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 내리는 날을 참 좋아한다. 흐린 하늘에 촉촉하게 물을 담은 땅은 초록 풀들에게 더 많은 영향분을 올려 보낸다. 그럼 초록 풀들은 초록향을 더욱 품어내며 나의 온몸을 향긋하게 적신다.
아침 일찍부터 내린 비로 창을 열고 커피를 내렸다.
아이들은 일어나 간단히 씻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QT책을 꺼내 일기 시작한다.
피아노로 듣은 찬양연주곡을 잔잔하게 틀어 놓고 묵상을 하는 아침 시간이 하루 중 가장 좋다.
며칠 전 우리 집에 법원 집행관이 와서 전자제품 곳곳에 빨간 스티커를 붙였다.
아이들이 영문도 모른 체 덩치가 커다란 아저씨가 들어와 집안 곳곳 전자제품에 스티커를 붙이니 꽁꽁 얼어붙었다.
법원 집행관이 집을 나서고 놀란 아이들을 데리고 나는 설명을 하고 아이들을 come down 시켜야 했다.
먹먹하게 내려앉은 마음을 짓누르며 혹여 아이들에게 눈물을 보일까 싶어 꾹꾹 누른 나의 모든 감각은 결국은
공황발작을 일으켰다.
아이들에게 잠깐 기다려 달라고 하고 안방에 들어가 엎드려 심장을 압박했다. 그리고 입으로는 숨을 깊게 내쉬었다. 내가 약이 없을 때 하는 행동이다. 그렇게 30분쯤 지나 나는 아이들을 식탁에 불러 함께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덤덤하게 받아 드렸다.
이후 아이빠가 진행하고 있는 회생신청하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집행 정지를 받아 더 이상 집에 법원집행관 남자들은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호기로운 남편의 사업 남편에게 사기를 친 지인으로 우리 가정에 많은 어려움을 줬다.
속이 상하고 마음이 힘들지만 아이들과 나는 매일 QT를 하며 학년 공부를 한다. 집에만 있는 아이들에게 난 최대한 노력한다.
주말에는 한강에 나가 보드게임도 하고 배드민턴을 하며 놀고 저녁에는 아이들과 집 앞을 산책한다.
힘들고 고단한 삶도 내가 지금 어떤 감정을 결정하고 최선을 다하는지가 중요하다.
나와 아이들은 감사한 즐거운 감정을 선택했고 또 하루하루 충실하게 보낸다.
오늘은 비가 내리고 기분 좋게 아이들과 차를 마시며 말씀을 나누고 아이들이 책장에 앉아 학년 공부를 시작했다. 그런데 컴퓨터에 깔려 있는 카톡에 메시지 알람이 깜박깜박한다.
열어보니 큰아이 같은 반이었던 친구가 손가락 욕을 보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이 핸드폰이 없을 때 컴퓨터에 깔아놓은 예전에 내가 쓰던 카톡을 아이에게 쓰게 했었다. 반아이들과 소통하는 단톡방이 있다고 해서 허락한 일이었고 이제는 아이가 쓰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은 홈스쿨링을 하기 전에 기독교대안학교를 다녔다.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아이들과 함께 고민하고 홈스쿨링을 결정한 것이었다.
메시지를 보는 순간 며칠 전 학교에서 알고 지내던 엄마를 만나 학교 엄마들이 아이 옷이며 신발은 좋은 거 입히고 신기면서 학비가 없다는게 말이 되냐며 모여 우리 집 흉을 봤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부족한 부모 때문에 아이가 받았을 상처가 고스란히 나에게 전달이 되었다.
난 아이들이 태어나 지금까지 옷이나 신발을 사준일이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몇 번 되지 안을 것이다. 대부분 물려 입는 옷이나 신발이 많고 할머니와 이모가 늘 아이들 옷이며 신발을 사주셨다.
늘 비싸고 좋은 것을 하나님께서 채워 주셨다. 그런데 참 사람들은 말하기 좋아한다.
비가 내리고 아이들과 칼국수를 만들어 점심으로 먹었다. 큰아이가 "엄마 그 아침에 카톡 보낸 친구는 예전에도 학교 홈페이지에 오래된 글에 손가락 욕을 댓글로 올렸던 아이야... 너무 신경 쓰지 마..."
그리고 오후가 되어 그 친구가 다시 카톡을 보내왔다. " 실수였어요. 죄송합니다."
그랬구나... 너희들의 그 많은 실수가 한 아이를 얼마나 상처로 슬픔으로 기억되게 할지 혹시 너희들은 아니??
난 그 답글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큰아이는 학교에서 공부도 잘하고 친구들에게 인가가 많은 아이였다. 그런데 누군가의 입에서 시작된 우리 집 이야기가 비밀 없는 그곳 학교에서 참 많이 우리 아이에게 비수를 꽂았겠구나.....싶었다.
그러나 난 오늘 아이들과 또다시 우리의 감정을 선택한다. 감사한 마음으로 즐거운 마음으로....