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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r Jun 04. 2024

피라미드

대학교1학년 겨울 방학 나는 친구손을 잡고 피라미드에 들어갔다.

오늘 아침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며 집에 돌아오는 길 신호 대기로 서있는데 20대로 보이는 두 여자가 큰 가방을 들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오래전 동네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자고 강남역 근처 나를 데려갔던 기억이 떠올라 운전을 하며 나는 웃음이 터졌다. 흔히 말하는 "피라미드" 그때 당시 대학생들 상대로 다단계가 한 참 사회 문제로 일어났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친구는 어느 날 저녁 나를 불렀다. 그때 나는 음악을 공부한다고 하지만 그 흔한 레슨 한번 받지 못하고 늘 아르바이트를 기웃거릴 때였다. 친구는 맥주 2병 정도 마실 때 즈음 "이 더러운 세상 우리 같이 밟아 주자!!"라는 말에 나는 한바탕 웃으면 맞장구를 쳤다. "그래 우리 같이 밝아주자!! 이 돈이면 다 되는 세상!!" 친구는 그때 당시 예술대학에 연극을 전공하는 친구였다. 늘 우리의 대화는 격정 적이고 연극 대사 같은 오버스러움이 있었다.

술이 조금씩 오르고 나는 친구에게 "나가자!!! 세상을 밟아줘야지!!!" 진심으로 밟아 주고 싶었다. 갑자기 내린 비가 거세게 내리고 있었다. 친구와 나는 세상을 밟아 주기 위해 신발을 벗어고 걷기 시작했다.

그리곤 친구 집에서 우리 집까지 밤새도록 왔다 갔다 반복하며 울고 웃고.... 나와 영혼이 닮은 내 친구....

그 후 한동안 서로 바쁘다는 이유로 문자메시지만 주고받고 지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나는 친구였기에 궁금했다. 그러던 어느 날!!! (띠로리) 친구는 우리는 이제 부자가 될 수 있다며 같이 아르바이트하기로 하고 강남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친구 손을 잡고 들어간 곳은 어느 건물 안 20대로 보이는 많은 청년들이 모여있었다.

우선 친구는 설명회 같은 거니 듣기만 하면 된다고 했는데 내 또래인데 한 여자가 들어오니 "업라인 들어오십니다" 누군가의 말에 환호성이 나왔다. 나는 웃음이 나왔다. 이... 이것이 티브이에서 보던 그 피라미드 "다단계" 구나....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나의 영혼의 반쪽 같은 친구가 있으니 무섭지도 않았고 그냥 소풍 나온 어린아이처럼 신나고 재미있었다. 친구는 3일만 자기를 믿고 오라고 했고 그리 어려운 부탁이 아니고 또 친구랑 3일 매일 놀러 나오는 기분이 들어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 돈을 많이 번다는 업라인 이란 언니오빠들은 매일 밥을 사주고 저녁에는 근사한 바에서 카테일을 사주고 재미있고 좋았다. 3일이 지나고 나니 내용은 학자금 대출을 받아 물건을 300만 원 정도 사고 내가 3명씩 매주 친구를 영입하면 3개월 안으로 나는 골드 마스터가 되고 월 수천만 원 때 수익금을 가질 수 있다는 꿈같은 이야기였다. 그때 당시 고삐 풀린 망아지 같던 나는 학자금 대출을 받았고 2달 정도 강남역에서 매일 소풍 하듯 놀다가 쫄딱 망해 빚더미에 앉게 되었고 나는 알바를 미친 듯 뛰며 그 돈을 갚아야만 했다.

매일 그 친구와 만나 울며 세상을 밟아주던 맨발 투혼은 결국 쓰디쓴 20대의 세상맛을 보게 되었다.


그때 당시 힘들게 알바를 하며 내가 커피숖에 앉아 끄적끄적 쓰던 글은 이러했다.


그대의 사랑


그대, 그대의 사랑은 어찌 그리도 크셔서

나의 눈 가리고 귀를 막는 것인가...


그대 그대의 사랑은 어찌 그리도 크셔서

그대를 지워버리기에 이리도 오랜 시간을

고통가운데 온몸이 부서져야만 하는가....


그대여... 그대의 사랑은 이제 함부로 아무에게도 주지 마오....

그대의 사랑은 너무도 커서 누구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인내한다는

성경 말씀은 다 맞는 말이었구나....


친구에게 나는 이 시를 보내주었고 크게 한번 웃고  울며 쓰디쓴 세상의 맞을 보고

영원히 나오지 못할 것 같던 피라미드에서 남들보다 빠르게 색다르게 그의 사랑.... 흔적을 지우기 위해

오랜 시간 힘든 알바를 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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