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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 deep seated person Jun 16. 2024

불안함과 내가 공존하는 법

마흔 살이 되어서도 여전히 두려운 것이 많습니다.

ADHD 진단을 받기 전까지 불안은 내 삶에 큰 영향을 주었는데, 이 불안은 대상과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성인 ADHD의 진단이 어려운 것은(나는 좋은 선생님을 만나 쉬웠지만) ADHD 외에 많은 장애들이 동반된다는 것이고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나는 심각한 사회불안장애(SAD, Social anxiety disorder)를 가지고 있고 이 역시 ADHD와 연관이 있다고 한다. 이전에 내가 언급한 언어교환장애는 화용언어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적절한 상황에, 상대에 맞는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다. 이런 능력이 떨어지는 상대와 대화하려면 얼마나 불편했을까? 지금까지 자의 또는 타의로 나와 대화해야 했던 사람들은 얼마나 답답했을까?


안타깝지만 이런 능력은 약을 복용한다고 해서 개선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난 여전히 사람들과 직접 대화하는 것이 아직도 두렵다. 물론, 40년을 살아오며 겨우 알게 된 일종의 편법으로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것일 뿐. 대화가 조금만 깊어지거나 나의 예상과 달라지면 머릿속이 굳어버린다. 그리고 일종의 과잉반응으로 내가 전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까지 주절주절 해버리고 (머릿속에서는 제발 멈추라고 하지만 내 의지로는 멈출 수도 없다.) 몇 시간 뒤엔 엄청난 후회를 하게 된다. 이런 화용언어능력의 부족은 아마도 사회불안장애로 이어지는 것 같다.



이런 능력 부족을 감당해 주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적극적인 누군가가(친구, 가족, 스승 등이) 발달기에 없었기 때문에(다른 사람이 내 장애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사실이 그렇다.) 나는 작은 균열이 점점 번지는 유리창처럼 사회에 적응하는 기간이 너무 길고 고통스러웠다. 결국 균열이 번져 와장창 하고 깨진 유리창처럼 나는 적응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나를 조금이나마 숨 쉴 수 있게 해 주었다. 고등학교가 되자 PC통신이라는 것이 생겼고, 곧, 인터넷이 보편화되었다. 나는 그곳에서 나의 글로 소통할 수 있었고, 그것이 아마 사회불안장애를 조금이나마 다듬게 된 계기가 아니었을까. 오히려 그 기술이 내가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방해하지는 않았을까. 글을 쓸 때는 생각이 점점 많아진다.


약을 복용하며 불안함은 많이 줄어들었다. 복용 전에는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별것 아닌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그냥 넘길 수 있는 사소한 일에도 날을 세워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잦았다. 그러다 보니 제일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는 가족들에게 화를 많이 냈고, 그런 나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마음속에 무엇인가를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고 믿고 있다. 가족들도 약을 복용하기 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그런데 내 머리에 생긴 빈 공간이 또 다른 불안을 만든다. 이전 글에서는 그 공간 때문에 불안한 것 같다고 썼는데, 조금 더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닌 것 같다. 내 머릿속에 남는 공간에 다시 집요한 생각들이 자리 잡을까 봐 불안한 것은 아닐까? 그래서 자꾸 다른 무엇인가로 채우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아직 나는 내 마음과 머리에 여유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조금 더 편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어떻게 해야 이 빈 공간을 받아들이고 여유롭게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참고:

The Relationship Between Social Anxiety Disorder and ADHD in Adolescents and Adults: A Systematic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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