 자전거'가 있는 내부 모습이 압권이다


서가는 천장까지 빽빽이 책으로 가득했고, 좁은 철제 계단과 미로 같은 통로를 따라 걸으며 수많은 책과 마주할 수 있었다. 포르투갈어 서적부터 영어 문학, 예술 서적, 그리고 여행 가이드북까지 그 폭이 넓었고, 한쪽에는 CD와 LP 판매 코너도 있었다. 그리고 곳곳에 숨겨진 작은 조각 작품들은 책 구경의 즐거움에 신비로움을 더했다. 조용히 책장을 넘기며 마음이 차분해지는 동안, 창밖으로는 계속해서 비가 내리고 있었다. 방문객들은 각자 고요한 시간에 몰입해 있었고, 작은 독서 공간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홀짝이며 책에 빠진 이들의 모습이 참 평화로웠다.


음반코너의 모습


레르 데바가르에 들어서면 눈길을 끄는 것이 또 하나 있었다. 바로 서점 중앙에 놓인 거대한 인쇄기다. 지금은 멈춘 채 전시되어 있지만, 과거에는 검열과 억압 속에서도 책을 찍어내던 기계였다고 한다. 그 앞에 서면 책이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자유를 향한 목소리였던 시절이 떠오를 것 같았다.

서점의 이름, ‘천천히 읽다’는 문구는 카네이션 혁명 이후 포르투갈이 되찾은 자유의 의미와 맞닿아 있었다. 서가 사이를 거닐다 보면, 책장을 넘기는 작은 동작 속에도 혁명의 정신이 은은하게 스며 있는 듯하다.


서점 한쪽에는 작은 카페가 있었는데 갓 내린 커피 향이 공간을 부드럽게 채웠다.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잔잔한 배경음악처럼 들리며, 이곳이 단순히 책을 파는 장소를 넘어 문화와 역사가 어우러진 공간임을 실감하게 했다. 빠르게 흐르는 여행의 리듬 속에서 천천히 숨을 고르고, 책과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다.


인쇄기와 카페가 뒤섞여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재작년 가을, 큰 아들 내외와 교토를 여행하던 중 들렀던 독립서점 게이분샤 이치조점이 문득 떠올랐다. 금각사(金閣寺) 다녀오는 길에 들렀는데, 외진 곳에 위치해 찾아가는 길이 쉽지 않았다. 서점 안에는 예술과 디자인, 사진집부터 철학서와 문학서까지 다채롭게 진열되어 있었고, 일반 서점과는 달리 고요하고 갤러리 같은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다만 일본어 책들로만 가득해서 기념으로 한 권 사 오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교토 게이분샤 이치조지점의 안팎 모습


그리고 3년 전, 아내와 도쿄 여행 때 시부야 근처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에서도 비슷한 감각을 느꼈다. 츠타야는 단순한 서점이 아니라, 커피와 음악, 영화가 어우러진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책과 문화를 함께 체험하게 하는 현대적 플랫폼이었다. 이런 점에서 츠타야와 리스본의 레르 데바가르는 닮아 있었다. 레르 데바가르 역시 옛 인쇄소 건물 안에서 서점과 전시, 공연을 아우르며, 방문자가 머무르고 느끼며, 책과 문화를 온전히 경험하도록 유도했다.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의 안팎 전경


아무튼 레르 데바가르에서의 시간은 특별했다. 비 내리는 LX 팩토리의 창밖 풍경과 맞닿아, 나는 이곳에서 리스본의 또 다른 얼굴을 만났다. 복잡한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책과 커피, 빗소리에 귀 기울이며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을 음미하는 경험은 여행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 중 하나로 남았다. 게이분샤, 츠타야, 레르 데바가르 — 서점마다 색은 달랐지만, 각 공간이 주는 여유와 사유의 순간은 여행의 숨결 속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베르트랑 서점, 잊지 못할 시간


리스본의 유서 깊은 거리를 걷다 마주한 베르트랑 서점도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었다. 1732년에 문을 열어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으로 등재된 명성만큼이나, 그 공간 자체가 살아있는 역사이자 문학적 영감이었다.

서점의 외부 모습


서점 안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 고서의 쿰쿰하면서도 달콤한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은 수많은 발자취를 기억하듯 낮게 울렸고, 벽을 가득 채운 짙은 갈색의 나무 서가들은 정갈하면서도 웅장한 자태를 뽐냈다.


햇살이 쏟아지는 창가에는 빛바랜 책들이 다정하게 놓여 있었고, 앤티크 한 램프 아래에서는 누군가 막 읽다 만 듯한 책갈피가 꽂힌 책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손때 묻은 표지를 만져보고, 낡은 종이의 질감을 느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황홀했다. 마치 책 한 권 한 권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들이 내게 말을 거는 듯했다.


서점 내부의 이모저모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서점 곳곳에 숨어 있는 작은 코너들이었다. 소파와 함께 아늑하게 꾸며진 독서 공간에서는 몇몇 사람들이 고요히 책에 몰입하고 있었고, 나는 그 모습에서 진정한 독서의 즐거움을 엿볼 수 있었다.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와중에도 그들만의 성스러운 공간을 지켜나가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나는 이곳의 추억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페소아의 대표작품을 한 권 구입했다. '불안의 서, The Book of Disquiet'였는데 이 책을 그냥 산게 아니라, 포르투갈 문학의 숨결과 장소의 역사까지 함께 담아 오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페소아의 불안과 내적 고독이 담긴 글들을, 그가 살던 도시에서 직접 구한 책으로 읽는 건 확실히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물론 아직 읽기를 시작하지 않았다. 이 책은 한 번에 쭉 읽기보다는, 무작위로 펼쳐서 몇 문장을 곱씹는 게 더 어울린다고 한다. 마치 리스본 골목을 걷다가 갑자기 열린 작은 광장을 발견하는 것처럼, 읽는 순간마다 그때그때 다른 울림이 찾아올 것을 기대하면서.


책을 구입한 후 베르트랑 서점의 나무 선반 사이를 걸으니 문득 8년 전 기억이 되살아났다. 맨해튼의 스트랜드와 샌프란시스코의 시티 라이츠에서 보낸 오후들—그때 직접 경험했던 두 서점의 풍경이 지금 베르트랑과 묘하게 겹쳐 보였다.


당시 스트랜드는 '18마일의 책'이라는 슬로건처럼 끝없이 펼쳐진 서가와 쌓여 있는 중고서적들 사이에서 예상치 못한 발견의 기쁨을 선사했다. 시티 라이츠에서는 비트 세대 문학의 성지답게 반항과 자유의 정신이 책장마다 배어 있음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베르트랑에서는 1732년부터 이어온 세월 속에서 포르투갈 지성사의 살아있는 증인을 차분히 마주하고 있다.

맨해튼의 스트랜드 서점


특히 노스비치 언덕에 자리한 시티 라이츠는 1953년 개점 이후 단순한 서점을 넘어선 역할을 해왔다. 로렌스 펄링게티가 앨런 긴즈버그의 「울부짖음」을 출간하며 검열당국과 맞섰던 일화는 이제 미국 문학사의 한 페이지가 되었다. 그때 그 저항의 DNA는 지금도 서가 곳곳에 살아 숨 쉬며, 그곳을 찾는 이들은 책을 넘기는 순간 60년대 카운터컬처의 숨결을 느끼게 된다. 앞서 언급한 레르 데바가르 서점의 독재와 맞선 저항정신과도 맞닿아 있는 지점이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시티 라이트 서점


세 서점은 각자의 방식으로 도시의 기억을 보존하고 있었다. 스트랜드가 뉴욕의 역동성과 다양성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거대한 서적 창고라면, 시티 라이츠는 샌프란시스코의 진보적 기질과 예술적 실험정신을 상징하는 문화적 등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베르트랑은 리스본이라는 도시 자체의 역사와 함께 호흡해 온 살아있는 증인이었다.


이들은 모두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만남의 장소가 된다. 독자는 책장 사이에서 작가와 마주하고, 과거의 사상가들과 대화하며, 미래의 가능성을 상상한다.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상업공간이 아니라, 인간 정신의 보고이자 문화 전승의 현장인 것이다.


결국 지구상 어느 도시든 이런 서점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좋은 서점들이 지역과 도시를 떠받치고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살아볼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디지털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것들—종이 냄새, 책장 넘기는 소리, 우연한 만남의 설렘—을 지켜주는 마지막 보루들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베르트랑 서점은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상업적인 공간을 넘어, 시간과 이야기가 공존하는 문화적 유산이었다. 짧았지만 이곳에서 보낸 시간은 오래도록 내 기억 속에 아름답게 자리할 것이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역사의 숨결을 느끼고 싶다면 베르트랑 서점은 반드시 방문해야 할 곳이다.




문장의 그림자 아래에서 — 카페 아 브라질레이라


시아두 거리의 오래된 돌바닥은 적당히 닳아 있었고, 그 위를 걷는 발걸음들은 이 도시의 깊은 시간과 닮아 있었다. 베르트랑 서점에서 걸어서 3분 정도 거리에 있는 카페 아 브라질레이라 앞에 잠시 머물렀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 카페는 원래 브라질 상품을 판매하던 상점이었다. 이 지역이 오랫동안 리스본의 주요 상업지구였음을 보여주는 흔적이기도 하다. 20세기 내내 철학자, 시인, 정치인, 문화계 인사들이 이곳에서 비카나 핑가도를 마시며 토론을 벌이던 문화적 공간이었다. 페르난두 페소아가 즐겨 찾던 곳으로도 유명하며, 지금도 카페 앞에는 그의 동상이 앉아 있다.


문을 열고 살며시 안을 들여다보니, 아르누보 양식의 장식이 카페 내부를 감싸고 있었다. 짙은 나무 벽면과 오래된 대리석 바닥, 은은한 커피 향이 한 세기가 넘는 시간의 무게를 고스란히 전해주었다. 과거의 문학과 사상이 이 공간에서 어떻게 꽃 피웠는지 상상해 보았다. 이곳은 여전히 리스본의 문화적 심장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카페 바깥에 있는 페소아 동상과 벤치

하지만 발걸음은 오래 머물지 않았다. 입구에 잠시 서서 그 공간에 내 마음 한 조각을 내려놓고는 다시 밖으로 나왔다. 커피 한 잔에 담긴 이야기를 맛보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때로는 머무르지 않고 스쳐가는 순간마저도 특별한 경험이 된다.


창밖으로 펼쳐진 시아두 광장에는 각자의 일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 지도를 들여다보는 여행자, 커피 한 잔에 잠시 여유를 부리는 노인.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품은 채 자신만의 문장을 써 내려가고 있었다. 어쩌면 그 문장들이 카페의 낡은 벽과 어딘가에서 맞닿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밖으로 나오니 시아두의 공기가 조금 더 깊어져 있었다. 브라질레이라 카페는 다시 일상의 한 풍경으로 돌아갔지만, 그 짧은 만남이 남긴 잔잔한 여운은 한동안 내 안에 머물렀다.


인상적인 카페 내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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