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휘몰아쳤다.
모든 것이 순간적이었다.
기괴한 소문이 먼저 우리에게 들려왔다. 한 블록 위 식당의 여사장은
내 남편이 오래전 자신의 남자였고, 자신에게 돈을 빌려가고 갚지 않았다는 등
남편을 쓰레기 같은 사람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어느 날, 가게 주인은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늘어놓으며
가게를 나가라고 했다.
정말이지 기괴하고 이상한 마을 같았다.
관공서가 밀집된 지역 특성상 이런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부풀려지며 퍼져나갔다.
심지어 건물주는 우리가 자신의 직원이며
자신이 사장이라는 터무니없는 말까지 하고 다녔다.
“여보세요?”
“무슨 일이세요?”
“사람들이 자꾸 사모님이 사장이라고 하면서 가게로 찾아오는데, 어떻게 된 일인가요?”
“아~ 내가 장사 잘되게 해주려고 그렇게 말했어요. 그러면 우리 성당 사람들이 많이 갈 거예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말도 안 되는 괴변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이 동네는 다른 곳과 달랐다.
작은 일에도 이웃끼리 재판을 벌이듯 다투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이었다.
졸부가 많은 이 지역에서는 한 동네에서 세 번이나 재혼을 하고도
이전 남편들과 자연스럽게 술을 마시는 등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흔했다.
또한 이곳의 아이들 중에는 중졸, 심지어 초졸도 많았다.
학교를 다니지 않고 떠도는 아이들이 저녁이 되면 골목 골목 나와 있었다.
이 모든 것은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곳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조차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
아이를 키울 환경이 아니라며 다른 지역으로 떠난다고 했다.
마치 이상한 나라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었다.
우리 가게는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다.
어느 날 저녁, 약국을 찾다가 번화가 쪽으로 나가보았다.
스무 살 남짓한 어린 엄마들이 아기를 안고 비틀거리며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그 위태로운 풍경은 마치 책 속에서 보던 슬럼가의 모습 같았다.
그 와중에 우리는
시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곧이어 시아버지와 삼촌의 장례까지
연달아 치르게 되었다.
처음 시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는 괜찮았다.
형제들이 십시일반 장례비를 나누어 감당했다.
하지만 이후의 장례는 온전히 남편의 몫이 되었다.
남편은 삼남일녀였지만 첫째 형과 셋째 남동생은
시어머니가 돌아 가시고 아버지와 의절한 상태였다.
그 깊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아버지에 대한 불신이 느껴졌다.
결국 남편과 여동생이 아버지와 삼촌을 번갈아 돌보게 되었다.
삼촌은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고, 형제들은 끝내 오지 않았다.
모든 것은 남편과 여동생의 몫이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여동생은
기댈 사람이 남편, 그 오빠뿐이었다.
만만치 않은 장례 비용 역시 결국 남편이 감당해야 했다.
그 후 시아버지까지 병환이 깊어지며
남편을 시도 때도 없이 불러들였다.
몇 달 사이, 가게도 가정도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기괴한 소문과 연이어 닥친 집안의 줄초상까지, 우리는 그 모든 것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
그 와중에도 건물주는 계속해서 가게를 비우라며
터무니없는 협박을 이어갔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세상 사람들이 모두 괴물처럼 보였다.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웠다.
나는 한동안 끊었던 소주를 다시 마셨다.
남편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해외에서의 힘든 시간을 겨우 지나왔는데,
또다시 기괴하고 낯선 시간 속으로 우리는 밀려 들어가고 있었다.
우리 가정에 구곡간장의 시간이 다시 찾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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